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흔들리고 위태로운 당신에게 내민 손
★★★
성차별, 고용 불안, 노인 빈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비롯해 직장 성희롱, 여성 혐오 등 일상을 옥죄는 모든 부조리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견고한 세상의 질서는 누군가에겐 고단하고 힘겨울 뿐이다. 이런 불안과 고독의 감정을 천우희의 얼굴에 담아 세심하게 펼쳐냈다. 흔들리고 위태롭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해 온 깊은 위로 같은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흔들림과 불안의 형상
★★☆
감정의 흔들림, 불안이라는 상태를 여러 장치로 연결해간 묘사들이 세밀하고 안정적이다. 특정 사건 대신 주인공의 관계와 그가 겪는 감정들로 서사를 대신하는 시도도 오랜만이라 반갑다. 다만 주인공의 고통이 영화의 심미적 장치로 소비된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그를 둘러싼 명백한 폭력들이 사랑의 일종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동의하긴 어렵다. 천우희라는 좋은 캔버스에는 여러 감정의 진폭이 훌륭하게 펼쳐지지만, 영화는 종종 삐끗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불안과 상처를 탐색해 경로를 찾아나가는 작업
★★★
견고한 빌딩 안에 있지만, 고층은 서영(천우희)을 위협한다. 층이 올라갈 때마다, 아픈 기억과 계약직의 불안한 상황, 비밀 연애가 주는 죄의식 같은 것들이, 그녀의 일상을 미세하게 흔든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간신히 ‘버티고’있는 그녀보다, 어쩌면 건물 바깥에 ‘매달려’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 관우(정재광)가 더 견고해 보인다. <버티고>는 서영에서 시작해, 이 사회의 30대, 여성이 처한 ‘대명사’로서의 존재가 가지는 불안과 상처를 탐색하고 경로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멜로는 하나의 방법일 뿐, 그 시선이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오늘도 잘 버텨내셨습니까
★★☆
많은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나 멜로드라마는 작은 ‘결’ 하나만으로도 작품 전체 분위기와 공감지수가 크게 갈린다. 그런 점에서 <버티고>는 ‘갸웃하게 하는 결’들의 수가 조금 많다. 편집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거나 유연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순간이 있고, 음악 선곡과 이미지가 이야기에 착 들러붙지 않아 인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으며, 주인공 감정 변화를 위해 무리수로 쓰인 캐릭터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쉽게 휘발되지 않고 단단히 서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저마다의 이유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을 우리들의 일상을 새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 테다. 그 중심에 버텨내는 여자 천우희가 있다. 조금만 넘치거나 위축됐다면 설득력을 잃었을 주인공의 내면을 보편의 ‘결’로 잘 다듬어 스크린 너머로 전달한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