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고등학생인 남주인공이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동급생 여주인공을 만나서 연애를 하는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고등학생 남녀의 연애를 통해서 미성년자의 연애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볼게요.

고등학생인 남주인공 시가 하루키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책만 좋아하고 친구들은 곁에 두지 않는 성격입니다. 맹장수술 실밥을 제거하기 위하여 병원에 간 하루키는 병원 원무과 앞 의자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타인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읽어보는데요. 타인의 일기를 몰래보는 것은 형법상 비밀침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가 되기 위해선 편지, 일기장, 메모장, 계산서, 설계도, 안내도, 사진, 이메일, 휴대폰, 녹음테이프 등에 잠금장치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지나 일기장 같은 경우에는 봉투에 넣고 풀로 붙이거나 서랍 속에 보관하면서 서랍을 열쇠로 잠그면 비밀장치를 한 것으로 인정되고, 휴대폰 등도 비밀번호 설정을 해두면 비밀장치를 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연인이나 배우자, 부모가 알아내서 풀거나 비밀장치한 전자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서 그 내용을 알아내면 비밀침해죄가 되는 것이죠. 비밀침해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형법 제316조), 이 죄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법익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요. 영화에서 하루키는 병원 바닥에 떨어진 일기장을 발견하고 열어보지만, 일기장 자체에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키가 타인의 일기장을 읽은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키가 읽은 일기장의 주인은 동급생인 야마우치 사쿠라인데 사쿠라는 췌장에 병이 생겨서 몇 년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상태에요. 사쿠라의 병을 유일하게 알게 된 하루키는 사쿠라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1박 2일 여행도 다녀옵니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알고 사쿠라를 따라나선 하루키는 사쿠라와 기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는데요. 사쿠라는 1박 여행을 하려고 미리 힐튼호텔에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그러나 호텔측의 예약 착오로 하루키와 사쿠라는 더블침대가 있는 2인실을 받고 같이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요.

미성년자가 숙박업소에 혼숙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먼저 우리 민법상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자를 말하고,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자 중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을 제외한 자를 말합니다. 정리하면,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이 지나면 더 이상 청소년은 아니지만, 그해 생일 전날까지는 미성년자라는 의미에요. 나이 계산부터 복잡하죠. 우리나라는 청소년보호법상 숙박업소에서 청소년 남녀 혼숙이 금지되고 이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유의할 것은 청소년 남녀 혼숙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 자는 숙박업자이고 혼숙을 한 청소년은 아닙니다.

따라서 숙박업자는 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서 출입자의 나이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요. 만약 무인기기로 숙박료를 정산하거나 OTA(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청소년이 숙박 예약을 하는 경우에는 나이 확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숙박업자가 처벌될 수 있을까요. 2016년에 성인 남성과 청소년 여성의 혼숙을 방조한 행위에 대하여 무인텔 업주에게 투숙객의 나이 확인 의무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2016. 12. 20.경 숙박업 운영자는 직원을 배치하거나 설비를 갖춰서 출입자의 나이 확인을 해야 한다고 법이 개정되었고, 따라서 무인텔 운영자도 당연히 출입자의 나이 확인을 할 수 있는 종업원을 배치하거나 기타 설비를 갖출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어요. 이에 따라 2020년에는 무인텔 업주에 대해 청소년 혼숙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과징금 189만원을 부과한 사례에서 지자체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판례 사안 중에서 남녀가 숙박업소에서 약 30여 분간 머물다가 나왔기 때문에 혼숙이 아니라는 숙박업자의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숙이란 미성년자를 포함한 남녀가 같은 객실에 들어가 상당한 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을 말하고 꼭 성관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성인 남성과 청소년 여성이 숙박업소에서 약 30여 분간 머물다가 간 경우에도 숙박업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영화에서 하루키는 사쿠라가 죽은 1년 후에도 여전히 고등학생이므로 두 사람이 후쿠오카로 여행을 갈 때는 만 19세가 아니라 만 18세로 추측됩니다. 만 18세 사쿠라가 호텔 예약을 미리 한 경우에 우리 법에 따르면 호텔 측은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할까요. 사쿠라가 인터넷으로 호텔 예약은 할 수 있지만 호텔 직원은 체크인을 할 때 사쿠라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고, 사쿠라 혼자 숙박한다면 친권자 동의서 등의 서류를 요구한 후 사쿠라 혼자 숙박은 가능하다고 보여요. 그러나 사쿠라와 하루키와 호텔에서 같이 숙박을 한다면 호텔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숙박을 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하면 안 됩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같은 방에서 혼숙을 하므로 체크인 업무를 처리한 직원과 양벌규정에 의하여 힐튼호텔 운영자는 처벌받게 됩니다.

청소년의 연애가 보편화 되었지만 관련 법령은 점점 엄격해지는 경향이에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만든 청소년 연애물이어도 혼숙이 등장했을지 의문을 가지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