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싣고 무채색 빌딩 숲을 오가며 생기 없는 하루들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현실에서 벗어날 환상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 내가 매일 걷는 이 평범하고 건조한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가슴 뛰는 로맨스의 무대라면 어떨까.
그럴 땐, 〈엑스오, 키티〉(XO, Kitty)가 지친 한국살이에 환상을 심어줄 시리즈로 제격이다. 넷플릭스 대표 하이틴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주인공 키티(애나 카스카트)가 한국에서 국제고등학교를 다니며 겪는 ‘서울 유학 생활’을 다룬다. 〈엑스오, 키티〉 시즌3는 지난 4월 2일 공개된 후 넷플릭스 TV 부문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TOP 10에도 들지 못해, 글로벌 시청자들이 보는 〈엑스오, 키티〉와 한국의 시청자들이 보는 〈엑스오, 키티〉 사이에 다소 온도차가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파리에 대한 환상만을 보여주는 시리즈듯 〈엑스오, 키티〉 역시 한국에 대한 환상만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엑스오, 키티〉가 묘사하는 한국의 모습은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지언정, 아무렴 어떤가. 생기를 잃은 직장인들에게는 현실의 팍팍함을 잊게 해줄, 하이틴 로맨스의 핑크빛 필터와 같은 환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따라서 〈엑스오, 키티〉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익숙하지만 낯선 한국의 장소들을 소개한다.


전국 캠퍼스 영혼까지 끌어모은 하이틴 유토피아 ‘KISS’
- 계원예대, 상명대 천안캠, 국립세종도서관 등지
드라마의 주 무대이자, 키티의 유학 생활이 펼쳐지는 명문 ‘한국국제학교(KISS)’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한국 곳곳의 건축물과 캠퍼스를 정교하게 이어 붙여 가상의 공간을 창조했다. 웅장하고 세련된 야외 캠퍼스의 뼈대는 경기도 의왕의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가져왔다. 이후 시즌2에 접어들며 충남 천안에 위치한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의 한누리관과 운동장, 그리고 인근의 천안종합운동장이 새로운 주 무대로 합류했다. 더불어 학교의 대규모 행사가 열린 강당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촬영됐으며, 시즌2 피날레 무대의 화려한 전통미는 충남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사비궁 세트장에서 완성되었다. 한편, KISS의 도서관 장면들은 세종시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촬영됐다.


글로벌 금수저들의 ‘그사세’ 파티 스케일
- DDP, 파라다이스 시티 등
재벌 2세와 글로벌 엘리트들이 모인 학교답게 파티 스케일도 남다르다. 시즌1 첫 화, 신입생 환영 파티가 열린 곳은 우주선을 닮은 동대문의 랜드마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였다. DDP의 유선형 외관과 야간 조명은 시즌 3까지 드라마의 ‘서울다운 밤’을 표현하는 배경으로 반복 등장한다.
한편,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럭셔리한 일탈을 감행했던 클럽 파티 장소는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리조트 내 라운지 바 ‘루빅’ 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이 가득한 클럽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다소 차분한 재즈 라운지 바다.



K-엠티가 이렇게 로맨틱했다고? 눈 덮인 한옥부터 캠핑장까지
- 홍천 강산재, 평창 알펜시아, 수원 화성 서장대, 인천 영흥도
시즌2에서 민호(이상헌)가 친구들을 초대하는 스키 오두막 씬은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옥호텔 강산재에서 촬영됐다. 외관과 내부 장면 모두 이 한옥 호텔에서 찍혔다. 민호 가족의 스키 리조트로 등장하는 배경은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 리조트다.
더불어 아웃도어 동아리 활동으로 친구들과 땀 흘리며 언덕을 올랐던 곳은 수원의 화성 서장대다. 또한 텐트를 치고 좌충우돌 캠핑을 즐겼던 인천 영흥도의 숲속 풍경은 도심을 벗어난 청춘들의 자연스러운 우정을 그려냈다.



K-로코 클리셰 종합선물세트! 남산 자물쇠부터 성수동 핫플까지
- 남산타워, 성수동, 반포대교, 롯데월드 등
K-드라마를 흉내 내려면, K-드라마 속 단골 장소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랑의 자물쇠가 빼곡히 걸려있는 남산 N서울타워와 돔 천장 아래서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 고전적인 데이트 스팟들은 〈엑스오, 키티〉 속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더불어 보랏빛 조명이 부서지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앞은 첫 키스의 장소가 되고, 복합문화공간 노들섬의 잔디밭은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는 청춘들의 아지트가 된다.
시즌을 거듭하며 서울의 트렌디한 공간들도 대거 등장한다. 시즌2와 3에서는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인 성수동 연무장길과 그리고 건대입구의 파란색 컨테이너 복합문화공간인 커먼그라운드 등이 등장한다. 한편, 드라마가 한국의 화려한 면만 좇는 것은 아니다. 추석을 맞아 장을 보러 가는 씬에서 키티가 방문하는 곳은 세련된 대형 백화점 식품관이 아닌 하나로마트다.


키티와 친구들의 부산 나들이
- 해운대 시장, 송도해상케이블카, 감천문화마을 등
시즌3에 이르러 주인공들의 무대는 수도권을 벗어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으로 확장된다. 시즌3의 포문을 여는 화려한 요트 선상 파티는 광안대교 인근에서 촬영했다. 또한 아슬아슬하게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송도해상케이블카와 발밑으로 파도가 치는 송도구름산책로, 그리고 용호별빛공원은 키티와 민호의 로맨스 기류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또한, 키티와 친구들이 해운대 시장에서 씨앗호떡을 먹는 장면, 감천문화마을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특히 해운대 시장에서 키티와 친구들이 커스텀 키링을 만드는 장면은, 〈엑스오, 키티〉가 한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까지 극 안에 발 빠르게 녹여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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