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신작 <마더!>가 공개됐습니다. 그의 전작들을 볼 때마다 에디터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마더!> 또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멀쩡한 사람도 신경쇠약으로 만드는 영화입니다. 아직도 제니퍼 로렌스의 비명이 귓가에 울리는 기분인데요.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전작들과 비교하며 본다면 훨씬 흥미진진할 텍스트입니다. 불안집념을 가장 불안하고 집착적으로 그리는 영화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과 전작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강박과 집착의 창조주,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1969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 부모는 둘 다 공립학교 교사였습니다.
 
유대교 집안에서 자라나 유대인 학교를 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이때의 경험이 훗날 그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합니다. 언제나 그의 영화엔 종교와 신앙, 인간과 믿음에 관한 화두가 섞였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알래스카, 케냐 등으로 옮겨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1987년 입학한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이때 구로사와 아키라,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에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하버드를 다니는 동안 만난 친구 숀 걸릿은 아로노프스키의 대학 졸업 작품인 단편 <Supermarket Sweep>(1991)과 장편 데뷔작 <파이>에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대학 졸업 뒤엔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연출을 더 공부했습니다. 허버트 셀비 주니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단편 <Fortune Cookie>(1991)와 <Protozoa>(1993)를 연출했습니다. <Protozoa>로 촬영감독 데뷔한 매튜 리버티크는 <더 레슬러>를 제외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모든 작품의 촬영을 맡았습니다. 조엘 슈마허, 스파이크 리와도 자주 작업했으며, <아이언맨>(2008), <아이언맨 2>(2010), <머니 몬스터>(2016) 등 현재도 할리우드에서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0년, 워너 브라더스가 리부트하는 배트맨 시리즈의 감독으로 거론됐습니다.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이어 원>을 바탕에 두고 각색을 추진했으나 원작과 동떨어진 지나친 각색으로 인해 워너와 의견 차가 있었고 프로젝트가 무산됐습니다. 이후 워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만들게 됩니다.
 
2001년, 배트맨 시리즈가 엎어지고 아로노프스키는 <천년을 흐르는 사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하기로 했으나 블란쳇이 아기를 갖게 되어 레이첼 와이즈로 교체됐습니다. 아로노프스키는 이때 만난 레이첼 와이즈와 약혼했고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레이첼 와이즈와는 2010년 결별했습니다.
 
2007년, 아로노프스키는 (결국 데이비드 O. 러셀이 연출하게 되는) <파이터>(2010)의 감독으로 거론되었으나 <더 레슬러>와 비슷한 프로젝트라 하차했습니다. 이때 연출을 논의한 작품으로 (호세 파딜라가 연출한) <로보캅>(2014)도 있었으나 무산됐습니다.
 
2011년, <더 울버린>(2013)의 제작을 맡았으나 촬영지가 미국 외 지역이었기에 가족과 오래 떨어져있기 싫다는 이유로 자진 하차했습니다. 그 밖에도 감독으로 논의되었으나 무산된 프로젝트 중엔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왓치맨>(2009), <맨 오브 스틸>(2013), <갬빗>(2019)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물의 감독직엔 영 운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2015년,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임명됐습니다.
 
2016년에 <마더!>를 준비하며 만난 제니퍼 로렌스와 현재도 열애 중입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작품들

노아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제작연도 2014

우리가 익히 아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각색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혐오와 애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블록버스터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실사 세트, CG를 활용해 장대한 스펙터클을 구현한 대작입니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노아(러셀 크로우)는 대홍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방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창조한 노아는 선지자도 선인도 아닙니다. 그는 신의 계시를 완벽히 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추악한 인류를 의도적으로 멸망케 하지만, 자신의 판단과 선택이 정녕 옳은 것이었는지 고민하고 괴로워합니다.
아로노프스키가 <노아>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무척 오래 전부터인데, 공식적으로는 2007년에 제작 계획을 알린 바 있습니다. 제작 초기, 크리스찬 베일과 마이클 파스빈더가 노아 역에 거론됐습니다. 아로노프스키가 어떤 캐릭터를 원했는지 충분히 알 것 같네요. 최종 편집 직전, 유대인 단체와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연 테스트 시사에서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비난과 혹평을 들었습니다. 파라마운트사가 재편집을 요구했으나 아로노프스키는 끄떡도 하지 않았죠. 실제로 일부 중동 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노아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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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출연 나탈리 포트먼,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제작연도 2010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먼)는 프리마돈나 베스의 은퇴로 자리가 비자 백조의 호수메인 오디션을 봅니다. 성실한 니나는 예술감독으로부터 기술은 완벽하지만 매혹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자 집착적으로 연습에 매진합니다. 니나는 활력을 타고난 릴리를 질투하고, 그의 강박은 점차 정신과 신체에 고통스러운 변화를 가져옵니다. 완벽한 댄서가 되고 싶은 니나는 정작 자아를 돌보지 못합니다.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선 정신과 신체의 극심한 고통과 자기파괴적인 몰두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그려집니다. 카메라는 강박적으로 니나의 육체를 훑고, 니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합니다. 니나의 고통은 곧 관객의 고통이 됩니다. 아로노프스키의 영화 중 에디터가 가장 괴로워하며 본 영화입니다. ㅠㅠ

블랙 스완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나탈리 포트만,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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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출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첼 우드 제작연도 2008

왕년에 링을 주름잡았던 스타 레슬러 랜디(미키 루크)의 현재는 팍팍합니다. 심장이 좋지 않아 은퇴한 뒤 식료품점에서 일하며 일상을 보내던 랜디는 어떤 만남을 계기로 다시 링에 오르기를 열망합니다.
랜디와 랜디를 연기한 미키 루크의 삶이 실제로 무척 닮아 있다는 것이 <더 레슬러>의 가장 흥미로운 점입니다. 1980년대 중반엔 할리우드의 섹시 배우로 이름을 날렸으나 결혼 생활의 파탄, 생활고 등으로 괴로워하던 미키 루크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복서로 전직합니다. 선수 생활은 짧았지만 훌륭한 성적으로 은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싱의 후유증으로 얼굴이 망가지고 뇌는 퇴행했습니다. 불가피하게 성형을 거듭했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옛날의 섹시 스타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쇼비즈니스계 베테랑인 미키 루크가 자신의 무너진 육체와 삶의 궤적을 연기의 도구로 훌륭히 소진하고 있는 모습은 곧 레슬러 랜디의 프로페셔널한 쇼맨십이기도 합니다.

더 레슬러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첼 우드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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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흐르는 사랑
출연 휴 잭맨, 레이첼 와이즈, 엘렌 버스틴 제작연도 2006

16세기의 스페인, 21세기의 미국, 26세기의 어느 별을 교차하는 이야기입니다. 16세기 스페인, 기사(휴 잭맨)는 여왕(레이첼 와이즈)을 위해 싸웁니다. 여왕은 기사에게 영생의 나무를 찾도록 지시하고 기사는 나무를 찾는 여행을 떠납니다. 21세기 미국, 의사(휴 잭맨)는 암 환자인 아내(레이첼 와이즈)를 살리기 위한 신약 개발에 몰두합니다. 26세기 어느 별, 남자(휴 잭맨)는 생명의 나무와 우주 여행 중입니다.
안일하고 난데없는 우리말 제목을 얻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의 원제는 ‘원천’(The Fountain)입니다. 세 시공간의 인물은 영생의 원천을 찾아 헤매고 영화는 과감한 편집으로 각 시공간의 삶과 죽음을 다룹니다. 세상의 시작과 끝, 생명과 죽음과 생에 관한 집착의 키워드는 후반부에 가 눈부시고 광폭한 이미지로 형상화됩니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휴 잭맨, 레이첼 와이즈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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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출연 엘렌 버스틴, 자레드 레토, 제니퍼 코넬리 제작연도 2000

중년 여인 사라(엘렌 버스틴)는 다이어트 TV쇼를 즐겨보던 중 쇼의 출연 섭외로 들뜨게 됩니다. 날씬할 적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으려던 사라는 살이 찐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 약물을 이용한 과감한 다이어트를 감행합니다. 사라의 아들 해리(자레드 레토)는 연인 마리온(제니퍼 코넬리)에게 가게를 열어주려다 약에 손대게 됩니다. 해리는 약을 사기 위해 사라의 TV를 팔고 사라는 그 TV를 되사는 생활의 반복, 사라와 해리와 마리온은 제각각 약물에 중독돼 망가져갑니다.
사라와 해리의 중독 상태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환상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카메라는 다급히 인물을 따르거나 왜곡하며, 사운드는 신경질적으로 증폭해 광인의 상태를 묘사합니다. 집요한 클로즈업과 난잡한 교차편집은 현실 공간을 지옥으로 만듭니다. 우습던 환상은 점차 현실적 공포가 되어 빠르게 관객을 옥죕니다. 엘렌 버스틴의 인생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레드 레토는 약물 중독 연기를 위해 브루클린 골목에서 실제 헤로인 중독자들과 어울려 다녔다고 하네요. 허버트 셀비 주니어의 소설 <꿈을 위한 진혼곡>이 원작입니다. 원작이 고발성 짙은 사회파 소설이었다면, 영화는 원작의 피로와 절망, 추락의 정서를 과시적이고 현란한 테크닉으로 묘사했습니다.

레퀴엠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엘렌 버스틴, 자레드 레토, 제니퍼 코넬리, 말론 웨이언스

개봉 200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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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출연 숀 걸릿, 마크 마르골리스, 벤 셍크만 제작연도 1998

맥스(숀 걸릿)는 세상의 모든 것은 수치화될 수 있다고 믿는 수학천재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컴퓨터를 이용해 십 년간 주식시장의 매커니즘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선 그의 연구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맥스는 이를 무시하고 연구에만 집중합니다. 맥스는 우연히 만난 유대인을 통해 진리를 깨닫고, 월 스트리트의 금융가들과 종교인들은 맥스의 깨달음을 갈취하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수학자를 고행자처럼 그리는 작품입니다. 맥스가 어릴 적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 뒤 천재적 수학 능력을 갖추게 된 에피소드는 익숙한 종교 일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금기를 어기고 진리에 도달한 남자가 신의 형벌을 감내하는 과정을 흑백의 광적인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강박적 인물의 수난, 목표를 향한 중독과 집착, 분열적인 이미지의 사용 등 훗날 만들어지는 그의 영화들에 관한 힌트가 잔뜩 숨어 있는 야심 넘치는 데뷔작이었습니다.

파이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숀 걸릿, 마크 마르골리스

개봉 199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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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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