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로 탐욕에 물든 이들의 추악한 이면을 보여준 박해일이 이번엔 속세를 떠나 무소유의 스님으로 돌아왔다.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세종을 도와 글자를 만드는 신미 스님 역을 연기한 박해일. 데뷔부터 그와 관련한 소소한 사실들까지, 배우 박해일에 대해 알아보자.

나랏말싸미

감독 조철현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개봉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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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스크린 데뷔

20대 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박해일은 임순례 감독의 장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에 캐스팅되어 영화계에 데뷔하였다. 명밴드를 꿈꿨던 젊은 날을 지나 출장 밤무대 밴드로 근근이 살아가는 네 남자의 씁쓸한 현실을 다룬 이 영화에서 박해일은 주인공 성우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했다. 당시 역할을 소화하고자 2개월간 기타 연습을 했다고. 박해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해 "내겐 배우로서 자양분이 된 영화다"고 언급하였다. 
임순례 감독은 캐스팅 비화로 조감독이 <청춘예찬>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했다.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 스물다섯 살이라더라. 카메라에 어떻게 10대처럼 보일 수 있겠냐 구박하고 연극을 봤다. 그런데 (박해일이)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연극이 끝나고 같이 술 한 잔 마시는데 피부가 좋았다. 그래서 그날 바로 캐스팅을 결심했다 밝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감독 임순례

출연 이얼, 박원상, 황정민, 오광록, 오지혜, 류승범

개봉 200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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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살인의 추억>, <괴물> with 봉준호

박해일의 대표작 하면 떠오르는 두 작품, 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이다. 먼저 1986년 화성군에서 발생한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만든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은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 역을 맡았다. 고운 손에 말간 얼굴로 살인사건과는 거리가 먼 듯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악이 깃든 얼굴까지 소화하며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 작품을 통해 박해일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 ‘배우로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등 다양한 수식어를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박해일을 두고 ‘비누냄새나는 변태라고 말한 바 있다.
 
뒤이어 박해일은 <괴물>에서도 얼굴과는 상반된 거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때는 운동권 학생이었으나 현재는 술과 욕을 달고 사는 현서(고아성)의 삼촌 박남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욕을 찰지게 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주옥같은 명대사를 많이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현서의 위치를 추적하다 자신을 잡으러 온 형사들에 의해 둘러싸인 상황에서 뱉은 ‘X 크게 화제가 되며 <괴물>의 명대사 of 명대사로 남았다.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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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개봉 200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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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속 대비되는 모습

<모던 보이>,<이끼> <최종병기 활>
<은교>, <덕혜옹주>, <남한산성>

개성 있고 다채로운 배역들

작품을 선택할 땐 자신을 더욱 궁금하게 하고 파헤치고 싶게 만들 작품을 선택한다는 그. 때문에 박해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평범함보단 독보적이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 위주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속 순정파 독립군(<모던보이>, <덕혜옹주>), 의심스러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남자(<이끼>),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나라 부대를 추적하는 조선의 명궁(<최종병기 활>), 무력한 왕 인조(<남한산성>)까지. 이외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박해일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은 단언 <은교>였다. 그는 작품 속에서 싱그러운 젊음을 가진 열일곱 소녀 은교에게 욕망을 느끼는 시인이자 노인 이적요를 연기했다. 노인의 얼굴을 갖추기 위해 그는 매일 8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을 하고 연기에 몰입해야 했다고.


<나랏말싸미>

송강호와의 3번째 만남, <나랏말싸미> 

여러 캐릭터를 거쳐 그가 선택한 올해의 작품은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 였다. 한글 창제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아쉽게도 현재 여러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중. 하지만 영화를 위해 연기인생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다는 박해일의 연기 투혼만큼은 눈여겨볼만하다. 또한 이 작품은 최근 <기생충>으로 칸에서 주목을 받은 송강호의 차기작이다.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3번째로 송강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박해일. 송강호와의 작업은 <괴물>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써, 박해일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송강호) 선배가 간 길을 따라가고 있는 입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길을 먼저 열어준 분이라 오래오래 그 길을 걸어가셨으면 좋겠고, 그 덕을 보고 싶은 동시에 나 또한 선배가 보여준 만큼 열심히 뒤따라갈 생각이다.” 말했다.

<괴물>

정우성을 제치고 박해일 승!

스타들의 이상형이자 만인의 이상형

박해일은 충무로에서 가장 호흡을 맞추고 싶은 남배우 순위 1위에 빛나는, 스타들의 이상형이자 만인의 이상형인 남배우다. 그를 이상형으로 뽑은 스타만 해도 안소희, 손예진, 신민아, 김고은, 박하선, 수애, 장윤주, 한효주, 정은채 등 셀 수 없이 많다. 주로 이들은 박해일을 선택한 이유로 나쁜 남자인 듯 순수한 아이 같은 얼굴에서 오는 매력을 뽑았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한 번 내뱉은 말은 변함없이 끝까지 가져가셨으면 좋겠다(웃음). 나도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2006년 팬과 결혼 (feat. 성덕)

그는 2006, 3살 연하의 방송 작가 서유선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커플의 결혼식이 화제가 된 이유는 바로 모든 팬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팬의 결혼이었기 때문. 2000, 극작가를 꿈꾸던 서유선이 우연히 연극 청춘예찬을 보러 갔다가 박해일에 반해 연극을 보러 다녔다고. 그렇게 연극배우와 관객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1년부터 연인으로 발전, 5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연애 초, 박해일이 한 달에 5만 원을 버는 가난한 연극배우라 서유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술을 사주는 등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술을 사주는 모습에 매혹되어서 결혼하게 됐다는 박해일의 우스갯소리도 있다). 박해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받은 첫 개런티를 가지고 종로에서 14k 커플링을 구매해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 준 서유선에게 선물했다고.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잉꼬부부다. 


정직한 프로필과 사인

검색창에 박해일을 검색해보면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의 프로필 사진이 여느 연예인들의 프로필 사진과는 달리 상당히 정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진은 박해일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라고. 박해일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덕혜옹주> 개봉 즈음에 찍은 사진이었다. 주민등록증을 갱신해야 해서 동네 옆 사진관을 갔다. 사진을 정말 잘 찍어주시더라. (사진을 보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포털 사이트에 제가 직접 들어가 수정을 했다 프로필 사진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의 말이 사실인 듯 프로필 하단 오른쪽을 보면 본인참여 쓰여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못지않게 그의 정직한 사인 또한 눈길을 끈다. 꾸밈없고 진중한 그의 성격을 그대로 투영한 듯 화려한 글씨나 무늬 없이 정자로 박해일을 쓴 그만의 시그니처 사인은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13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정자로 이름을 쓰는 것에서 그의 우직한 성격을 알 수 있다.

박해일의 정직한 사인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