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하면 자연스럽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고립된 상황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많은 공포 영화들은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하지만 우리가 처음 접하는 공포 이야기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경험담이나 '썰'인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포의 아이콘들 또한 전설이나 설화에 기반하는 경우가 대다수. 그렇듯 공포에서 사람들을 통해 공유되는 '괴담'이나 '설화'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이번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또한 이런 괴담, 전설을 반영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는 최근 시국을 고려해 OTT 서비스 웨이브(WAVVE)에서 관람할 수 있다.

BIFAN X 웨이브 온라인 상영 이용 안내

- 상영 기간 : 7월 9일(금) 10:00 ~ 7월 18일(일) 23:59

- 가격 : 장편 5,000원 / 단편 1,000원

ㄴ 관람료 결제 후 24시간 내에만 관람 가능

- 구입 방법 : 웨이브(wavve) 회원가입 및 로그인 후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APP(애플리케이션)


살인 청바지

웃긴데 잔인해서 더 섬뜩한

리비는 의류 매장 CCC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CCC는 다음날 발매할 새로운 청바지 제품을 위해 야근에 들어간다. 이번 청바지는 사용자의 몸에 맞춰지는 이른바 '슈퍼 셰이퍼' 청바지. 그런데 수많은 청바지 중 하나가 마치 의식을 가진 것처럼 사람을 홀려 그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리비를 비롯한 CCC 직원들은 살아움직이는 청바지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가면이나 구두 등, 예로부터 사람 몸에 닿는 의류들은 공포의 상상을 자극했다. <살인 청바지>는 그런 괴담들을 청바지라는 현대 패션의 일부로 가져왔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가 의식을 갖는다면, 그것도 사람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살인 청바지>는 잔인하면서도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살인 청바지'를 그리는 데 성공한다. 약간 어처구니없는 설정인 걸 아는지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을 곁들여 정신없는 살인극에 단맛을 더한다. 공포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란 분석처럼 은근하게 묵직한 주제의식을 내비치는 용기도 인상적이다.


버켓 오브 블러드

깜놀, 잔인함 대신 그로테스크함으로 승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이런 소재를 접해봤을 것이다. '한 화가가 물감으로 피 색깔을 내지 못해 고심하던 중 진짜 피를 사용하게 된다' 같은. 로저 코먼의 <버켓 오브 블러드> 또한 이런 내용을 다룬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 월터는 조각상을 만들어 예술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열정을 따라가지 못한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고양이가 죽자 월터는 고양이 사체를 이용해 조각상을 만든다. 이 조각상은 (당연히) 화제를 모으고, 월터는 또 다른 작품 제작에 착수한다.

1959년 영화답게, 그리고 영화의 완성도보다 상업성에 치중한 (그래서 오히려 거장으로 칭송받는) 로저 코먼 감독 작품답게 영화는 빠른 전개로 월터의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면서 전혀 볼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월터의 작품에 찬사하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를 유발하고, 월터의 변화에 시시각각 반응하듯 극단적인 조명은 그의 위험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월터의 작품'들의 기괴함과 월터를 연기하는 딕 밀러의 수준 높은 찌질이 연기는 화룡점정.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잔인함을 살짝 곁들인 기괴한 악령 대방출을 구경하라

남편은 바지 양쪽 끝단 길이가 다르다고 투덜대고, 부인은 누구도 모를 거라고 그를 다독인다. 누가 봐도 참 평범한 중산층 노년 부부. 그런데 그 두 사람이 문을 열고 한 여자를 끌고 들어온다. 그것도 임산부를. 이 평범해 보이는 헨리와 오드리는 임산부 베커의 아이를 이용해 손자 잭슨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포스터에서 십자가가 거꾸로 새겨졌듯, 이들은 악마를 소환하고 그때부터 주변에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들을 수 있는 흉흉한 '실종'과 '악마 숭배', 두 개의 키워드를 영리하게 결합했다. 납치로 장식한 오프닝을 제외하면 초반은 다소 심심하리만큼 흘러가지만, 이 초반을 토대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다양한 방식의 공포를 유발한다. 특히 악마 소환 이후 부부의 집에 출몰하는 악령들의 모습은 단연 독보적이다. 딱 봐도 공포스러운 악령부터 평범하지만 반복으로 위화감을 유발하는 악령까지, 저스틴 G. 다이크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한다. 상냥한 외면 뒤로 손자에 대한 집착을 품은 부부를 연기한 쉘리아 맥카시, 줄리안 리칭즈 두 배우의 존재감이 영화를 꽉 채운다.


제이콥의 아내

잔잔함 속 유혈낭자 대잔치

마을의 목사 제이콥과 그의 아내 앤. 두 사람은 부족함 없이 살고 있지만, 앤은 다소 뻔한 일상에 지쳐가고 있다. 그러던 중 폐허가 된 공장을 재건하기 위해 앤의 전 연인 톰이 찾아오고, 앤과 톰은 잠시 일탈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그때 앤은 불의의 습격을 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목에 구멍 두 개가 생겨있다. 동시에 마을엔 실종자가 하나씩 생겨난다.

<제이콥의 아내>는 공포 영화의 오랜 팬이라면 반길 만한 작품이다. 일단 주인공이 <리애니메이터>, <지옥 인간>, <유아 넥스트> 등에 출연한 '호러 퀸' 바바라 크램톤(제작에도 참여했다)이고 고즈넉한 마을과 흡혈귀라는 소재도 고전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고전 공포 영화의 향수가 물씬 난다. 당장 오리지널 포스터에서 <후라이트 나이트>가 보이는 것처럼. 그 외에도 신과 악마, 평화롭지만 지루한 일상과 위험하지만 생기 넘치는 변화 등 영화 전반에 대립 구도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한편으론 전개마저 고전적이라 아쉽지만 숨 돌릴 타이밍에 등장하는 잔인한 묘사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준다.


사메지마 사건

시작한지 5분 만에 발진하는 동양식 공포 롤러코스터

나나와 관현악 동아리 동창들은 코로나 때문에 화상통신으로 동창회를 진행한다. 원래 모이기로 했던 친구들 중 아유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옛 추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갑자기 아유미가 저주에 걸린 모습으로 화상통신에 등장하고, 그때부터 친구들은 아유미와 함께 고향에 남은 동창생을 추궁한다. 동창생의 입에서 '사메지마 사건'이란 말이 나오자 동창회 인원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일본의 커뮤니티 '5ch'(구 2ch)에 올라온 '사메지마 사건' 괴담을 차용한 일본 공포 영화. '사메지마 사건'은 한 유저가 "사메지마 사건을 얘기해보자. 당시의 충격이 생생해"라는 식으로 떡밥을 던지자 다른 유저들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 완성된 허구의 괴담이다. <사메지마 사건>은 이 괴담을 토대로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한 연출을 접목해 공포를 끄집어낸다. 전체적으로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와 <곤지암>을 혼합한 방식이고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조명 사용으로 관객의 시야를 제한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덕분에 극장에서, 혹은 집에서 불을 전부 끄고 본다면 공포감이 배가 될 영화. 다행히 기자 같은 쫄보도 웨이브로 보면서 덜 무섭게 볼 수 있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