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는 재개봉 열풍입니다. 신작처럼 재개봉 기념 포스터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특히 요즘에는 벽에 붙여두고 소장하고 싶은 포스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개봉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그 영화들의 포스터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카피와 디자인 느낌만으로도 시대 감성의 변화(?)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뜻밖의 재미(?)가 있었으니~ 자 그럼 한 번 비교해볼까요?


인상적인
재개봉 포스터들

<500일의 썸머>
 7년 2010 개봉. 2016 재개봉

폭풍 공감(?) 영화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영화 <500일의 썸머>. 기존 포스터는 톰(조셉 고든 레빗)의 반팔 티셔츠 안에 썸머와의 500일을 담았습니다. 설마 반팔 티도 제목이 썸머라서 반팔인 건 아니겠...죠?ㅋㅋㅋㅋ 그에 반해 재개봉 포스터는 좀 더 은유적입니다.

커다란 디자인 폰트로 '[      ] DAYS OF SUMMER'. '[    ]'부분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의 복잡한 연애 과정을 함축하고 호기심을 일으키게 만들었죠.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있다'라는 카피는 '잘 지냈니?'라는 카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둘 다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한 줄이네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28년 1989 개봉. 2016 재개봉.

'독신 여기자 「샐리」. 청춘의 이혼남 「해리」-. 그들이 12년 동안 벌이는 이상한 사랑 이야기! 전에 경험한 그 어떤 사랑보다도 모던하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전 미국의 성인들이 89년 7월부터 지금까지 몸살을 내며 열광했던 바로 그 영화!!'

요즘은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들의 향연입니다. '독신 여기자', '청춘의 이혼남'이 대표적이죠. 12년 동안 친구처럼 지내는 이야기가 그 당시엔 '모던'하고 '이상한 사랑 이야기'였나 봅니다. 도대체 몸살을 내며 열광하는 건 어떤 열광인지도 궁금하네요.ㅋㅋㅋㅋ 당시엔 트렌디한 영화였지만 2016년엔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키는 예쁜 포스터가 되었습니다. 해리와 샐리가 마주보고 있는 예쁜 투 샷은 그대로 두어서 향수를 자극!

<레옹>
19년 1995 개봉. 1998, 2013 재개봉

지금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레옹> 포스터는 재개봉 당시에는 시선을 끄는 과감한 포스터였습니다. 기존 포스터 하단에 자리 잡은 작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포스터로 만들었죠. 후에 KBS 드라마 <스파이>의 포스터가 이와 유사하게 만들어 이슈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몽상가들>
10년 2005 개봉. 2014 재개봉.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심의 기준이 변하기엔 10년도 짧았나 봅니다. 왼쪽이 개봉 당시 포스터, 나머지 두 포스터가 재개봉 포스터였는데요. 가운데 포스터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예전 포스터와 별 차이가 없는 재개봉 포스터가 만들어졌죠.

가운데 포스터가 심의 반려된 이유는 뭐였을까요? 바로 남배우의 머리가 에바 그린의 가슴에 닿았다는 것, 한 침대에 누운 세 남녀의 포즈가 전체 관람가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침대도 없애고, 가슴 아닌 목덜미를 베고 누워있는 원래 포스터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14년 2003 개봉. 2016 재개봉

이 영화를 본 관객들 모두 피렌체를 꿈꾸게 했던 바로 그 영화. 마치 그 옛날 파워포인트 효과를 준 것 같은 대문짝만한 배우들의 얼굴들이 시선을 강탈하네요. 2016년형 포스터에는 하단의 이미지만 사용해 심플함을 강조했습니다. 배우 얼굴이 제일 크게 나와야 했던 예전 포스터에 비해 요즘은 확실히 예쁨을 추구하는 것 같군요.

<이터널 선샤인>
11년 2005 개봉. 2015 재개봉.

<이터널 선샤인>을 인생 멜로로 꼽는 관객이 많아져서 그런 걸까요? 재개봉 포스터에는 설원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개봉 당시 포스터는 기억을 지우는 판타지 설정을 강조했네요.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은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감성은 재개봉 포스터가 더욱 잘 담은 것 같네요.

<메멘토>
14년 2001 개봉. 2014 재개봉.

역시 옛날 포스터의 매력은 밑도 끝도 없는 스케일의 카피입니다. 관객들 모두 영화에 항복하게 만들었다던 바로 그 영화. 물론 카피로 힌트인 듯 힌트 아닌 힌트도 줍니다. '아무것도 믿지 마라... 그것이 힌트다!'라고요. 2014년 재개봉판은 그에 비해 여러모로 세련되었습니다. 마치 퍼즐처럼 주인공 상반신을 4컷으로 나누었고요. 그 안에는 영화 속 단서들을 숨겨 놓았죠. 흑백 이미지와 폰트는 클래식한 이미지를 주었죠.


재개봉 앞둔 포스터들

이번엔 재개봉을 앞두고 얼마 전 새로 만든 포스터들을 살펴볼~까~요~? 재개봉 일정도 챙기고 포스터도 구경하고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1월

<빌리 엘리어트>
17년 2001 개봉 2017.01.18 재개봉

역시 옛날 포스터의 미덕은 '친절'입니다. 덕분에 작품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작품인 걸 알았네요. '가자! 아직은 남아있는 꿈의 세상으로!'라는 카피가 교훈 영화 느낌 팍팍 나게 만드는군요. (학교에서 많이 보여준 이유가 있었다..?)  카피에 낑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리가 있는 힘껏 도약하는 이미지도 인상적입니다.

이 포스팅을 쓰게 만든 <빌리 엘리어트> 재개봉 포스터는 이전 포스터의 계몽적(?) 느낌을 덜어냈습니다. 대신 발레 하는 소년의 몸짓을 통해 꿈꾸는 소년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 같네요. 폰트마저도 발레를 하는 것처럼 나풀거리는 게 넘나 예쁘죠?

<여인의 향기>
25년 1993 개봉. 2017. 01. 19 재개봉

나만 사기당했나 <여인의 향기>가 탱고 영화인 줄 알았던 사람 손? 뒤늦게 이 영화를 본 에디터는 저 여자가 주인공이 아니었음에 멍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위스키 한 잔, 시가 한 개비, 그리고 제목 위의 수많은 훈장들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찰리와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정작 주인공인 찰리와 프랭크는 흑백 처리해서 망령(?)처럼 배경에 깔아놓고... 카피와 이미지가 따로 노는 이 느낌적인 느낌.

재개봉 기념 포스터에선 카피와 이미지를 깔끔히 통일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정말, 아예, 탱고 영화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탱고'라니;; 분명 에디터처럼 풍문으로 듣고 이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조금은 당황할 수도.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9년 2009 개봉. 2017.01.19 재개봉

음... 둘 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느낌은 뭘까요.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의 중요 포인트를 다르게 잡았다는 것입니다. 이전 포스터가 10대 소년과 30대 여자의 비밀스러운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재개봉 포스터는 이들의 길고 깊은 사랑에 더 집중한 것 같습니다. 얼굴을 클로즈업했던 기존의 포스터와 다르게 재개봉 포스터는 풀샷을 선택한 게 가장 큰 차이네요.

2월

<사운드 오브 뮤직>
40년 1978 개봉. 1995, 2012, 2017. 02. 02 재개봉

한자가 나와서 당황하셨죠? 사실 제가 당황했네요. 기존 포스터는 70mm 필름 포맷으로 촬영한 아름다운 알프스 산을 강조했고, 마리아 선생님과 이하 아이들의 해맑고 발랄한 모습이 보입니다. 한쪽 구석에 증명사진 같은 트랩 대령도 발견하셨죠? 벌써 세 번째 재개봉인데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명작. 무슨 설명이 필요 있을까요? 재개봉 포스터는 심플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추억 자극하는 명장면을 그대로 따오고요. 폰트 모양도 비슷하게 만드는 센스!

<아무도 모른다>
13년 2005 개봉. 2017. 02. 09 재개봉.

누적 관객 수 4만5515명. 아무도 모르게 개봉했지만 뒤늦게 찾아보고 싶은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재개봉합니다. 개봉 당시 포스터는 정말 전형적인 한국 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죠. 최근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것에 맞춰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아련한 카피와 뿌연 필터가 돋보이네요.

3월

<라빠르망>
21년 1997 개봉. 2017.03 재개봉

분위기가 넘나 다른 것. 재개봉 영화를 찾다가 처음 알게 된 영화인데요. 재개봉 포스터에는 여신이라 소문난 모니카 벨루치의 청초한 미모를 강조했습니다. '3색 사랑의 열병'이라는 카피와 전체적인 살색(?) 톤의 기존 포스터가 궁금증을 더 자아내긴 하지만...(응?) 재개봉 포스터는 방에 걸어두고 심신이 피폐할 때마다 보면 정화될 것 같습니다. 기존 포스터는 붙여놓긴 좀... 그렇죠? 

<태양의 노래>
11년 2007 개봉. 2017. 03 재개봉

요즘 재개봉 포스터를 일러스트 포스터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새로 제작한 포스터는 소설책의 표지 같네요. 에디터 개취로는 기존 포스터의 색감과 카피는 지금 봐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당시 유행(?)처럼 배우들의 얼굴도 대문짝만하게 안 만들었었네요.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남았던 영화 속 해바라기 장면이 떠오르게 하는 색감이 지금 봐도 예쁘네요.

<델마와 루이스>
25년 1993 개봉. 2017. 03. 재개봉.

여러분. 왼쪽에 있는 포스터가 믿기지 않겠지만 재개봉 포스터입니다.(에디터도 깜빡 속을 뻔.) 이미지는 그렇다 쳐도 카피나 폰트는 좀 바꿔주면 안되나요.ㅠㅠ 글씨체와 카피의 분위기마저 세월의 변화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포스터입니다. 그나마 새로 만든 일러스트 포스터가 있긴 하지만 조금 아쉽네요.


지금까지 재개봉 영화 포스터들을 쭈욱 모아보았습니다. 스크롤 압박을 위해 이만 자제할게요! 자, 여러분은 어떤 포스터가 마음에 드시나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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