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관계에서만 권태기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인생과도 권태기는 찾아온다. 매일같이 하던 일이 버겁게 다가오고, 똑같은 출근길이 유난히 고역이고, 매일 같이 퇴사하는 꿈만 꾸고, 취미도, 친구도 모두 재미가 없는 시기. 그걸 사람들은 인생 권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걸 경험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해서 떠날 수 있다면 권태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여행길에 오르는 영화 5편을 준비했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감독 플렉스 할그렌
출연 로버트 구스타프슨, 이와 위클란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회사에 앉아 있다 보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지만 이내 ‘떠나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100세 할아버지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이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 어릴 적부터 폭탄에 관심이 많던 그는 우연히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구하거나,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 등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내던 그는 노인이 되어 양로원에서 홀로 조용히 지낸다. 이제 100세를 맞이한 알란, 더 이상 새로울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나이다. 

100세가 된 날, 그는 평화로운 양로원을 떠나 무작정 떠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얻게 되고 경찰과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그는 심각해지는 법이 없다. 죽여버리겠다는 갱단의 협박에 그는 오히려 “죽일 테면 빨리 죽여. 나 이미 백 살이야”라고 답한다. 그가 어떤 순간에도 초조해 하는 법이 없는 이유는 오늘이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듯 찾아오는 내일이지만 사실 내일이 오리란 확신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라는 그의 말처럼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는 게 어떨까.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감독 플렉스 할그렌

출연 로버트 구스타프슨, 이와 위클란더

개봉 20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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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학창 시절, 지루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인턴 기자는 때때로 ‘원피스’의 루피가 “너 내 동료가 돼라!”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이외에도 슈퍼 히어로가 되서 멋지게 학교를 구하거나 완벽한 이상형이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상상도 했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현실을 상상으로 이겨내지 않았을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 역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상상만이 유일한 낙인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직장이던 ‘라이프’ 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월터는 사진을 찾아오라는 미션을 받게 되고, 상상만 하던 여행을 실제로 떠나게 된다. 

월터는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를 누비며 사진작가 숀 펜(숀 오코넬)을 찾아 다닌다. 그 과정 속에서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 속 월터는 멀리 여행을 떠나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처음 샌님 같은 모습에서 점차 벗어난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월터는 변한 것이겠지만, 실은 변하지 않았다. 생계에 충실하게 사느라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 것뿐이다. 영화는 삶에 충실한 월터의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 꼭 루피의 동료가 되어야만 멋진 삶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에 솔직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할 수만 있다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번 생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개봉 2013.12.31. / 2017.12.27.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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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감독 월터 살레스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미아 마에스트로, 메르세데스 모란, 장 피에르 노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누구나 가슴 속에 이상을 품고 산다. 그러나 그 이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 23살 평범한 의대생이던 아르네스토 게바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친구 알베르토(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와 함께 오토바이로 남미대륙 횡단 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여행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여행 도중 텐트가 날아가고, 오토바이가 망가지는 등 여러 고난을 겪지만 그들은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 속에서 게바라는 생생한 현실을 만나게 된다. 정치적 이념이 달라 일자리를 잃은 가난한 부부가 광산으로 향하는 것, 정글 속에 파묻힌 산파블로의 나환자촌 등을 보며 그는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의지를 느낀다. 평범한 의대생이던 아르네스토 게바라는 그렇게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가 된다. 짜인 길에서 벗어나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 넓은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인생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국 떠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이 체 게바라처럼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인생을 바꿀 수는 있으니까.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감독 월터 살레스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미아 마에스트로, 메르세데스 모란, 장 피에르 노어

개봉 2004.11.12. / 2015.07.0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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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토머스 새도스키
▶<와일드>

인생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셰릴(리즈 위더스푼)은 스스로의 삶을 파괴한다. 그는 마약과 섹스에 절어 살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할 무렵, 그는 엄마에게 자랑스러웠던 딸로 돌아가기 위해 총 4,286Km에 달하는 트래킹 코스 PCT에 도전한다.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고, 지독한 고독을 겪으며 그는 조금씩 강해진다. 

인생의 중심이던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그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중심을 찾는다. 절대 자신을 떠나지 않을 존재, 잊어버리는 한은 있어도 잃어버릴 수는 없는 존재. 바로 자신이다. 기댈 곳 없던 그는 자연에 몸을 맡기고 묵묵히 걸어 나간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와일드>는 그 어떤 힐링의 메시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고독한 길을 걸으며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용서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잘 될 거야’라는 공허한 말보다 그의 한 발자국이 더 위로가 되는 건 그의 삶이 와일드하지만 진실됐기 때문 아닐까. 

와일드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토머스 새도스키

개봉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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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감독 숀 펜
출연 에밀 허쉬, 빈스 본
▶<인투 더 와일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인투 더 와일드>는 엘리트 코스를 밟던 주인공 크리스토퍼(에밀 허쉬)가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야생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억압적인 집에서 벗어나 거칠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꿈꾸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홀연히 야생으로 여행을 떠난다. 사람을 피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는 여정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정서적 교감을 알게 된다. 목표였던 알래스카로 향하던 도중 그는 길을 잃고 자연 속에 갇힌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인생의 즐거움이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에요”라는 말이 맞을지,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 맞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의 무모했던 여행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떠났기에 사람들과 교감을 할 수 있었고, 행복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인투 더 와일드>를 추천한다. 영화지만, 누군가에겐 영화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투 더 와일드

감독 숀 펜

출연 에밀 허쉬, 빈스 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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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