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발간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기사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에서부터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등 색깔있는 판타지 드라마를 연출해 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또 한편의 판타지 드라마 <미래의 미라이>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미래의 미라이>는 갓 태어난 여동생 미라이에게 질투를 느끼는 네 살짜리 쿤이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 시공을 초월하는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미래의 미라이>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개인적인 육아의 경험을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극중 아빠 캐릭터에 대해 “나 자신의 모습을 반영했다. 단, 뱃살만 빼고.(웃음)”라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사전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미래의 미라이>가 매진됐다. 한국에 팬이 참 많다.
12년 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다. 그때가 첫 한국 방문이었고 첫 해외영화제 방문이었다. 당시엔 일본에서도 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한국에 내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팬들에게 특별한 친근감을 느낀다.

미래에서 온 동생과 만나는 오빠의 이야기다. 어떻게 구상했나.
큰 애가 3살 때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와이프가 둘째를 안고 처음 집에 들어섰을 때 첫째가 짓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대체 이 이상한 건 뭐지?’ 싶은 표정이랄까. (웃음) 이 어린아이가 눈앞에 있는 갓난아이를 어떻게 동생으로 인식하고 또 사랑을 주게 될까, 그게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경이로운 일의 연속인데, 나중에 찍어야지 하고 미루면 그때의 감정과 경험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 보았다.

<미래의 미라이>

육아를 주제로 한 드라마처럼 흘러가지만 결국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답게 시공간의 이동이 등장하고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기획 단계에선 아주 작은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등장인물이 엄마, 아빠, 첫째, 둘째 네 식구가 전부이고 모든 일이 집 안에서만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 그런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요소가 추가됐다. 가족의 삶을 관통하는 것들을 넣다 보니 결국 내가 지금까지 다룬 것 중 가장 큰 주제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괴물의 아이>까지, 전작들의 종합판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없었다면 <미래의 미라이>에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시간을 건너 진실을 보는 이야기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육아와 아이들의 성장담은 <늑대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육아의 과정이나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게 24시간 내내 최선을 다할 순 없다. 육아의 달인이라면 또 모를까. 부모에게도 개인적 생활이 있다. 실수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성장하게 된다. 여러모로 서툰 부모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생생한 묘사가 가능했던 건 아마도 개인적인 경험들이 반영됐기 때문일 거다. 작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네 살짜리 아이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실제로 내 첫째 아이를 애니메이터들이 모여있는 스튜디오에 데려가서 모델로 세웠다. (웃음) 아이들은 몸의 중심이 머리에 있어서 걷는 게 불안정한데, 그런 움직임까지도 제대로 관찰해서 그려주길 바랐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아이의 볼을 만지고 머리카락을 만져보면서 실제의 질감을 느끼도록 했다. 

<미래의 미라이>

아빠의 직업을 건축가로 설정했다. 가족이 사는 집의 구조 또한 특이하다.
엄마는 밖에서 일하고 아빠는 집안일을 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 역할의 역전을 시도해보았다.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에는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아빠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설정할까 했지만 그건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서 대신 건축가로 정했다. 이야기가 대부분 집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집이 흥미로운 영화적 무대로 쓰이길 바랐다. 영화적 리듬이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집에 높낮이 차를 둔 것도 영화적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전통적 집의 모습이나 전통적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쿤이 집안의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는데, 그것이 아이의 성장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전작을 의식하는 편인가.
의식을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와 액션을 오가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 드라마를 하고 나면 액션이 하고 싶고, 액션을 하면 드라마가 하고 싶어진다. <미래의 미라이>가 네 살 아이의 눈으로 본 일상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다음 작품은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미래의 미라이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쿠로키 하루

개봉 20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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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현·사진 최성열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데일리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