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모두를 스토킹하는 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모든 것>은 웃는 얼굴로 모두의 치부를 드러내는 스릴러다.
한동안 ‘밀레니얼’로 통칭되는 요즘 세대가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세대보다도 적은 연애를 한다는 기사들이 떠돌더니, 며칠 전 CNN이 한국에 대한 기사를 냈다. 제목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데이트는 너무 비싸거나 위험하다’. 성범죄,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가 젊은 세대의 연애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모든 것>이 다루는 건 그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범죄, 스토킹이다.
뉴욕의 오래된 서점 매니저, 잘생기고 반듯한 청년 조의 눈앞에 나타난 한 여자 손님이 나타난다. 예쁜 얼굴, 똑똑하고 좋은 취향, 유머 감각, 노브라. 찰나의 겉모습에서 상대에 대해 아주 많은 걸 파악했다고 믿는 조는 SNS를 뒤지고 실제로 뒤를 밟으며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 귀네비어 벡의 ‘모든 것’을 파헤치려 한다.
벡은 스토커가 없어도 애저녁부터 인생이 안 풀리던 대학원생이다. 지도교수는 어떻게든 한 번 벡과 자보겠다고 용을 쓰고, 남자친구라고 믿고 있던 돈 많은 집 망나니도 섹스만을 원할 뿐이다. 쓰는 글도 시원치 않다. 껍데기밖에 없는 삶에서 ‘너네 나 사랑하지?’라고 물을 수 있는 애들은 모두 부잣집 걱정 없는 딸내미들인데, 그중에 샐린저 집 손녀, <호밀밭의 파수꾼>의 바로 그 샐린저 집 손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기를 싸고돈다. 그러다 자신의 인생에 틈입한 스토커 조가 얼떨결에 인생에 방해되는 놈들을 다 죽여버리고 길을 터주는 바람에 영문을 모르고 혼란에 빠진다.
언뜻 아주 고전적이고 단순한 스릴러일 수 있는 <너의 모든 것>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명석함과 재치다. 조의 스토킹은 제대로 풀리는 법이 없고, 벡의 모습을 지켜보며 앞집 수풀에 숨어 자위를 하는 혐오스러운 순간도 옆에서 구부정하게 걸어 나오는 할머니 때문에 깨지고 만다. (그 더러운 손으로!) 머리를 긁고 머쓱하게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다 얼떨결에 택시까지 잡아주는 청년. 그의 일인칭 내레이션은 벡의 인생에 존재하는 새로운 남자를 발견할 때마다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벡, 대체 이놈은 누구야?”를 외치고 ‘미국의 모든 문제점을 대변하는 놈’이라는 둥 ‘비욘세 백댄서 같이 생겼다’는 둥 비열한 비난을 퍼붓는다.
<너의 모든 것>은 이 만만하고 잘생긴,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는 스토커에게 이입하도록 시청자를 성심성의껏 초대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옆집 꼬마를 맞아 가며 돌보는, ‘사실은 착한 사람’. 그리고 벡을 미워하도록 설득한다. 돈은 없지만 화려한 삶을 유지하려는 허영, 문란하고, 섹스를 좋아하고, 자잘한 거짓말들… “저런 애들 있잖아”, “너무 잘 알지”, 단박에 ‘저런 여자’를 재단하고 쉽게 쑥덕거릴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든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이 쇼 속의 세상과 인물들을 여성 혐오로 들끓는 범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고전 추리소설의 마지막에 천재 탐정이 모든 등장인물의 거짓말과 치부를 밝히듯, 이 드라마는 스스로 똑똑하고 촉이 좋다고 생각했던 세련된 시청자들의 속단이 얼마나 부당하고 허섭한 것인지를 거울처럼 비춘다.
위치 태그를 한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직장과 학교 이름을 기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시시콜콜한 트윗을 쓰는 21세기의 삶에서 사실 우리는 얼마간 매일 스토킹을 한다. 누군가 자의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뿌리고 과시하는데 쾌감을 느끼고, 상대는 피드를 훑으며 그 정보를 줍는데 재미를 느끼는, 이 상호적인 링크는 몹시 공고하다. 어느 SNS든 들여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찾아보고 공들여 자신의 취향을 가꾸는, 혹은 과시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남에 대한 속단과 시니컬함은 평생 같이 가야 할 지병과도 같다. <너의 모든 것>은 스토킹과 코미디, 강력 범죄, 환영과 유령까지 다양한 요소를 쉽고 재미있게 엮은 훌륭한 드라마다. 동시에 허구 속의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시청자의 치부를 과감히 열어젖히는, 오늘 가장 명민한 스릴러다.
에그테일 에디터 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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