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발간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기사입니다.

윤재호 감독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는 윤재호 감독의 첫번째 장편 극영화다. <약속>(2010), <히치하이커>(2016), <마담 B>(2016) 등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은 윤재호 감독은 자신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분단과 가족이란 주제를 <뷰티풀 데이즈>에서도 펼쳐놓는다. <뷰티풀 데이즈>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 여성(이나영)과 중국에 살고 있는 아들(장동윤)의 재회를 통해 가족의 화해, 시대의 화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윤재호 감독이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이 더 뜻 깊을 것 같다.
영화제에 가족들도 초대했다. (웃음) 부산영화제에는 2012년부터 프로젝트를 들고 꾸준히 참여했다. <타이페이 팩토리>(2013) <레터스>(2017) 등도 부산영화제에서 지원받아 완성한 작품들이다.

전작 다큐멘터리 <마담 B>에 이어 <뷰티풀 데이즈>의 주인공도 탈북 여성이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70%가 여성이다. 그렇다보니 만나는 탈북자 중에 여성이 많았다. 탈북 여성의 이야기가 남성의 사연보다 더 복잡한 측면도 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탈북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 또한 심하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영향도 크다. 예전에 <약속>이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파리에서 민박집을 하는 조선족 아주머니를 알게 됐다. 아주머니는 중국에 있는 아들과 9년 동안 떨어져 지내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분단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 탈북 여성 마담B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서 느낀 것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20대 때부터 프랑스에서 살면서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그리운 대상의 이야기, 엄마와 가족, 여성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같은 소재로 극영화를 만든 이유가 있나.
중국과 한국에 있는 두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담B의 이야기는 씁쓸하다. 다큐멘터리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느끼게 되는 씁쓸함을 담고 있다. 실제 마담B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 같고 이 세상에 거대한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마담B가 처한 현실은 내가 바꿀 수가 없다. 반대로 <뷰티풀 데이즈>는 제목처럼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그건 가족의 재구성, 가족의 재회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다. 아들 젠첸은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엄마가 탈북 이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그것은 아들로서 받아들이기 버거운 사실일 수 있지만 젠첸은 엄마를 이해하기로 한다. 아들이 엄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첫 시작점이 영화의 엔딩이고, 그 긍정적 시작점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큐멘터리는 할 수 없지만 극영화는 할 수 있는 게 있더라.

<뷰티풀 데이즈>

엄마 캐릭터에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한 여성의 이야기, 한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특별히 이름을 짓지 않았다. 영화에선 젠첸 외에 그 누구도 이름이 없다. 젠첸이란 이름도 중국에서 흔히 쓰는 이름은 아닌데, 영화 속 인물들을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포괄적인 대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특정하지 않고 포괄하고 싶어 그냥 ‘엄마’라고만 했다.

아들이 엄마의 과거를 알아가는 이야기 구조다. 영화의 화자로 아들을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들의 관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앞으로 한걸음 내딛지 않으면 화해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고, 젠첸이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도 결국 그 한걸음을 내딛는 과정이라고 봤다. 젠첸이 엄마와 밥 한끼 같이 먹는 것도 어쩌면 한걸음일 수 있다. 그래서 아들의 시점에 좀더 중심을 뒀다.

중국 장면을 모두 한국에서 찍었다. 중국의 시골 풍경이나 중국 골목과 식당을 감쪽같이 구현했다.
기본적으로 <마담 B>를 참고해서 미술작업을 했는데, 이민아 미술감독이 중국에 가서 쓰레기통까지 뒤져 소품을 가져왔다. 공간을 채우는 소품이 영화의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소품 중엔 중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예산 때문에 중국 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대신 좋은 장소들을 찾아서 미술감독님이 멋지게 중국 느낌이 나게 꾸며주었다.


윤재호 감독의 전작 <마담 B>

다큐멘터리와 비교해 극영화 작업의 어려움은 뭐였나.
시간과의 싸움이 제일 힘들었다. 다큐멘터리는 몇 년씩 촬영을 하지만 극영화는 준비된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만 한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걸 재밌어 하는 성격이다. 어려우면 더 도전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웃음)

분단이라는 주제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나.
분단을 통해 가족 이야기를 해왔다. 분단, 가족, 이별, 화해, 재회, 미래, 사랑 같은 단어들이 차례로 연상됐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떠올리고 대상을 찾아왔다. 그러한 키워드는 여전히 내게 주효하다.

<뷰티풀 데이즈>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 <바닷사람>이란 작품이 선정돼서 영화제 기간 직접 영화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것 같다. <뷰티풀 데이즈>와는 사뭇 다른 영화일 거다.

뷰티풀 데이즈

감독 윤재호

출연 이나영, 장동윤

개봉 20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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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현·사진 최성열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