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좀비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부패한 시체가 주는 괴기스러움과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 자신도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관객들에게 공포와 동시에 절망감을 안겨 준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좀비 영화들이 쏟아졌고 좀비는 더이상 관객들에게 색다른 공포를 주지 못했다. 좀비 영화가 범람하는 시대, 어떡하면 골수까지 우려먹은 좀비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감독들이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장르의 좀비 영화들을 만들었다. 오늘은 기존 장르에 좀비를 끼얹은 색다른 좀비 영화들을 소개한다.
움직이는 시체에 불과한 좀비가 사랑을 한다니. 게다가 잘생겼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냐 할 수 있겠지만 영화 <웜 바디스>는 좀비와 인간의 사랑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기존의 좀비 영화들이 어떻게 하면 더 무섭고, 잔인하게 좀비를 악으로 그릴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면 <웜 바디스>는 ‘왜 좀비가 꼭 악역이어야 하는가’부터 고민한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좀비 알(R)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머뭇거리거나 소통하지 않는 좀비 사회에 회의를 느끼는 등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웜 바디스>는 좀비 영화의 클리셰를 완전히 비틀며 좀비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 웜 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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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테레사 팔머, 니콜라스 홀트, 존 말코비치
개봉 2013.03.14.
<카고>는 좀비 영화는 기본적으로 잔인하고, 액션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영화다. 원작인 7분짜리 단편 영화 <카고>는 대사 한 마디 없지만 뛰어난 연출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단편 <카고>의 반응이 좋자 넷플릭스에서는 2017년에 정식으로 제작했다.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가 딸을 보살펴 줄 사람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로드무비 형식을 따르고 있는 이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잔인한 학살도 액션도 나오지 않는다. 좀비를 통해 영화가 이끌어 내고자 했던 건 공포가 아닌, 한없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딸을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 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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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벤 하울링, 요란더 람크
출연 마틴 프리먼
개봉 미개봉
신나는 뮤지컬과 좀비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안나와 종말의 날>은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십대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영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가 만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좀비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호러보단 틴에이저, 뮤지컬 영화에 더 가깝다. <하이스쿨 뮤지컬>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합쳐진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십대 다운 에너지와 고민, 열정을 보여준다. 뮤지컬을 통해 자신들의 고민을 표현하던 그들은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점차 죽어 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단단해진 우정을 보여준다.
- 안나와 종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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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맥페일
출연 엘라 헌트, 말콤 커밍, 사라 스와이어
개봉 미개봉
<부산행> 이전에도 한국 좀비 영화들은 있었지만 전부 저예산 영화였다. <부산행>은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로 한국 좀비 영화들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좀비 영화의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영화다. <부산행>은 기존의 좀비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넣어 한국형 좀비 영화를 탄생시켰다. 예를 들어, 한국은 총기사용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모두 장비를 사용하거나 맨 몸(!)으로 좀비와 맞선다. 또한 고어적인 요소는 덜고 부성애를 강조해 한국적인 서사를 완성했다. 이러한 점은 국내 관객들은 물론 해외 좀비 영화 팬들에게까지 신선한 충격을 줬다.
-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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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개봉 2016.07.20.
서양 고전 명작의 대표 ‘오만과 편견’에 좀비를 끼얹은 작품이 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원작 인물과 배경에 좀비떼를 풀어 놓은 내용이다. B급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화면이 의외로 고급지다. <맘마미아2>에서 젊은 도나역을 맡은 릴리 제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맘마미아2>에선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에선 여전사 포스를 풍긴다. 좀비를 테마로 하고 있지만 기존의 정통 좀비물처럼 매우 잔인하거나 임팩트가 강한 영화는 아니다. 좀비보단 좀비를 해치우는 액션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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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버 스티어스
출연 릴리 제임스, 샘 라일리, 잭 휴스턴, 벨라 헤스콧, 더글러스 부스, 맷 스미스, 찰스 댄스, 레나 헤디
개봉 2016.05.25.
서양 사극 좀비 영화에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있다면 동양 사극 좀비 영화에는 <창궐>이 있다. <창궐>은 야귀떼가 들끓게 된 조선을 배경으로 반란을 노리는 김자준(장동건)과 조선을 지키려는 이청(현빈)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개봉 전부터 현빈과 장동건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던 <창궐>은 오락영화라는 본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사실적인 CG, 미남 배우들을 통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야귀 역시 할리우드 좀비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다만 야귀를 정치 사극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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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성훈
출연 현빈, 장동건
개봉 2018.10.25.
좀비 코미디 장르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에드가 라이트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많은 좀비 코미디 영화들 중에서도 레전드라 불리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새벽의 저주>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에드가 라이트 특유의 유머와 감각적인 연출이 잘 녹아 있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다같이 윈체스터 바에 가기 위해 좀비 연기를 하며 가는 장면은 손에 꼽을 명장면이다. 고어한 장면도 잘 보고, 영국식 유머도 좋아한다면 낄낄대며 볼 수 있다. 주연을 맡은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이후 에드가 라이트의 <뜨거운 녀석들>, <지구가 끝장 나는 날>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피와 아이스크림 3부작을 완성했다. 세 편 모두 혼합 장르 영화다.
- 새벽의 황당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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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사이먼 페그, 케이트 애쉬필드, 닉 프로스트
개봉 미개봉
1편 보다 나은 2편이 없다지만, 예외는 있다. 무려 나치가 좀비인 영화 <데드 스노우>는 1편보다 2편이 낫다. 노르웨이산 좀비 영화인 <데드 스노우>는 나치들이 숨겨놨던 보물을 주인공 무리가 발견하자 나치 좀비들이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다. 소재만 보고 코믹할 거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고어하다. 설산에서 벌이는 살점 튀기는 전쟁과 전기톱 신은 여느 좀비 영화 못지 않은 고어한 수준을 자랑한다. 2편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으로 되살린 소련 좀비 연합군과 나치 좀비들의 전쟁이 주요 내용이다. 좀비와 좀비가 맞붙는 장면에서는 머뭇거림 없이 끝까지 간다. 통쾌한 복수극과 군더더기 없는 코믹한 요소가 적절한 작품이다. 1편을 안 본 사람이라면 2편 앞 부분에서 짧게 요약을 해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데드 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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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샤롯 프로그네르
개봉 미개봉
- 데드 스노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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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베가 호엘, 스티그 프로드 헨릭슨, 마틴 스타, 데릭 미어스, 잉그리드 해스, 조슬린 디보어
개봉 미개봉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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