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를 아십니까? 바로 <블레어 윗치>(1999)라는 공포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제작 비하인드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두 명의 공동 감독이 거짓말을 해서 대박 흥행을 이뤄낸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이건 어떤 젊은 영화인들의 성공한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네스북에 오르다

<블레어 윗치>는 흥행 수익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화입니다. 1999년, 이 영화는 6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2억 4863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당시 인플레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7천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2900억원 이상을 벌었다면 대체 몇 배의 수익률을 올린 걸까요? 덕분에 영화는 '장편 주류 영화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영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죠. 그런데 이 영화가 어쨌기에 이런 엄청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진짜냐 가짜냐

<블레어 윗치>는 "1994년 10월, 세 명의 영화학도가 메릴랜드 주의 버킷스빌이라는 숲(Burkittsville, Maryland)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도중 실종됐다. 1년 후 그들이 찍은 필름만 발견됐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합니다. 앞으로 보게 될 영화 속 영상이 그때 발견된 영상이라는 것이죠.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1994년 10월 21일, 세 명의 영화학도 헤더 도너휴, 조슈아 레오나드, 마이클 윌리엄스는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어느 숲 속으로 떠납니다. 헤더는 8mm 비디오 담당으로 여정의 모든 걸 기록하는 걸 맡았고, 조슈아는 흑백 16mm 카메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마이크는 음향을 담당하는 구성의 다큐 제작팀이었죠.

3명의 단출한 구성으로 이뤄진 이 팀은 200년 넘게 전해지는 전설을 취재할 예정이었습니다. 블레어라 불리는 깊은 숲에서 발생한 어린이 대량학살의 원인으로 불리는 초자연적 유령에 대한 전설, '블레어 윗치'에 얽힌 진실을 밝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죠. 그런데 이들은 촬영 도중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무언가에 습격을 당하게 됩니다. 이후 상황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실종됐다가 촬영 테이프만 발견된 것이지요.


촬영은 진짜로

당시 사람들은 이 영화가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영화가 상영된 후에도 이 소식을 영화가 아니라 소문으로만 접하고 진짜라고 믿어버린 관객도 있고, 일부 관객 중에는 영화를 보고도 진짜라며 자신들이 직접 숲으로 찾아가 마녀사냥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됐던 지역 숲 일대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와 히치하이킹을 하고 지역 도로 표지판을 떼어가는 등 곤욕을 겪었습니다. 통제불능 상황에까지 이르자 시에서는 영화 상영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죠. 

물론,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진짜였다고 믿는 관객은 아무도 없죠. 그러니까 속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는 전부 거짓말로 이뤄진 말 그대로 '영화'라는 것입니다. 진짜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배우들도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했던 배우 헤더 도너휴의 엄마는 관객들로부터 딸의 실종을 위로하는 편지도 엄청 받아야 했습니다.



배우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엄마의 편지는 양반입니다. 이 영화는 제작진이 배우들을 극한의 공포 상황으로 몰아넣어 괴롭힌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다니엘 미릭 감독과 에두아르도 산체스 공동 감독은 배우들에게 무전기만 던져주고 지정 장소를 알려준 뒤 알아서 이동하며 영화를 찍게 했습니다. 실제 영화 대부분의 촬영을 배우들이 직접 한 것이죠. 심지어 숲 속에 떨궈 놓고 제대로 길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배우들은 길을 여러 번 잃어가면서 촬영해야 했습니다. 배우들에게 각가 GPS 추적기를 준 다음 해당 위치까지 알아서 찾아가게 했습니다. 또 배우들에게 각각 자신만 아는 상황 설정이 담긴 메모를 건네준 다음 즉흥적으로 상대가 어떤 대사를 하는지 모르게 진행했죠. 또 이 못된(?) 감독들은 배우들이 밤에 잠이 들었을 때 텐트를 일부러 마구 흔들어 아무런 경고 없이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했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 소리 등도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사전 경고 없이 만들어 배우들을 '진짜'로 놀라게 만들었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서로 싸우고 사이가 안 좋아지는 모습을 찍기 위해 음식을 제한적으로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 패닉 상황이 영화에 고스란히 '리얼리티'가 되어 담긴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촬영에 임했던 배우들의 프로정신도 대단합니다. 그 상황에서 촬영을 관두지 않고 영화의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8일 간의 촬영 기간 동안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한 채로 생활했다고 하니까요. 이들이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의 암호는 '타코'였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다가 누군가 "타코"라고 외치면 진짜 자신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었죠. 참여한 배우들에게는 전설이 진짜라고 알려줬고 배우들은 나중에 영화를 보고서야 전체 기획 의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일당은 1천 달러
칸 영화제 등에서 소개될 때 제작진이 길거리에 붙여놨었다는 홍보용 전단지. 이를 보고 진짜라 여겨 벽보를 떼어내거나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니엘 미릭 감독과 에두아르도 산체스 공동 감독은 영화를 준비할 때 일반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라 30페이지 분량의 상황 설정만을 만들어 놓고 촬영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 대부분은 배우들이 직접 실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내뱉은 절규에 가깝기 때문에 촬영 전에 뭔가를 짤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여배우 헤더 도너휴가 이 영화 출연을 위해 오디션을 봤을 때는 이렇게 영화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우거진 숲에서 촬영하는 즉흥 장편 영화. 촬영은 지옥이 될 거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는 "당신이 지금 9년 동안 감옥 살이를 하는 중인데 우리가 가석방을 하려고 한다. 당신은 지금 왜 나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주저하거나 당황하면 바로 탈락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촬영에 임한 배우들은 8일 간의 촬영 동안 일당 1000달러를 받고 찍었습니다. 배우 개런티가 총 3만 달러도 안 되는 예산이었던 것이죠.


파운드 푸티지 장르 탄생

영화 장르 중에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존재합니다. 가짜 다큐멘터리, 모큐멘터리라고도 하는데 주로 문화나 정치를 풍자하기 위해서 어떤 현상이나 인물 등을 희화화해 만드는 다큐멘터리인 '척'하는 영화를 말합니다. <블레어 윗치>도 크게 이 가짜 다큐멘터리 장르에 속합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조금 성격이 달라요. 엄밀히 따지자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 발견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영화 속 설정은 주로 공포 영화 장르에서 재미있게 활용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발견된 영상, 즉 파운드 푸티지 장르가 자리잡게 됐죠. <블레어 윗치>가 탄생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습니다.  

<블레어 윗치> 외에 대표적으로 파운드 푸티지 성격의 영화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가 있죠. 두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 외에 <클로버필드>, <REC> 등의 영화가 어떤 재난 상황 이후에 그때를 생생하게 기록한 영상을 발견해 보여주는 컨셉으로 제작한 대표적인 장르 영화들이죠. 데인 드한 주연의 저예산 SF <크로니클>, <인투 더 스톰> 같은 영화도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특성을 영화에 적용했고요. 아이들이 집안에서 벌이는 파티 현장을 찍는다는 컨셉의 <프로젝트 X> 같은 코미디 영화에도 쓰입니다.

<가려진 시간>도 파운드 푸티지?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은 유괴살인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유일한 생존자인 한 소녀가 정신 치료 상담사에게 육성으로 증언하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컨셉의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전체는 사실상 소녀가 사건을 겪은 후에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증언하는 것을 재연했다는 설정이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파운드 푸티지라기보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특징을 일부 차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장르적 특징을 가진 영화는 영화세계 안에서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강조하게 됩니다. 관객에게 가상의 '리얼리티'를 제공해주면서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장치인 것이죠.



마케팅의 승리

<블레어 윗치>의 성공 신화를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하면,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명의 젊은이들이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며 비디오 카메라와 촬영 영상만 발견됐다는 주장은 관객을 꾀기 위한 미끼였습니다. <블레어 윗치>는 이렇게 거짓 정보를 영화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한 최초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마케팅은 철저하게 사전 계획된 것이기도 했죠. 영화가 공개되기 1년 전에 이미 웹사이트를 개설해서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해왔고, 거기에 전설과 사건에 관한 자세한 보고서 등을 올려서 관객들을 속인 것이지요. 이 정도면 거의 사기죄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거대한 거짓말을 구상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마케팅은 입소문의 전설적인 예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중입니다.

P.S
곧 개봉할 <블레어 위치>(제목이 살짝 다릅니다)는 이 영화의 속편 격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해당 영화의 사건으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죠. 이 영화 역시 재미있는 제작 과정을 거쳤습니다. 속편 <블레어 위치>의 제작진은 외부에 알릴 때 <더 우즈>라는 제목의 다른 영화를 촬영 중이라는 식으로 했고, 심지어 배우들의 출연 계약도 <더 우즈>라는 영화로 했다고 하는군요.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제작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영화가 <블레어 윗치>의 속편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