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이토록 순수하게 불쾌한 쾌감을 완전히 외면하긴 어렵다
★★★☆
이피게네이아 신화를 뼈대로 재구성한 현대판 부조리극. 서늘한 복수극의 외피를 쓴 채 인간의 실존적 선택과 결과, 책임에 대해 되묻는다. 카메라는 초현실적인 설정과 힘을 설명하는 대신 압도적 비극 앞에 선 인간의 고뇌를 탐닉한다. 신경을 긁는 사운드, 낯선 카메라 시점 등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유도하는 등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작들보다 훨씬 장르적이고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비할 데 없이 차갑다. 부조리극이라 보다 차라리 무기력극이라 불러야 할 만큼 인물들의 감정이 거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쾌와 불안의 파장을 끝까지 증폭시킨 후 급작스럽게 문을 닫아버리는 형식은 그 자체가 부조리다. 장르를 전용한 방식에 대해선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지만 경탄과 혐오를 모두 담아, 이 영화가 주는 불쾌함은 당신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감추어 둔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다
★★★★
첫 장면 심장수술 집도.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후 장르의 집도의처럼 스릴러 장르를 해부한다. 카메라가 다가가면 갈수록 장르의 쾌감은 휘발된다. 영화는 내내 카메라의 위치, 강박적 음악의 사용, 그리고 배리 케오건의 강렬한 눈빛으로 심판자의 시선을 구축한다. 그리스 신화를 불러와 현대의 인간이 감추어 두었던 원초적 이기심을 끝끝내 직접 들여다보게 만드는 집요함.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쾌한 시선의 창조로, 그는 또 한 번 요르고스 란티모스라는 이름을 관객에게 새겨 넣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희귀하고 기괴하고 독창적이다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는 희귀하고 기괴하고 부조리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견줄 수 있는 건 그의 전작들뿐이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세계. <킬링 디어> 역시 요르고스 란티모스 외에는 만들어낼 수 없는 그의 영화다. 그리스 비극을 모티브로 했지만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인장들, 그러니까 풍자와 은유와 딜레마와 욕망과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이 알알이 박히면서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다만 깔아둔 복선들이 기존 영화에서처럼 흥미롭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신경을 긁는 사운드에 불편함을 호소할 관객도 적지 않을 듯.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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