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디펜더스>의 마지막 구성원이라 선전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공개한 <아이언 피스트>는 첫 6회 에피소드 공개 직후부터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다. 기록적으로 높은 조회수와는 달리 로튼토마토에서 17%대의 평점을 받고 있다. 슈퍼히어로를 주제로 한 망작 영화들이 양산되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로 돌아간 것 같다는 평도 있었고, 액션 장면이 부족하고 전개가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아이언 피스트의 팬들은 원작의 정수를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필자는 1995년 '아이언 피스트' 코믹스를 처음 접했다. 당시 마블은 과월호 중 중요도가 높은 호수의 책을 ‘마블 마일스톤즈’라는 공용 타이틀로 복각 출판하고 있었는데 <아이언 피스트> 14호도 그 중 하나였다. 아이언 피스트는 당시 마이너 중 마이너 캐릭터였다. 필자도 마블에 이런 캐릭터가 있다는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직접 만화에 등장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언 피스트> 타이틀은, 이미 오래 전인 1986년에 폐간된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언 피스트> 14호가 복각 발간된 이유도 그 책에서 1990년대의 스타 빌런 중 하나이자 울버린의 최대 적수인 세이버투스가 첫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마블의 지적 자산 중에서도 마이너였던 아이언 피스트는 당시 유행한 <마블 대 캡콤> 등 각종 비디오 게임에도 등장하지 못했고, 그나마 1994년 IJN에서 출시한 <맥시멈 카니지>에 플레이 가능 캐릭터로 등장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아이언 피스트는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아이언 피스트는 1970년대 중반, 마블이 다양한 배경과 인종, 특성을 지닌 슈퍼히어로/빌런들을 다량 양산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캐릭터다. 당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쿵푸 영화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마블은 이미 <쿵푸 마스터 샹-치>라는 타이틀을 발간 중이었는데, 쿵푸를 잘하는 백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샹-치와 유사한 능력을 구사하는 캐릭터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첫 등장은 <마블 프리미어> 15호. <마블 프리미어>나 <마블 스포트라이트> 등의 타이틀들은 새로운 캐릭터의 독자 반응을 떠보는 시험 무대였는데, 15~25호에 등장한 아이언 피스트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어서, 1975년 <아이언 피스트> 미니시리즈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팬들이 가장 잘 기억하는 아이언 피스트의 모습이자 출판물로서의 아이언 피스트의 전성기는 아마도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에 루크 케이지, 일명 파워 맨과 함께 콤비를 이루어 ‘히어로즈 포 하이어(히어로 의뢰사무소)’로 활약하던 시절일 것이다. 당시 편집부는 역시 잘 안 팔리던 타이틀이었던 <루크 케이지, 히어로 포 하이어>를 폐간하는 대신 두 캐릭터를 한데 묶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컨셉은 역시 당시 유행하던 형사 버디 TV시리즈와 무술을 주제로 한 TV시리즈,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의 특징들을 대거 차용해 액션 넘치는 타이틀을 만드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둘은 함께 의뢰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콤비가 되었다. 2000년대 초, 겨우 도산 위기에서 벗어난 마블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봇물처럼 쏟아낸 현대적 감각의 히어로들이 독자들에게 안 먹히고 판매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블은 편집부의 대거 교체와 함께 기타 여러 산업에서 높은 성공률이 증명된, ‘예전 지적 자산들을 복원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전략을 취했고 1960년대~1980년대에 잘 나가던 히어로들을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와 등장시켰다. 이 전략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아이언 피스트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타이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원서 그래픽노블 번역가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