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뭐라고요? HBO에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요? 이런 방송국 놈들... 아무튼 이렇게 먼 곳까지 직접 찾아오셨으니 맛보기로 잠깐 머물다 가시죠. 사양하지는 마시고요. 여기가 바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그곳 아닙니까."
"이곳 <웨스트월드>로 말할 것 같으면,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도 즐길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혼자 와서 신나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삶을 경험해보는 신종 테마파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VR 체험 같은 거 아니냐고요? 그런 조선시대, 아니 인디언 시대 고전 기계와 '웨스트월드'를 비교하진 말아주세요. VR은 방 안에 혼자 드러누워 렌즈 너머에 보이는 그럴싸한 이미지를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 <웨스트월드>는 인간이 상상하는 어떤 것이든 진짜 현실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단순 이미지가 아니라 만지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진짜 현실이요."
"서부 시대 총잡이가 되어보고 싶은가요? 당신이 총잡이가 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저희가 직접 제작해서 갖춰놓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마을을 짓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을 당신에게 그냥 드립니다. 와서 마음껏 놀다 가십시오. 모든 마을 사람들은 당신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 신체와 똑같이 만든 생체 로봇이라서 리얼합니다. 호스트라고 부르는 그 로봇과는 사랑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곳 <웨스트월드>에 오면 당신이 왕입니다."
상상 초월 떡밥 드라마
HBO에서 제작한 10부작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먼 미래에 인간이 생체 로봇을 만들고 그것들에게 기억과 감정을 주입시켜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사고를 하는 존재를 만들어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많은 SF 영화에서 봐왔던 설정입니다만, <웨스트월드>가 사실은 좀 선배 격인 이야기입니다.
1973년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 <이색지대>가 바로 이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이야기의 골격은 똑같습니다. 인간이 로봇 테마파크를 만들어 가상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합니다. 사람들은 서부시대, 로마시대, 중세시대 등의 테마에 맞춰 그 시대 사람이 그대로 되어보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말이 좋아 시대 체험이지, 사실은 그저 시대별 쾌락 체험을 하는 곳입니다. 일상에서 즐길 수 없는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일탈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의 해소 공간인 그곳은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로봇들은 매일 강간당하고 살인도구로 쓰이기 위해 제조되고 사람들은 점점 그 괴기스러운 일탈에 중독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로봇의 이상한 버그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고 일대 반란이 일어나게 된다는 오싹한 이야기죠.
10부작 드라마는 원작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확장해서 보여주는데요. 영화가 거두절미하고 '웨스트월드'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태, 그리고 로봇들의 대규모 반란 현상만을 집중해서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다루는 인물의 반경을 확장합니다. 애초 '웨스트월드'라는 공간과 로봇을 처음 창조한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로봇들이 왜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연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요.
호스트라 부르는 로봇들의 창시자인 로버트 포드 박사(앤소니 홉킨스)와 그의 부하 과학자 버나드(제플리 라이트),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기 시작하는 일종의 버그가 생긴 호스트, 돌로레스(에반 레이첼 우드), 메이브(탠디 큐튼) 등의 캐릭터를 통해서 '웨스트월드'를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과 로버트 박사 사이의 암투를 다루고 있고, 또 테마파크를 즐기러 온 수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왜 이를 두고 떡밥 드라마라고 소개하느냐면, 바로 이 드라마의 제작을 맡은 사람들의 이름 때문입니다.
J.J. 에이브럼스 & 조너선 놀란
웨스트월드라는 가상의 테마파크의 기원에서부터 그곳이 번영, 쇠락의 길을 걷기까지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그곳을 찾은 수많은 인간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는 아주 머리 아프게 복잡한 이야기는 할리우드 떡밥의 대마왕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배드 로봇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고,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의 각본을 썼던 조너선 놀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맞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이죠. 이 놀라운 할리우드 괴짜들이 뭉쳐서 만들었으니 보통 복잡하고 촘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요.
충격적인 비주얼
이 드라마는 수많은 SF 영화에서 봐왔던 미래 로봇의 이미지, 무분별한 과학 발전이 초래하는 대참사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면서 동시에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 역시 적재적소에 배치해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여줍니다. 주로 호스트의 창조주인 로버트 박사가 하는 말 중에 이런 받아 적을 대사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의미와 재미가 적절하게 섞인 이 작품은 아무래도 기이한 SF 소재의 드라마이다 보니 역시 비주얼이 충격적입니다.
호스트들이 사람의 손에서 죽어나가거나 혹은 거꾸로 탄생되는 순간을 다루는 이미지들은 징그럽고 괴상하고 비인간적이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신의 영역에 감히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 같다고 할까요? 호스트의 신체를 만들어내고 의식을 주입시키는 모든 장면이 원작 영화 <이색지대>가 처음 보여줬던 충격적인 이미지를 많이 보완해서 보여주지요. 다소 선정적인 이미지나 장면 묘사가 분명히 포함된 관람 등급이 꽤 높은 드라마라는 걸 알려드리고요. 2016년 12월에 시즌 1이 끝나면서 엄청난 떡밥투성이 결말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 많은 떡밥을 차마 스포일러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참, 배우들의 열연 소개를 덜 했네요. 생체 로봇 호스트를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이 인간적이면서도 기계적인 로봇 연기를 동시에 해야 했던, 그리고 과감한 노출 연시도 불사해야 했던 여건 속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돌로레스 역의 에반 레이첼 우드와 메이브 역의 탠디 뉴턴 등이 드라마 전체의 중심을 이끌고 가는 배우들입니다. 감정 없는 로봇이 주입된 기억이 엉키면서 일종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등의 미묘한 표정 연기도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근래 봤던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파격적인 시즌 1의 피날레 장면 때문에라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고, 또 그래서 더욱 시즌 2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주말에 정주행하기 딱 좋은 드라마지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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