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있어."

 
풍경(風磬) 소리를 휘파람으로 따라하던 아동복지사 제프리스(테렌스 하워드)가 얘기하자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이 맞장구친다.
 

"알아요!“

 
<어거스트 러쉬>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와 음악으로 가득 차있는 영화다. "들려요? 음악이요"라는 에반의 독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보리밭에 혼자 서있는 소년. 바람 소리와 바람이 보리밭을 흔들며 나는 소리를 에반은 지휘하고 있다. 자연을 향해 손을 휘젓던 이 작은 지휘자의 몸짓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선 상상하기 어려운 대형 오케스트라 앞에서 펼쳐진다. 어거스트 러쉬의 광시곡과 함께.

영화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스토리라인은 작위적이고 전개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류의 진부함이 묻어있다. 운명처럼 만나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촉망 받는 첼로 연주자 라일라(케리 러셀). 하룻밤의 사랑으로 라일라는 임신하지만 출산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계략으로 아이는 입양시설로 보내진다. 그 소년이 에반이고, 부모의 피를 물려받은 천부적인 음악성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음악의 힘으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내용. 과장해 말하자면 영화는 계속해서 우연이 반복된다.

루이스와 라일라
프레디 하이모어

헐거운 우연의 영화를 채워주는 건 음악 그 자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음악으로 가득 차있다. 내용은 작위적이지만 멋진 음악의 순간들이 등장한다. 루이스의 록 공연과 라일라의 클래식 공연을 교차시키는 장면이 그렇고, 제프리스가 휘파람을 부는 순간 에반과 교감하게 되는 장면이 그렇다. 또 영화의 주요 장면마다 음악은 멋진 역할을 한다. 처음 기타를 쳐보는 에반이 놀라운 연주를 들려줄 때 모두가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음악이 얼마나 멋진지를 새삼 느끼게 되고, 교회 성가대의 합창 장면은 음악이 사람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악보로 그려지는 음악만이 아니다. 그 어떤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대도시에 처음 도착한 에반은 지하철 소리, 개가 짖는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용접 소리,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 비둘기 날갯짓 소리 등 도시의 모든 소리(소음)를 가지고 상상의 음악을 만들며 이를 지휘한다. 이런 장면은 교회 안에서 또 한 번 반복된다. 교회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농구를 하고 그네를 타는 소리를 악보로 그려 하나의 곡을 만든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August's Rhapsody'의 모태가 된다. 각종 다양한 소리와 영상을 교차하는 편집은 무척이나 감각적이다.

사운드트랙 역시 풍성하다. 'August's Rhapsody' 같은 클래식 스타일의 곡부터 카키 킹이 연주하는 핑거 스타일의 기타 연주곡 있고,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노래하는 록 음악이 있다. 사운드트랙을 위해 거장 마크 맨시나와 한스 짐머가 참여했고, 존 레전드와 크리스 보티 같은 유명한 음악가들도 앨범에 동참했다.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으면 장면들이 하나하나 기억날 정도로 음악의 역할은 크다. <어거스트 러쉬>가 개봉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여전히 최고의 '음악'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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