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your next favorite work.

[인터뷰] 모든 K-직장인들에게 건네는 위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①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퇴사할게요’라는 밈이 넘쳐나는 시대, 최근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정확히 그 시대정신의 반대 지점으로 간다. 작품은 퇴사만이 답은 아니라고, 13억 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출근길에 오르는 한 직장인 ‘공은태’(이준혁)를 통해 말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방점은 ‘로또’가 아닌 ‘출근’에 찍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돈을 제하고, 나는 결국 뭘 위해서, 어떤 성취감을 위해서 일을 하는가. 드라마는 그 근본적인 질문을 건드린다. 로또 1등에 당첨된 공은태는 스포츠카를 몰고 회사에 가서 살인 예고를 하고, 회사에 기름을 붓고, 사직서를 상사 얼굴에 던지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이내 ‘이건 너무 폭력적’이라며 그 상상을 자체 검열하고, 그가 기껏 택한 것은 오전 반차 쓰기, 그리고 여전히 출근하기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는 공은태의 말처럼, 13억은 그의 출근길을 바꾸지 않았지만 출근하는 그를 바꿔놓았다. 우리 모두가 드라마 속 공은태처럼 연봉 7천만 원을 받지도, 수려한 외모를 지니지도, 서울의 쓰리룸 아파트에 살고 있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위로가 되는 건, 쳇바퀴처럼 매일 반복되는 출근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도 그렇다. 이준혁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도 매 작품 대박으로 인생이 바뀔까 생각할 때가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일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듯, 사실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에는 돈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같은 많은 것들이 얽혀 있다. 이준혁은 감정을 철저히 눌러 담은 이 무채색의 ‘공은태’라는 인물을 재즈의 ‘베이스’에 비유했다. 자신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모두가 살아나는 연주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천억 원을 벌고도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톰 크루즈, 정상에 오르고도 같은 게임을 계속하는 페이커를 이야기하며 “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매일 출근하는 수많은 ‘공은태’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작품을 마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계속하는 배우 이준혁을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났다.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라는 제목만 보고는 유쾌한 블랙코미디 드라마일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굉장히 차분한 오피스 드라마였습니다. 이준혁 배우도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인상은 어땠나요.

사실 그래서 하게 된 거예요. 만약에 이 작품이 줄곧 블랙코미디로만 갔다면 사실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제가 예전에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이라는 영화를 보고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 영화가 실화 기반인데요. 세상에는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짚어주는 얘기가 되게 많이 있잖아요. 물론 그것도 저는 너무 좋아하고,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든 게 올바르게 굴러갈 때는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지점도 되게 궁금했고 마음에 담아뒀거든요. 때마침 이 작품이 딱 왔을 때 그런 느낌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걸 다 찍고 최근에 Apple TV 시리즈 〈테드 래소〉(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 미식축구 코치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 코치로 발탁되어 낯선 런던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시리즈)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우리 드라마랑 되게 닮아 있네’라고 느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결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준혁 배우는 그동안 〈비밀의 숲〉의 서동재, 〈범죄도시3〉의 주성철을 비롯해 굵직하고 강렬한 역할을 많이 해왔습니다. 이번엔 배우 본인과 가장 유사한 인물을 연기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지금까지는 계속 캐릭터 연기를 했잖아요. 캐릭터로서 신을 채워야 했다면, 이번엔 말씀 그대로 저랑 더 닿아 있고 저를 쓸 수 있었죠. 왜냐하면 이번에는 살인자가 아니니까요.(웃음) 반면에 제가 중간에서 잘 깔아줘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금 더 미세하게 연기해야 했어요. 미세한 리듬을 좀 더 타야 하고, 대사에서도 훨씬 상대방의 에너지나 신의 리듬, 샷의 리듬 같은 것들을 신경 쓰고 초집중해 연기해야 하죠. 〈비밀의 숲〉과 〈좋거나 나쁜 동재〉의 동재 같은 캐릭터는, 많은 대사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에 가깝다면, 이번 작품은 상대방들의 박자에 더 맞춰서 조금 더 미세하게 리듬을 타줘야 했던 것 같습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사진제공=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사진제공=티빙)

공은태의 말투와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직장 내에서 하급자에게도 무조건 존댓말을 쓰고, 말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건조한 톤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인물의 디테일은 어떻게 만들어갔나요.

공은태라는 캐릭터가 중심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공은태가 약간 ‘베이스’ 같았어요. 저희 업이 조금 재즈 같거든요. 누군가가 와서 같이 핑퐁 작업을 하고, 이 음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신의 리듬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거기서 공은태가 중간 정도로 잘 잡아줘야 하고, 그리고 가끔씩 한 번씩 찔러줘야 이 전체가 조금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연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옛날에는 기왕 연기하는 거, 좀 더 과감한 것들에 대한 마음이 더 있었다면, 최근에는 모두가 좀 살아나는 연주 같은 느낌을 해보고 싶었어요.

큰소리를 내거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사실상 공은태의 상상 신밖에 없습니다.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안으로 억누르는 게 배우로서는 더 힘든 연기였을 것 같은데요.

큰소리를 내는 정박 연기를 하면 신을 채우기는 쉬운데, 미세한 것들을 하면 오히려 대사 하나하나에 엄청나게 집중해야 돼요. 상대방 리듬에 제가 매우 작은 부분으로밖에 못 움직이니까요. 그 중간을 계속 잡고 가야 하기 때문에 되게 예민했던 것 같아요. 같은 긴 대사라도 이걸 어떻게 할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대사 많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웃음) 많아야만 하죠. 이 캐릭터가 중간을 계속 잡아주려면 그 리듬을 정확히 맞춰줘야 하고, 카메라랑도 잘 맞아야 하고요. 그런 것들을 많이 신경 썼어요. 상상 신은 사실 감독님께 감사한 거죠. ‘이준혁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데, 이런 거예요’라는 걸 초반에 깔아주시는 거니까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사진제공=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사진제공=티빙)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에 판타지와 같은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완급 조절이 중요했을 텐데요. 영업 5팀 팀원들과 이런 호흡을 어떻게 잡아갔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은태는 무조건 리액션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아주 미세하게 한 번 찌를 수 있는 타이밍을 굉장히 잘 잡아야 하고, 감독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해야 하고, 상대 배우, 그러니까 제 리듬을 받쳐줄 수 있는 배우가 굉장히 중요해요. 동재 같은 경우는 막 하면서 상대한테 찔러줄 수 있거든요. 그렇게 프레임을 채울 수 있는데, 은태는 제가 아무리 해도 프레임의 한 50% 이상은 비어 있단 말이죠. 그럼 상대방이 그걸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 유능한 배우냐에 따라 그 신이 굉장히 달라지는데, 다행히 신인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모두 너무 유능했어요. 이건 감독님의 역량이죠. 그런 사람들을 뽑았다는 거.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저도 믿고 갈 수가 있었던 거예요. 안 그러면 불안했을 거예요. ‘이러면 노잼인데’ 하면서 더 채우려고 하고, 과해지고, 더 뭔가를 해야 했을 텐데, 다들 이렇게 미세한 핑퐁처럼 튕겨주니까 그런 게 재밌기도 하고 감사하죠.

특히 양준호 대리 역의 서현우 배우와의 ‘혐관’(혐오 관계) 혹은 동료애가 극의 중심축이었는데,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서현우 배우에게 감탄하거나 고마웠던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서)현우 형이 저를 주인공으로 느껴지게끔 만들어주셨어요. 이렇게 잘하고, 이렇게 현장에 능통하고, 이렇게 애정이 많고 완벽한 사람이 나를 서포트해 주는 거잖아요. 기꺼이. 그 ‘기꺼이’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기꺼이 해주는 것에서 저는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저도 서포팅하는 연기를 많이 하니까요. 그게 헛된 게 아니구나를 다시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받아보니까 너무 고맙고요. 현우 형은, 제 컨디션이나 모든 리듬을 다 팔로우해요. 물론 저도 형을 팔로우하지만, 현장에서 제가 포근한 에너지를 받는다는 건, 현우 형이 그만큼 에너지를 썼다는 거니까요. 빨리 슈퍼스타가 됐으면 좋겠고,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광고도 많이 찍었으면 좋겠고, 돈 많이 벌어서 신나 하면서 먹을 것도 좀 샀으면 좋겠어요.(웃음)

영업 5팀 배우들의 호흡이 워낙 끈끈했습니다. 만약 시즌 2를 제작한다면 영업 5팀 멤버들과 함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막 말해도 돼요?(웃음) 그들의 출연료가 다 오르고, 드라마 안에서 직급이 올라간 것처럼 모두의 입지가 상향됐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사실 저는 시즌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짧고 굵게 보는 걸 좋아하고 또 빨리 질려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요. 근데 이번에 〈테드 래소〉를 보면서 ‘아, 이렇게 배우들하고 정이 붙을 수 있구나, 내가 얘네를 더 보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메이킹을 보면, 배우들끼리 로또를 쏘는 내기를 하셨더라고요. 실제로 당첨이 된 적도 있나요.

저는 로또를 처음 사봤거든요. 원래 저는 로또에다가 운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작품으로 운이 와야 한다는 생각이라서 로또를 안 했는데요. 이번에 현장에서 로또가 당첨되면, 정말 웃긴 기사가 나가겠다 싶어서 계속 로또를 했어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로또 당첨되다’를 너무 보고 싶은 거예요. 근데 그건 실패했습니다.(웃음) 딱 5천 원 됐어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이준혁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