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이완 맥그리거가 앞만 보며 내달린다. 그 급박한 발걸음을 쫓아 나오는 음악은 이기 팝의 'Lust For Life'.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그 장면과 음악만은 알고 있을 정도로 이 역동적인 영상과 음악은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흔들며 <트레인스포팅>을 청춘의 영화로 만들어주었다.

청춘이 등장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들이다. 마크 렌튼(이완 맥그리거)과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이라곤 모여서 함께 마약을 하는 것이다. 영화 안에선 계속해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과 별개로, 또는 그 사건들과 연계해 계속해서 마약을 한다. 어빈 웰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기성세대의 틀과는 다른 삶을 택한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아무것도 택하지 않았다. "인생을 선택하라. 하지만 나는 인생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다"라는 소설 속 문장은 이를 잘 나타낸다.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 속 내용은 대신 감각적이고 신선한 영상과 음악으로 가득 채운다. <트레인스포팅>이라는 영화 제목을 말할 때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완 맥그리거의 질주, 또 변기 속을 유영(?)하는 장면은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그 빛남을 잃지 않고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그 인상적인 장면마다 함께하는 음악이 있다. 이기 팝의 'Lust For Life'가 없었다면 이완 맥그리거의 질주가 그처럼 생동감 넘칠 수 있었을까? 이완 맥그리거가 변기 속으로 빠져들어가 유영하는 장면이 더 아름다워 보였던 건 브라이언 이노의 'Deep Blue Day'의 앰비언트 사운드가 물속 전체를 함께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환각'의 장면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과 함께하며 더 환각적으로, 더 환상적으로 변한다. 가령 루 리드의 'Perfect Day'가 흘러나올 때 그 모든 것이 완벽해진다.

극중 마크 렌튼은 "영국이라는 나라는 X신들이 만든 국가"라며 저주를 하고 "개성은 찾을 수가 없고 규율만 강조하는 지랄 맞는 나라가 영국"이라며 악담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화에 흐르는 음악이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최소한 <트레인스포팅>의 사운드트랙에 있어서만은 위대한 '대영제국'을 찬양할 수밖에 없다. 루 리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국의 음악가들이 사운드트랙을 채우고 있다. 이기 팝, 브라이언 이노, 뉴 오더, 펄프 같은 거장들부터 블러, 엘라스티카, 슬리퍼 등 당시 미래가 밝은 신인 밴드들의 음악까지 고르게 담겨있는 사운드트랙은 음악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그 자체다.

언더월드의 'Born Slippy'로 큰 여운을 남기며 영화의 막이 내린 지 어느새 20년이 되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트레인스포팅 2>20172월에 개봉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0살의 나이를 더 먹었지만 이완 맥그리거는 2편에서도 여전히 뛰어다닐 거라 한다. 영상 속에서 함께할 음악은 어떤 것들일까? 영화만큼이나 음악도 궁금해진다.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