[김지연의 보석함] 배우 이미지 활용 모범 사례, '착한 여자 부세미' 주현영

나는 사람이 궁금하다. 이미 주목받는 배우일지라도, 지금이 그들의 가장 덜 유명한 날일지도 모른다. '김지연의 보석함'은 나날이 고점 갱신 중인 배우들을 소개한다. '떡상 종목'을 ‘저점매수’ 하시라.

〈착한 여자 부세미〉
〈착한 여자 부세미〉

세련되게 웃기고 미친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젊은 막장’이 아닐까. “인생 리셋까지 카운트다운 3개월! 한 방을 꿈꾸며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감행한 흙수저 여자 경호원이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3개월간 신분을 바꾸고 살아남아야 하는 범죄 로맨스 드라마”라는, 소위 ‘일일드라마급 전개’를 연상시키는 로그라인임에도 〈착한 여자 부세미〉는 한결같이 숨통 틀 구석 많은 코미디 드라마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로 흔한 막장 소재에 변주를 줬다. 캐릭터들의 이야기만 외전으로 따로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나 1분에 만원 하는 변호사야, 왜 이래”라던 이돈 역의 서현우, 미워할 수 없는 속물인 이선유치원 원장 이미선 역의 서재희 등이 ‘변주’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착한여자 부세미〉에 활기를 불어넣는 인물이라면, 백혜지 역의 주현영을 빼놓을 수 없다.

〈착한 여자 부세미〉 백혜지 역 주현영
〈착한 여자 부세미〉 백혜지 역 주현영

주현영은 〈착한 여자 부세미〉에서 그야말로 ‘인생캐’를 만났다. 백혜지 캐릭터는 배우의 이미지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 보통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활용한다고 하면, 기존 이미지를 답습하기만 하거나, 신선함이 없는 자기복제 수준의 캐릭터가 줄을 잇기 일쑤였다. 그러나 백혜지는 주현영의 매력을 활용하되, 그의 기존 이미지에만 갇히지 않은 모범 사례다.

〈SNL〉 〈크라임씬〉 등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 주현영은 〈착한여자 부세미〉의 백혜지로 기존의 코믹한 매력을 살리면서도,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가회장 저택에서 일하는 도우미이자 김영란(전여빈)의 룸메이트인 백혜지는 코믹하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백혜지는 서늘함도, 소름 돋는 순간도,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얼굴도, 모두 품은 인물이다. 가령 진짜 원하는 게 뭐냐는 김영란의 질문에 “보상은 원래 주는 사람이 생각하는 거야. 나랑 밥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보자고. 나 그거면 돼. 물론, 돈은 니가 다 내고”라며 의미심장한,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백혜지의 모습은 배우 주현영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주현영의 백혜지는 영란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묘한 텐션과 통통 튀는 감초와 같은 개성으로 무장해 드라마를 끝까지 기어코 정주행하도록 이끈다. 이것이 바로 배우의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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