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지겹다. 새로운 영화를 봐도 어딘가 맹한 맛이고, 좋은 영화여도 마음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다시 봐도 화면이 멋스러워서, 인물들이 멋있어서, 액션이 시원해서 묘한 청량감을 주는 영화들. 완성도가 후져도 멋 하나로 감탄하게 하는 영화들. 이번 주 뒹굴뒹굴 VOD는 액션과 이미지, 스타일로 압도하는 영화 다섯 편을 준비했다. 해당 영화들은 20일(토)부터 26일(금)까지 50% 할인을 진행하니 참고하자.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
필자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DCEU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면, 대부분 농담하는 줄 알고 웃는다. 한데 진심이다. <배대슈>를 보면서 정말 많이 감탄했고, 확장판까지 구매해서 봤다. 누구나 지적하는 ‘그 장면’을 변호하거나 영화가 뛰어난 명작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슈퍼히어로를 이미지만으로 정확히 표현한 걸로는 이 영화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각인시킨 건 1978년 <슈퍼맨>이다. 이방인이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슈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얼굴을 빌려 신화적이고 선 그 자체의 슈퍼히어로가 됐다. 그렇게 수십 년을 이어진 선한 영웅을 잭 스나이더 감독은 헨리 카빌의 양면적인 외형과 시각적인 미장센으로 전복시켰다. 누구라도 렉스 루터처럼 슈퍼맨을 위협으로 느끼게끔.
영상미를 극대화했기에 “짤로 보면 명작”이라고 놀림당하지만, 덕분에 팬들 사이에선 여전히 회자되는 영화로 남았다. 특히 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를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하차한 지금, 그의 비전을 온전히 담아낸 (그리고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유일하게 멀쩡한) 마지막 DCEU 영화기도 하고. 완성도야 어떻든, 이 주제에 딱 맞는 영화이므로 소개해본다. ▶바로 보기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12년 경력의 택시 드라이버 맥스(제이미 폭스). 어느 날 한 손님을 태운다. 회색 머리에 회색 정장을 입은 빈센트(톰 크루즈), 알고 보니 킬러다. 맥스는 빈센트의 하룻밤 여정에 강제로 동참한다.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은 요컨대 21세기 하드보일드 장르 같다. 화려하거나 노골적인 범죄 세계를 그리는 대신, 극도로 냉철한 킬러 빈센트를 내세워 영화 내내 쿨한 분위기를 채운다.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택시 운전사와 즉흥적인 재즈를 즐기다가도 ‘의뢰’를 해나가는 빈센트의 대비는 관객들의 감정을 뒤흔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땐, <콜래트럴>의 멋은 감독의 대표작 <히트>보다 덜하다. 배경은 모두가 잠든 밤의 LA고, 인물 구성도 간결하다. 일각에선 <콜래트럴>을 드라마 장르라고 칭할 만큼 두 인물의 심리적인 면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미묘한 멋이 있다. 왜? 빈센트를 연기한 톰 크루즈 때문이다. “또 액션 영화냐”라는 비아냥을 미리 방지한 듯, 완전히 인물에 녹아든 톰 크루즈는 영화 전체에 막대한 존재감을 남긴다. 총기 연습만 3개월 하고 찍은 액션들도 일품이고, 맥스의 비난에도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능수능란한 성격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톰 크루즈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이런 주제로 소개할 수 있었을까. ▶바로 보기
드라이브
Driver, 2011
낮에는 스턴트 드라이버, 밤에는 범죄자들을 위해 운전하는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 블록버스터 범죄 영화에 어울릴 법한 스토리를 <드라이브>는 저예산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촌스럽거나 부족한 부분 하나 없다. 도리어 저예산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호평받았다. 더불어 배우로서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라이언 고슬링의 진정한 아우라가 발현됐다.
<드라이브>를 액션이나 범죄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면 싱거운 건 사실이다. 그런 요소들은 영화 중반까지도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스타일, 드라마를 구축하거나 액션을 주조하는 방식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우 폭력적인 순간과 인간적인 분위기를 줄타기하면서 하나의 단어로 구체화되지 않는 세계를 완성한다. 로맨스가 순식간에 폭력으로 이전하는 엘리베이터 장면은 이런 <드라이브>의 매력을 잘 엿볼 수 있다. 어쩌면 라이언 고슬링이란 배우의 양가적인 얼굴이야말로 <드라이브>의 최고 매력일지도. ▶바로 보기
짝패
The City Of Violence, 2006
그 시절 류승완 감독은 그랬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아낌없이 영화에 담았다.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등…. <짝패>는 그런 류승완 감독의 ‘애정표현’ 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다. 홍콩 쇼브라더스사 영화를 포함해 그가 영향받은 작품들을 이렇게 저렇게 섞고, 자신과 자신의 액션 페르소나 정두홍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짝패>는 단순한 스토리가 캐릭터의 성격과 다양한 액션 장면을 만나면서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거기다 당시에 세련된 무언가가 아닌, 이미 검증된 요소들을 가져왔으니 시간이 지나도 그 매력을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짝패>의 모티브로 삼은 쇼브라더스 영화들처럼, <짝패>도 그 촌스러움이 하나의 스타일로 구축돼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2000년대가 한국 영화계의 부흥기였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보기
아토믹 블론드
Atomic Blonde, 2017
이 영화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멋진 영화가 나올까?” 궁금했다. 하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는 내가 로레인(샤를리즈 테론)인 것마냥 몸이 아팠다. <아토믹 블론드>는 시각적인 효과에서 빼어난 멋을 추구하고, 전개와 액션에서는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게끔 견인한다. 이 두 가지 요소의 충돌이 유발하는 이질감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게 강렬하다.
<아토믹 블론드>는 두 가지 특징을 내세워 기존의 스파이 영화와 차별화한다. 하나는 형형색색의 공간, 하나는 육탄전 위주의 액션이다. 이중 액션 장면은 퀄리티도 상당하지만, 냉전 종결을 앞둔 시대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첩보전이 가장 활발했던 냉전 시대가 끝나면 스파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은 신념의 몰락, 신원 노출, 전장의 상실 등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아토믹 블론드>는 그들의 위기를 육탄전으로 치환시켜 눈에 보이는 ‘고통’으로 형상화한다. 현대 스파이물 대다수가 비슷한 육탄전을 취했음에도 <아토믹 블론드>의 액션이 빛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로 보기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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