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대표적 루저들이 돌아왔다. 좀도둑과 암살자, 폭력범과 현상금 사냥꾼 라쿤, 그리고 나무(!)로 이뤄진 이들의 스펙터클한 스페이스 모험담을 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의 마이너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2014년 가장 성공한 블록버스터 중 하나이자 ‘엑스맨’과 ‘어벤져스’의 뒤를 잇는 팀플레이 히어로물이었다. 스타급 배우들이 포진한 것도 아니고, 감독 역시 전설적인 B급 컬트 영화사 ‘트로마’에서 각본으로 데뷔하고 두 편의 인상적인 독립영화를 만든 듣보잡(?)이었으나, 역대급 히트를 기록하며 단숨에 마블의 우량주로 우뚝 떠올랐다. 전미 흥행 3억 불을 넘기며 역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흥행 5위에 올라, 속편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3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볼륨 2’를 선보인다. 

끝내주는 영화 그리고 끝내주는 사운드트랙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O.S.T 스코어 앨범 / 디럭스 앨범

각본가이자 소설가이고, 작곡가이며 감독인 제임스 건의 독특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B급 코미디와 스페이스 오페라, 다양한 팝 컬쳐들을 믹스시킨 전편은 그간 MCU에서 보기 드문 질감의 발랄하고 경쾌한 영화였다. 속편 역시 이런 요소들을 반복하고 있으며, 우주판 ‘A특공대’이자 마블 버전의 ‘스타워즈’로 손색없는 유희정신과 병맛 코드로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가족 영화로 전작의 모티브를 더욱 강화시킨다. 전편의 출연진들이 고스란히 등장하는데다가 전작의 글렌 클로스, 존 라일리, 베네치오 델 토로 등과 같은 배우들에 이어 이번 속편에선 커트 러셀과 실베스터 스탤론, 양자경 그리고 깜짝 출연해 놀라게 만드는 80년대 아이콘 ‘그 분(!)’이 등장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새 캐릭터 맨티스까지 가세하며 재미를 더한다.

물론 이 영화의 즐거움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운드트랙의 이름이 ‘끝내주는 노래모음집’이었듯이 귀를 호강하게 만드는 60~70년대 주옥같은 명곡들이 영화 내내 깔려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전작의 사운드트랙은 2014년 7월 말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앨범 차트 200에 1위로 올라섰으며, 전곡이 기존에 발표된 곡들로 채워진 컴필레이션 형식의 사운드트랙으로선 최초로 정상을 차지한 앨범이기도 했다. 무려 11주간 사운드트랙 부문 1위를 기록했고, 2014년 <겨울왕국>에 이어 두 번째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이었는데(그해 OST 판매 1~2위를 모두 디즈니가 휩쓴 괴력!), CD 판매량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250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게다가 LP로도 발매되었으며, 팬들의 열화 같은 요청에 힘입어 2003년 이후 최초로 카세트테이프(맞다, 피터의 위크맨에 들어가는 그것!)로 한정 판매되었다. 

영화 속 컨셉을 그대로 구현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썸 믹스 VOL.1 카세트테이프
슈퍼 히어로계의 역대급 선곡 센스,
‘끝내주는 노래모음집 1탄’!

제임스 건의 선곡은 슈퍼히어로계의 타란티노 혹은 스콜세지 급 안목이라며 칭송이 자자한데(그도 그럴 것이 예고편이 공개되며 깔렸던 곡이 <저수지의 개들>에도 나왔던 Blue Swede의 ‘Hooked On A Feeling’이었다), 영화 내용과 잘 조화된 탁월한 센스와 복고 지향적인 부분이 적절히 맞아떨어지며 영화의 감성과 유쾌함을 더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영화 시작과 함께 흐르던 10cc의 ‘I’
m Not in Love’는 엄마의 죽음을 앞둔 어린 시절의 피터의 심정을 단적으로 드러냈으며, 타이틀 크레딧이 이어지며 피터의 춤과 함께 신명나게 펼쳐지던 Redbone의 ‘Come And Get Your Love’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결정짓는 킬러 트랙이었다. 

감옥을 탈출할 때 삽입됐던 Rupert Holmes의 ‘Escape(The Piña Colada Song)’는 직접적으로 그 상황을 묘사했고, 피터와 가모라 사이에 묘한 감정의 교류가 오갈 땐 Elvin Bishop의 ‘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가 감미롭게 분위기를 자아냈다. 로난과의 결전을 준비하며 비장한 표정을 짓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을 따라가며 흐르던 The Runaways의 ‘Cherry Bomb’은 진군가로서 손색없는 가사를 갖고 있어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선곡의 백미는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피터가 어이없게 혼자 뜬금없이 부르며 춤추던 The Five Stairsteps의 한없이 긍정적인 마인드의 노래 ‘O-O-H Child’다. 뒤집어질 수밖에 없는 선곡이었다.

실망시키지 않는 ‘끝내주는 노래모음집 2탄’!!

이번 속편의 ‘끝내주는 노래모음집 2탄’도 전작 못지않다. 70년대 곡들을 중심으로 전편에 비해 덜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력히 귀를 사로잡는 추억의 올드 팝들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과거 피터 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몰던 차량에서 흐르던 Looking Glass의 ‘Brandy(You’re a Fine Girl)’는 사랑스런 여인으로서의 어머니를 부각시키며 영화상에서 세 번이나 흘러나오고, 타이틀 크레딧에선 전작의 ‘Come And Get Your Love’처럼 신명 나는 Electric Light Orchestra의 ‘Mr. Blue Sky’가 흐르며 괴물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을 배경으로 베이비 그루트가 깜찍한 댄스를 보여준다.

에고의 행성에 도착해서 평화롭고 화려한 풍경을 보여줄 땐 George Harrison의 ‘My Sweet Lord’가 의미심장하게 흐르며, 전편에서처럼 피터가 가모라에게 작업(?)에 들어갈 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Sam Cooke의 ‘Bring It on Home to Me’가 무드를 잡는다. 액션 시퀀스에선 반어적으로 낭만적인 Jay and the Americans의 ‘Come a Little Bit Closer’가 흐른다거나 Silver의 ‘Wham Bam Shang-A-Lang’이 삽입돼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가장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건 Cat Stevens의 서정적인 포크송 ‘Father and Son’이 흐를 때다. 아름다운 가사와 영화 상황이 절묘하게 일치하며 쉬 잊히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사운드트랙의 백미 ‘가디언즈 인페르노’

영화가 끝나고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5개의 쿠키가 조금씩 나오는데, 그중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 그루트가 나와 피터에게 삐딱선을 탈 때 흐르는 곡은 Cheap Trick의 ‘Surrender’라 다시 또 웃음이 터진다. 이 곡은 부모와 대립하는 젊은이들의 심경을 담은 노래다. 이쯤 되면 엔드 크레딧을 다 보고 일어나길 권한다. 사운드트랙의 백미이자 이번 송 트랙 앨범의 유일한 신곡 ‘Guardians Inferno’가 남았기 때문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음악을 맡은 타일러 베이츠가 작곡하고, 제임스 건 감독이 직접 작사했으며, 영화에 깜짝 등장하시는 80년대 아이콘인 ‘그분’이 무려 피처링을 해준 이 곡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기본 테마를 바탕으로 신명 나는 쌍팔년대 디스코 믹스로 편곡한 킬러 트랙이다.

제임스 건 감독과 작곡가 타일러 베이츠는 의도적으로 ‘Star Wars and Other Galactic Funk’ 앨범으로 히트를 기록한 Meco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곡으로 만들었다는데, 경쾌하면서도 중독적인 멜로디로 마성의 엔딩 곡을 완성시켰다. 마치 베리 그레이나 70~80년대 일본의 전대물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복고지향적 뽕짝 사운드는 앞선 명곡들을 다 잊게 할 만큼 가히 엄청나다. 듣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극장 밖을 나서며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페르노’라는 작명 센스까지 완벽하다. 그러나 끝내주는 사운드트랙에 비해 타일러 베이츠의 스코어는 조금 희미한 인상이다.

잭 스나이더와 제임스 건의 음악 파트너, 타일러 베이츠

90년대 초반부터 영화음악을 맡아왔지만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과 함께 한 <새벽의 저주>로 주목받기 전까지 타일러 베이츠는 그리 널리 알려진 영화음악가는 아니었다. 제임스 건 감독이 각본을 쓰기도 한 이 영화로 이 두 명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영화음악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스나이더 감독과는 <300>, <왓치맨>, <써커 펀치>를 함께 했지만 스나이더가 DC에 발을 담그며 그쪽 음악을 담당하던 한스 짐머 사단에 기대면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제임스 건 감독과는 데뷔작인 <슬리더>와 <슈퍼><무비 43>을 함께 하며 의기투합해 결국 마블에 입성하게 되었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출신이기에 박진감 넘치는 리듬 파트에 로킹한 사운드가 강점인데,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시리즈 스코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슈퍼 히어로물이자 스페이스 오페라이기에 명징한 주제부를 자랑하는 심포닉 팡파르가 울려퍼질 법도 하지만, 타일러 베이츠는 인상적인 모티브에 주력하기보다 짧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로 상황을 제시하고, 장엄한 코러스와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스케일을 부각시킨다. 영웅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루저들의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들을 떠올려본다면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의 존 윌리엄스나 제임스 호너, 알란 실베스트리와 대니 엘프만과 같은 히어로익한 사운드보다 로킹한 기운이 풍기는 타일러 베이츠의 선택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전설적인 삽입곡들에 철저히 가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스코어는 묵묵히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액션, 공포와 가족애를 그려나가고 있다.

마지막 삼부작을 향하여

아직 개봉일은 잡히지 않았지만 제임스 건 감독은 세 번째이자 자신의 마지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정했다. 마블에서는 최초로 삼부작을 마무리짓는 감독이 되는 셈인데, 이변이 없다면 타일러 베이츠 역시 ‘끝내주는 노래모음집 3탄’과 함께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놀랄 만한 마무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