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중 해고당하는 배우는 많다. 범죄, 제작진과의 마찰 등 이유는 다양하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한 데 모인 할리우드에서는 더욱 비일비재한 일일 터.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해고당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인정한 배우들이 있다. 이 리스트는 해외 매체 ‘루퍼’(Looper)의 기사를 참조했다.


마크 러팔로

지금까지 마블의 헐크를 연기한 배우는 세 명이다. 2003년 <헐크>의 에릭 바나,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의 에드워드 노튼, 이후 최근 10년간은 마크 러팔로가 맡았다. 여러 번 교체가 있던 캐릭터라 그가 마블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했을 거라고 추측하기 쉽다.

그러나 마크 러팔로에게 몇 번 위험의 순간이 있었다. 그는 각종 인터뷰 자리에서 여러 번 특정 장면과 반전에 대해 스포일러 했다. TV쇼에 출연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제목을 공개하려 했던 게 대표적이다. 이에 루소 형제 감독은 트위터에 “마크, 당신은 해고야”라고 농담처럼 글을 남겼다. 마크 러팔로의 스포일러 전적은 화려하다. <토르: 라그나로크> 시사회에서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영상 초반 15분의 소리가 공개됐으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결말을 말하기도 했다. 당시 모두가 농담처럼 받아들였지만 영화가 공개된 뒤 마크 러팔로가 발설한 결말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일들을 겪고 마크 러팔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프로모션 홍보물에 내가 있어 놀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 없는 <트와일라잇>은 상상하기 힘들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싫어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로버트 패틴슨은 2017년 <굿타임> 홍보 도중, <트와일라잇> 촬영할 때 “아이돌 같은 캐릭터에 자신이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연기해 잘릴 뻔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그는 제작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에드워드가 훨씬 더 어둡고 음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에 로버트 패틴슨의 에이전트는 “당신이 지금 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로버트 패틴슨의 선택한 작품들을 보면 <트와일라잇>이 어지간히 취향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작품들은 훨씬 진지해졌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재능 있는 배우로 인정받았다. 어쩌면 그는 <트와일라잇> 촬영 당시 경력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싫은 티를 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조니 뎁

현재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서 빗발치는 하차 요구를 듣고 있는 조니 뎁. 그는 본인의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에서도 잘릴 뻔했다.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첫 편 속 조니 뎁의 연기를 두고 디즈니 간부들은 “이 캐릭터는 술에 취한 거냐? 게이인 거냐?”라고 말했고 그는 “내 캐릭터들이 모두 게이인 걸 몰랐어요?”라고 되받아쳤다고 한다. 조니 뎁은 “그들은 날 해고하길 원했다. 난 충분히 해고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잭 스패로우의 대사에 자막을 달아야 한다고 여겼을 정도로 조니 뎁의 캐릭터 해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해고하지 않았고 그의 연기 스타일을 관객들은 좋아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오랫동안 긴 시리즈를 책임졌고 지난해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미셸 로드리게즈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레티를 연기한 미셸 로드리게즈도 1편을 찍다가 영화에서 하차할 뻔했다. 로드리게즈에 따르면 그녀가 계약할 당시에는 “아직 캐릭터가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로드리게즈는 뒤늦게 알게된 캐릭터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만 둘 거”라고 말했다. 제작사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요구를 받아들여 설정을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빈 디젤이 개입해 힘을 실어 주었다고 한다. 결국 미셸 로드리게즈는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부터 다시 시리즈에 합류했다.


페넬로페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새 영화에 들어갈 때마다 영화에서 해고되는 것에 대해 초조함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항상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며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모든 영화 촬영 첫 주에 항상 해고될 것처럼 느낀다”고 전한다. 이러한 그의 불안은 그의 첫 번째 영어 영화인 <하이 로 컨츄리> 촬영 현장에서 특히 극심했다고 한다. 언어 장벽이 그녀에게 커다란 문제처럼 다가왔다고. 그러나 우려와 달리 그는 여전히 스페인은 물론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배우다.


엘렌 바킨

엘렌 바킨은 영화 <오씨> 촬영 중 프로듀서였던 하비 웨인스타인에 의해 해고될 뻔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엘렌 바킨의 역할을 신예였던 캐서린 제타 존스로 대체하길 원했다. 이 문제는 엘렌 바킨과 하비 웨인스타인이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평판에서 비롯됐다. 웨인스타인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녀를 해고하려고 하였으나 엘렌 바킨은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했다. 다음날 그녀는 촬영장에 나타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어서 자신의 역할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할리우드 거물이었던 하비 웨인스타인은 현재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끝없이 추락 중이다. 반면 엘렌 바킨은 <애니멀 킹덤> 등에 출연하며 여전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제이미 리 커티스

명배우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의 딸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이미 리 커티스는 천성적으로 연기에 자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는 첫 주연 영화 <할로윈> 촬영 첫날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해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집에 있을 때 전화기가 울렸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룸메이트가 ‘존 카펜터(<할로윈> 감독)가 전화를 했다’고 말했고, 그가 나를 해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언급했다. 물론 카펜터는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연기를 펼쳤는지 말해주려고 전화한 것이었고, 제이미 리 커티스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됐다.


알 파치노

<대부>의 마이클을 연기한 알 파치노도 제작자들이 원하는 베스트 배우가 아니었다. 당시 알 파치노는 잭 니콜슨, 로버트 레드포드, 라이언 오닐, 워렌 비티 등의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캐스팅 됐다. 제작사는 알 파치노의 밋밋한 연기와 작은 키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알 파치노는 제작 중에도 스튜디오가 자신을 세 번이나 해고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감독이었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완강하게 반대한 결과 간신히 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제작사의 끊임없는 반대를 한순간에 막은 건 알 파치노의 연기력이었다. 그의 강렬한 연기를 보고 제작자들은 더 이상 알 파치노를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데니스 호퍼

데니스 호퍼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1969년작 <이지 라이더>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은 영화다. 데니스 호퍼는 특유의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할리우드에서 여러 갈등을 빚었다. <이지 라이더> 촬영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니스 호퍼, 피터 폰다, 잭 니콜슨이 이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할리우드에서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는 촬영 내내 끊임없이 말다툼을 했다. 피터 폰다는 데니스 호퍼를 해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어떻게든 데니스 호퍼는 끝까지 영화를 찍었고 영화사에 남을 작품을 탄생시켰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