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의 신선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독가스로 인해 고층 빌딩에 고립된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영화 속 가공의 도시인 국제 미래신도시는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엑시트>는 용남과 의주가 빌딩과 빌딩 사이를 넘나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스펙터클로 관객들에게 스릴 넘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런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재난영화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몇몇 명작들이 명맥을 이어온 장르이다. 어떤 영화들이 고층 빌딩을 활용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그 계보를 정리해봤다.
<타워링>
고층 빌딩 소재의 재난영화를 얘기할 때, <타워링>이 안 나온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1974년 제작된 <타워링>은 화재가 일어난 초고층 빌딩 ‘글라스 타워’를 배경으로 한 군상극이다. 재난영화니까 스케일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영화가 유명한 건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매퀸과 폴 뉴먼이 만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폴 뉴먼은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로버트 역을, 스티브 맥퀸은 화재가 난 빌딩에 투입된 소방수 마이클 역을 맡았다. 당시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해서, 크레딧을 새길 때도 맥퀸이 눈에 잘 띄는 왼쪽에 나오는 대신 폴 뉴먼이 살짝 위에 있도록 배치했다. 스티브 맥퀸은 제작진에게 “대등한 연기 대결을 위해 자신의 분량과 대사를 폴 뉴먼과 동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며 자신의 대사를 덜어내기도 했다.
<타워링>은 165분이란 긴 상영시간이 말해주듯, 재난영화와 군상극의 특징을 제대로 버무린 영화다. 화재로 불타는 고층 빌딩의 위험한 순간들을 그리면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타워링>은 20세기 폭스가 소설 <글래스 임페르노>를, 워너브러더스가 소설 <타워>를 영화화하던 중 서로 비슷한 소재로 경쟁하느니 합작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나온 대작이다. 이들의 협상은 <타워링>이란 걸작을 남겼고, 1974년 최고 흥행작이 됐다.
<대지진>
<대지진>이 실수한 게 있다면 딱 하나, <타워링>과 같은 해에 개봉했다는 것. <대지진>은 제목처럼 LA에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는 내용의 재난 영화다. <타워링>처럼 시종일관 고층 빌딩 배경으로 하지는 않지만, 갑작스런 지진에 고층 빌딩에 있던 사람들이 겪은 참사를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세하게 보여준다. 또 <대지진>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지진이란 천재지변으로 인한 절망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속 등장인물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식의 캐릭터 성장 드라마는 허구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대지진>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면 어떻게 변모하는지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개봉 당시 평가도 좋았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한 달 뒤 <타워링>이란 어마어마한 걸작이 개봉하면서 다소 묻힌 느낌이 있다.
<다이 하드>
<다이 하드>는 재난영화가 아니다. 악의를 가진 범죄를 인재(人災)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다이 하드>만큼 고층 건물이란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가 있던가? 시리즈의 팬들은 <다이 하드>의 밀도 높은 긴장감을 높이 평가한다. 이 긴장감은 범죄 조직과 한 형사의 대립이란 클리셰가 아닌 스토리를 하나의 공간, 고층 빌딩에 응집시킨 결과물이다. 사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란 희대의 캐릭터, 그리고 그가 끊임없이 싸움에 휘말리는 시리즈의 특성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이 하드>가 재난영화인가 아닌가의 여부를 떠나 고층 빌딩 배경을 가장 잘 살린 영화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타워>
<타워>는 500만 관객이 봤지만, 좋은 영화는 아니다. <타워링>의 복제, 그것도 ‘열화복제’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나 <타워>는 한국 영화계에서 재난영화에 정면으로 도전한 몇 안 되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특히 도심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엑시트> 이전에 <타워>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초호화 캐스팅, 108층 고층 건물에 일어난 화재, 그리고 감동적인 희생의 이야기. <타워>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 블록버스터이긴 하나 대형 화재를 스크린에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의의는 확실하다. <리베라 메>, <싸이렌> 등 2000년대 초반 명맥이 끊어졌던 화재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고.
<스카이스크래퍼>
고층 빌딩재난 영화의 최근작은 <스카이스크래퍼>가 아닐까. 제목부터 ‘마천루’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 포스터 또한 고소공포증을 자극하는 고층 빌딩의 ‘포스’가 팍팍 묻어난다. 거기다 가장 핫한 배우 드웨인 존슨이 출연하니 말 다 했다. <스카이스크래퍼>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재난영화로 어느 정도 비판도 받았지만 흥행도 그럭저럭 해냈다. 드웨인 존슨이 강화 다리를 이식한 FBI 출신 아버지라는 설정에서 사실 영화의 전재가 다 그려지긴 한다.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드웨인 존슨에게 ‘높이‘라는 위기를 안겨준 것은 꽤 탁월한 선택이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특색으로 살리지 못한 게 이 영화의 한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