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이리시맨> <피아노>의 안나 파킨

(왼쪽부터) <레옹>,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나탈리 포트만

아역 시절, 그것도 데뷔작에서의 천재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있다. <피아노>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배우의 기록을 세운 안나 파킨(최연소 여우조연상은 <페이퍼 문>의 테이텀 오닐이다. 당시 나이 10세.-편집자) , 대표작 중 하나로 데뷔작 <레옹>을 빼놓을 수 없는 나탈리 포트만이 이 분야의 대표 스타들. 이들과 같은 미래가 기대되는, 데뷔작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아역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밀리센트 시몬스 | 데뷔작 <원더스트럭>

밀리센트 시몬스는 2017년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어린 시절 약물 과용으로 청력을 잃은 시몬스는 미세한 눈빛, 표정 변화만으로 대사보다 더 많은 말을 전하는 능력을 지녔다. <원더스트럭>이 첫 공개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 역시 그녀의 눈부신 연기. 시몬스의 데뷔는 “획기적인 돌파구”란 찬사를 받았고, <베네티 페어>는 “청각장애인 배우계뿐만 아니라 영화계의 새로운 얼굴로 주목받게 될 것”이란 코멘트를 남겼다. 밀리센트 시몬스는 이듬해 또 다른 주연작,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소리 내는 순간 공격을 받는 극한 상황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 영화. 밀리센트 시몬스는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딸 레건을 연기하며 극에 긴장을 더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제작비 대비 30배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밀리센트 시몬스는 올해 봄 <콰이어트 플레이스 2>로 다시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로건>

다프네 킨 | 데뷔작 <로건>

울버린(휴 잭맨)의 비장한 퇴장을 담은 <로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의 황량한 내면에 빛을 들이게 만든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X-23,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 울버린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품고 있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오는 천진난만함이 매력을 배로 늘리던 캐릭터. 신인 다프네 킨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장에서부터 이미 스페인어 애드리브를 날리며 휴 잭맨과 제임스 맨골드 감독, 패트릭 스튜어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다프네 킨은 DNA부터 남다른 배우인데, 배우인 아버지 윌 킨, 그리고 배우이자 극작가인 어머니 마리아 페르난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외 다른 가족들이 시인, 작가로 활동 중인 예술가 집안 출신. 영화 데뷔작 <로건>으로 전 세계에 눈도장을 찍은 그녀의 최근작은 필립 풀먼이 쓴 소설 삼부작 <황금 나침반>, <마법의 검>, <호박색 망원경>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히즈 다크 마테리얼스>다. 시즌 1이 방영되기도 전에 시즌 2 제작을 확정한 대작으로, 제임스 맥어보이, 린-마누엘 미란다와 함께 출연한다.

<히즈 다크 마테리얼스>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 데뷔작 <조조 래빗>

올해 전 세계 대형 시상식, 영화제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배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각색상을 수상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신작, <조조 래빗>의 주인공 조조를 연기한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데뷔작으로 전 세계 유명 영화제, 시상식을 접수한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역시 태어났을 때부터 영화 산업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마블> <덤보> <이터널스> 등 디즈니의 굵직한 작품들의 촬영을 맡은 벤 데이비스가 그의 아버지. 어머니 카밀라 그리핀 역시 극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부모님들의 이력으로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단번에 타이카 와이티티 눈에 띄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조조 래빗>의 조조 역을 찾기 위해 타이카 와이티티는 5개국을 돌며 1000개 이상의 오디션 테이프를 봤고,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스스로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순진한 독일군 소년 조조 역을 따냈다. 차기작 역시 결정된 상태. 어머니의 신작 <사일런트 나이트>에 출연한다. 현재 사전 제작 단계의 작품으로, 그와 함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릴리 로즈 뎁 등이 출연한다.


밀리 샤피로 | 데뷔작 <유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얼굴이 있다. <유전>의 밀리 샤피로는 존재만으로도 관객에게 공포를 전하던 존재다. 밀리 샤피로의 말에 따르면 “다른 세계에 사는,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소녀”인 찰리는 무력한 표정만으로 극의 숨통을 조이는 캐릭터였다. 압도적인 연기력을 지닌 아역 배우의 발견에 전 세계 평단이 찬사를 보냈다. <유전>이 밀리 샤피로의 영화 데뷔작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알고 보면 밀리 샤피로는 카메라 앞에 서기 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실력을 다졌다. 유명 뮤지컬 <마틸다>에 출연했고, 함께 출연한 소피아 게누사, 베일리 라이언, 오오나 로렌스와 함께 연극계의 오스카, 토니상에서 토니 명예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나이 10살.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까지 세웠다는 점이 놀랍다.


브루클린 프린스 | 데뷔작 <플로리다 프로젝트>

어른들을 가장 속상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아이들의 눈빛이다. 엄마와 함께 모텔을 전전하며 사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가 가장 잘 짓는 표정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을 지녔지만, 자신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누구보다 미리 눈치채고 불안에 떨던 어린아이, 무니는 브루클린 프린스가 아니고선 상상이 불가능한 캐릭터다. 촬영 당시 나이 여섯 살, 데뷔작으로 놀라운 연기를 펼쳐 극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버린 브루클린 프린스는 ‘2017년 최고의 발견’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션 베이커 감독의 도움을 받아 단편 영화 <컬러스>로 연출 데뷔까지 마친 영화계 인재. 단편 영화는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연기자로서 차기작이 쌓여있는 건 물론이다.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을 작품은 공포 영화 <더 터닝>. 헨리 제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부모님을 잃은 남매를 돌보기 위해 가정교사가 고용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핀 울프하드, 맥켄지 데이비스가 함께 출연한다.

<더 터닝>


제이든 마텔 | 데뷔작 <세인트 빈센트>

최근 <나이브스 아웃>의 인종차별주의자 소년 제이콥 역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제이든 마텔 역시 데뷔작에서부터 남다른 떡잎을 보인 배우다. 광고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제이든 마텔의 영화 데뷔작은 <세인트 빈센트>. 약골이지만 내면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한 애어른 소년, 올리버를 연기했다. 데뷔작에서부터 대선배 빌 머레이와 찰떡 호흡을 자랑한 연기 천재. 이후 빌 머레이의 추천으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알로하>에 출연하기도 했다. 초능력자 소년을 연기한 <미드나잇 스페셜>, 뇌종양 진단을 받은 12살 천재 소년을 연기한 <북 오브 헨리>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제이든 마텔은 <그것> 시리즈 속 루저 클럽의 중심, 빌을 연기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10대의 얼굴이 됐다. 그는 두 편의 차기작을 앞둔 상태. 현재 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출연하는 애플 제작 드라마 <디펜딩 제이콥>을 촬영 중이고, 그 이후엔 수잔 서랜든과 함께 출연하는 총기난사 소재 영화 <터널스>의 작업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것>


쿠벤자네 왈리스 | 데뷔작 <비스트>

이 리스트에서 가장 위대한 기록을 세운 건 바로 이 배우일 듯싶다. 쿠벤자네 왈리스는 <비스트>를 통해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여우주연상에 호명되었을 때의 나이가 아홉 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흑인 아역 배우, 21세기에 태어난 배우들 중 오스카 후보에 오른 최초의 배우의 기록도 함께 세웠다는 점이 인상 깊다. 더 놀라운 건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다는 사실. 4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비스트> 속 허쉬파피 역을 따낸 쿠벤자네 왈리스의 마법 같은 연기는 전 세계 모든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이후 <노예 12년> <애니>, 애니메이션 <트롤>의 목소리 연기 등을 통해 관객을 찾았다. 작가로 데뷔했다는 점도 인상 깊다. 2017년 아동 문학 <샤이 앤 애미 스타 인 브레이크 언 에그!>(Shai & Emmie Star in Break an Egg!)와 <어 나이트 아웃 위드 마마>(A Night Out with Mama)를 발간했다.

쿠벤자네 왈리스가 집필한 아동 소설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