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인이 시청할 듯하다. 아니, 시청할 것이다.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수상 여부가 최고의 관심사가 될 테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자체로 재밌다.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가수의 무대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와 예상하지 못한 수상의 반전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2월 10일(한국시각) 오전 10시, LA 돌비 극장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관람 전, 도움이 될까 싶어 최근 몇 년간 시상식에 등장한 재미난 이벤트와 결정적인 순간들을 소개한다.
2017년
할리우드 투어 버스의 깜짝 방문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투어 버스가 시상식 현장에 깜짝 방문했다. 투어 버스에 탄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몰랐다. 이들 가운데 “시카고에서 온 개리”라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의 약혼자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델젤 워싱턴은 두 사람의 즉석 결혼식 주례를 봐주기도 했다. 깜짝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개리는 소셜미디어의 스타가 됐지만 곧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이 그의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개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등장하기 고작 3일 전에 출소했다. 그는 범죄를 3번 이상 저지르면 중형으로 다스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삼진아웃제도’에 의해 20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2019년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공연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본 사람은 분명 다 기억할 것이다. <스타 이즈 본>에 출연한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주제가 시상식 무대에서 ‘샐로우’(Shallow)를 불렀다. 세상 이렇게 달콤한 듀엣곡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영화에서 본 것보다 어쩌면 더 진한 감동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퀸의 오프닝 무대도 훌륭했지만 레이디 가가의 눈빛과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201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첫 오스카 트로피
드디어! 201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그전까지 모두 다섯 번 후보에만 이름을 올렸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시작은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의 남우조연상 후보 지명이었다. 이후 2005년 <에비에이터>, 2007년 <블러드 다이아몬드>,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까지 남우주연상 후보에만 올랐다. 심지어 전 세계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아카데미 11관왕에 등극한 <타이타닉>으로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른바 ‘6수’만에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였다. 그는 올해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14년
300만 번 이상 리트윗된 사진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셀피(Selfie)는 스마트폰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역사책이 기록해도 될 듯하다. 브래들리 쿠퍼가 촬영한 이 사진에는 브래들리 쿠퍼, 엘런 드제너러스, 자레드 레토, 제니퍼 로렌스, 줄리아 로버츠, 메릴 스트립,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채닝 테이텀, 루피타 니옹고, 니옹고의 동생 피터 니옹고, 케빈 스페읍읍 등이 등장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시상식 사회를 맡은 엘런 드제너러스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촬영한 셀피를 국내의 휴대전화 제조사에게 제공하는 계약을 했다고 한다. 드제너리스는 이 계약 조건을 확장시켰다. 그는 트위터 리트윗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른 배우들도 불러모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이 트윗은 리트윗 신기록을 수립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장 많이 리트윗 된 트윗 4위에 자리하고 있다. 약 318만 번 리트윗 됐다.
2017년
작품상 수상자 호명 실수
최근 몇 년 간 아니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다시 없을 사건이 2017년에 일어났다. 시상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작품상 수상자를 잘못 호명한 것이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을 이 반전 드라마의 주연은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였다. 두 사람은 시상식 스태프가 잘못 건네준 봉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비티와 더너웨이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봉투에 적힌 <라라랜드>를 호명했다. <라라랜드>의 제작자 조던 호로위츠가 무대에서 수상소감을 밝힐 때쯤 헤드셋을 낀 스태프가 제대로된 봉투를 전달했다. 거기에는 <문라이트>가 적혀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고루한 표현이지만 쇼비즈니스의 메카, 할리우드의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로컬 시상식”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시상식이 올해는 더 특별하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열린 오스카 후보지명자들의 모임에서 최고의 인기인으로 등극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식사를 5~6번 같이 했다”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배우, 제작자들이 그와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도 “<기생충>이 작품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 아카데미 시상식은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어쩌면 내년에 이와 비슷한 기사를 쓴다면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반드시 언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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