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앵커출신 남편이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운동을 시작한 첫날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선거운동기간 내내 엄마가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면서 선거일에 모든 것이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얼핏 선거영화 같지만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형사물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영화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장면이 나오는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여주인공 연홍(손예진)은 남편 김종찬(김주혁)이 방송인 출신으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의 공천을 받으면서 선거운동기간 첫날 거리유세를 시작으로 남편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날 아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 민진(신지훈)은 등교 전에 엄마 연홍한테 미술 조별과제로 늦는다고 말을 합니다. 연홍은 선거운동으로 바쁜 하루를 마감하고 엄청난 빗속을 뚫고서 자정 무렵에 집에 들어가는데 그제야 딸이 아직도 집에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돼요. 연홍과 종찬은 결국 딸의 실종신고를 하고 경찰이 딸의 수색을 시작하지만 민진이는 끝내 땅속에 묻혀서 피투성이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연홍은 딸이 사라진 후에 딸의 마지막 자취를 따라 실타래를 하나씩 풀기 시작하는데, 딸이 왕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이 사라진 날 만난다고 말했던 자혜라는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며 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최미옥(김소희)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됩니다. 미옥이는 민진이의 절친이지만 민진이가 이 학교로 전학오면서 도둑맞았다는 민진이의 아빠가 선물받은 고가의 시계를 차고 있었고, 민진이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도 미옥이었으며 여러 정황상 민진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돼요. 미옥이는 경찰에서 피의자신문 조사를 받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게 됩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판례는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는 기준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도 판례가 소극적으로 판단하므로 사실상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라고 봐도 무방해요. 판례가 요구하는 기준을 보면, ①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②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③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해 거짓여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④ 특히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여부 판정은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여야 하며, 질문조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검사자가 측정내용을 객관성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판례가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 때문에 검사결과가 위 기준을 충족해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없고, 충족요부도 판례가 판단하므로 실제 사례에서는 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판례의 판결이유를 보면 ‘위 세 가지 전제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만 할 뿐, 왜 인정이 안 되는지 설명하지는 않아요).

실제 판례를 보면, 아내와 자식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의 살인∙현주건조물방화죄 사건에서, 피고인(남편이자 아빠)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살해범에게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나왔지만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직접증거가 없고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죄가 나온 사건이 있어요.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가 피고인한테 불리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하지는 않은 거죠.

영화에서 미옥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전에 앞에 놓인 화면 속 그래프의 색깔이 무슨 색인지 니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해보라는 검사자의 일반 질문을 먼저 받는데 미옥이 초록색이라고 대답하자 삐 소리가 나옵니다.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심리상태의 변동이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이어서 검사자는 사건의 핵심 질문을 하나씩 질문하는데, 먼저 미옥의 아빠인 최기사(박진우)가 민진이 아빠의 운전기사라서 자존심이 상했냐는 질문에 미옥이는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삐, 너 민진이를 (땅에) 묻었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삐, 너 민진이 죽였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이번에는 조용합니다.

영화 속 검사 결과를 해석해 본다면 미옥은 자신의 아빠가 민진이 아빠의 운전기사라서 자존심이 상했고 민진이를 (땅에)묻은 사실이 있고, 그러나 민진이를 죽인 것은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실제 영화는 어떤지 볼까요. 미옥이는 민진이를 회상하면서 진술하기를, 민진이는 그냥 딱 재수없는 아이였고, 민진이 아빠가 학교에 일일교사 왔을 때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느꼈을거라고 말하죠. 하지만 두 사람은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절친이 되고, 사건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된 연홍의 종찬에 대한 독백처럼, 민진이는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담임인 미술교사 손소라(최유화)가 아빠인 종찬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획득한 민진이와 미옥이는 손소라를 2년 넘게 협박하였고, 결국 손소라가 협박범이 딸 민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종찬한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당한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되자 종찬은 사람을 시켜서 민진이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미옥이가 민진이의 살인범을 다시 죽이고 민진이 시체는 산에 가서 땅에 묻어준 것이죠.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와 동일한 결론이라고 볼 수 있어요.

현실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만약 나는 정말 억울하지만 너무 긴장해서 생리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충분히 있습니다. 수면부족, 범인으로 의심받는 극도의 스트레스, 감기, 전날 음주상태 등으로 상태가 안 좋다면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피검사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실시 할 수 있고, 피해자도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고소인(피해자)이든 피의자든 모두 검사를 거부할 수 있어요.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수사기관(경찰, 검찰)에서는 고소인과 피의자의 진술이 상반되고 다른 증거가 없을 때는 검사결과에 따라서 심증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영화에서 검사결과에 의하면 미옥이는 자신의 아빠가 민진이 아빠의 운전기사라서 자존심이 상했고 민진이를 땅에 묻었다고 해석되므로 살해동기와 중요한 간접사실이 검사결과 밝혀졌기 때문에 미옥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어요. 실제 사건에서 영화처럼 검사결과가 나왔다면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미옥한테 불리한 검사결과만을 근거로 미옥이 유죄라고 판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미옥이가 살인범이라는 불리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불리한 심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화는 민진이가 피투성이로 발견된 사건에서 다행히 미옥의 교복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혈흔이라는 강력한 간접증거가 없는 이상 미옥을 범인이라고 기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실제 영화에서도 미옥은 범인이 아니라고 수사결론을 내려요.

영화에 나오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장면과 관련하여 영화 속 결과와 실제 사례를 한 번 비교하면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꽤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글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