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이화정 <씨네21> 기자
봉준호 세계의 전투적인 여성들의 궤적
★★★☆
옥자를 향한 막무가내 질주. 산골 소녀 미자는 <플란다스의 개>의 현남과 <괴물>의 남주, 현서, 또 <마더>의 마더와도 꼭 닮았다. 그들은 궁금해하고, 찾고, 구하고, 쫓으며, 달린다. “옥자야” 하는 절박한 소녀의 외침이 강원도에서 시작해, 서울 도심의 지하상가로, 뉴욕으로, 또 끔찍한 도축장을 꿰뚫고 관통한다. 자본이 독식하는 생태계를 비판하는, 작지만 청량하고 힘찬 구호.(더불어 다변화하는 플랫폼 구조, 그 꿈틀거리는 변화를 표면화한 기념비적 작품.)
송경원 <씨네21> 기자
E.T.와 괴물 사이 어딘가, 그래도 여전히 봉준호의 영화
★★★☆
소녀와 슈퍼돼지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중심에 놓고 공장형 축산업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묵직한 만큼 애잔한 한 방. 전체 관람가, 혹은 글로벌 관객을 타겟으로 한 만큼 쉽고 직설적이지만 봉준호 특유의 엇박자와 불협화음은 여전히 살아있다. 섞이지 않는 것들을 뒤섞어 자아낼 때의 묘한 쾌감이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고, 날카로운 마찰음이 시스템의 부조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웃기고 사랑스럽고 슬프도록 잔인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돼지와 소녀
★★★★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쉽다. 옥자라는 슈퍼돼지를 키우는 소녀 미자(안서현)는 빼앗긴 돼지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 줄로 요약되는 간단한 스토리 속에 다양한 영화적 요소들이 빼곡하게 담긴다. 산 속에서 동화처럼 시작한 영화는 도심의 추격전을 거쳐 결국 도살장이라는 지옥에 다다른다. 이 여정에서 소녀는 폭력과 자본주의와 저항을 배워간다. 매우 직접적으로 현실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론 우화적인 영화. 혹은 봉준호의 첫 ‘가족 영화’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봉준호 월드의 확장
★★★★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이 다뤄온 주제들이 뭉쳐 또 한 번 자기 확장을 이뤘다. 반려동물, 가족, 시스템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등 일관된 이야기를 매번 다른 형식으로 보여주고, 여전히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넘어서는 연출 감각이 놀랍다. 배두나, 고아성을 잇는 봉준호 월드의 새로운 히로인 안서현의 연기를 주목하길 바란다. 봉준호 감독이 극장 상영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한 화면을 고스란히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극장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박열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성실한 관찰과 존중감으로 인물을 대하는 태도
★★★☆
드라마틱한 사건을 갖춘 극이 아닌 ‘말의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제한된 공간 내에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풀기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인물과 그가 처한 상황의 윤곽을 최대한 꾸밈없이 또렷하게 그려나가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억울하고 선량한 조선인 VS 악랄한 가해자 일본인’이라는 평면적 도식을 벗어난 일제강점기 영화이자, 중견 감독의 신인 배우 발굴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소중한 영화다. 감독의 전작 <동주>가 윤동주의 이름에 가려있던 송몽규를 알렸듯,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을 역사에서 끄집어내 우리 앞에 선보인다. 이제훈의 명민함과 후미코를 연기한 신예 최희서의 당찬 연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의 의지는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
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무엇일까. 박열(이제훈)과 후미코(최희서)는 그것이 의지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강요당한 것이 아닌, 온전한 자의로 살아 움직이는 이들은 시종일관 형형하다. 두 사람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지만 위엄은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늘 당신의 삶의 의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멱살 잡고 묻는 영화. 박열과 후미코 두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게 최대한 간결한 영화적 형태를 유지한 이준익 감독의 사려도 깊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과 무정부주의
★★★
<동주>(2016)에 이은, 일제 강점기의 젊은이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도쿄의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그의 아내 후미코를 중심으로, 당시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습을 담는다. 정치적 항거만큼,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더, 박열과 후미코의 국적을 초월한 뜨거운 동지애와 로맨스가 관객을 움직인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에 대한 영화적 발굴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인 <동주>와 함께 ‘교육적 가치’로도 평가할 만한 영화. 후미코 역의 최희서는 작은 ‘발견’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정면을 응시하는 성실한 시선
★★★
클로즈업, 아웃포커스, 정면을 응시한 박열(이제훈)의 포스터가 영화의 톤을 압축하고 있다. 고증에 충실한 단단한 실화의 틀 위에 인물들의 뜨거운 감정을 부었다. 항일운동보다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 아나키스트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꾸준한 관심사가 본인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꽃피운 느낌. 다채롭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인물에 집중하는 성실함이 있다. 박열보다 가네코 후미코, 이제훈보다 최희서의 영화.
리얼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최진리, 성동일, 이성민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수현아, 도망쳐!”
★
만약 <리얼>이 품은 이야기를 모두 이해했다고 한다면 당신은 천재이거나 거짓말쟁이, 둘 중 하나다. 이 영화의 미장센은 ‘겉멋’에 가깝고 플롯은 ‘미로’에 근접하다. 영화라기보다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카지노 광고, ‘월리를 찾아라’ 한국판(다수의 스타 카메오가 나오지만, 숨은그림찾기 수준), 김수현의 극한 체험기에 가깝다. 이 무슨 괴이한 영화인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공허한 멋부림
★☆
한숨이 실소로 뒤바뀌는 137분간의 체험. 서사라는 구성 요소를 아예 잊은 듯 펼쳐지는 화려한 촬영과 미장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목적과 방향을 잃은 배우들의 열연은 공허하며, 젠더 감수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성적 묘사에서 받는 감흥은 불쾌함 그 이상이다. 김수현의 이름값 하나를 믿고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프로젝트는 오직 배우의 스타성에 기댄 콘텐츠 제작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지랄발광 17세
감독 켈리 프레몬 출연 헤일리 스타인펠드, 우디 해럴슨
송경원 <씨네21> 기자
멀리서 보면 고개 끄덕일 성장담, 가까이서 보면 너도 나도 이불킥
★★★
항상 주눅 들어 살던 17세 소녀 네이딘의 흑역사 압축기. 절친이 오빠와 연애를 하자 충동적으로 짝사랑남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후 내내 이불킥 할 사고들이 벌어진다. 설정, 전개, 결말까지 성장영화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내내 몰입하며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헤일리 스테인펠드와 우디 해럴슨 등 배우들의 연기가 절반, 그 시절에만 허락된 ‘지랄발광’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흐뭇함이 절반이다. 귀엽고 위태로워 더 사랑스런 그 시절의 반짝거림.
직지코드
감독 우광훈, 데이빗 레드먼 출연 명사랑 아네스, 김민웅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역사에 진실을 새겨 넣는 작지만 큰 시도
★★★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구텐베르크 말고 고려를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영화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직지심체요철)’의 비밀을 밝히는 추적극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누가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했는가를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우여곡절을 거쳐 역사를 대하는 태도로 뻗어간다. 한국 역사를 재조명하는 인물이 영화비즈니스와 경영학을 전공한 캐나다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노후 대책 없다
감독 이동우 출연 파인드 더 스팟, 스컴레이드
이화정 <씨네21> 기자
멸종위기 ’펑크세대’의 관찰기
★★★☆
수년 간 펑크를 하면서 돈 한푼 못 벌고 살아가는 청춘들. 대다수의 눈에 ‘대책 없어’ 보이는 이 군상들의 눈에, 대한민국이야 말로 ‘대책이 없다’. 그들은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이 대책이 전무한 사회를 향해 순수하게 자신의 젊음을 바친다. 펑크는 그래서 그들의 가치이자 신념이자 (없을지 모르지만) 미래다. 밴드 파인더스팟과 스컴레이더를 중심으로, 그들을 그저 근접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노후 대책 없다>는 단단하게, 펑크가 사라진 지금의 시대를 비판하고, 펑크 정신이 필요한 이유를 설파한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자, 꽤 괜찮은 결과물이다.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