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새로운 악녀가 극장을 찾는다. <크루엘라>는 1961년 개봉한 <101마리 달마시안> 속 달마시안의 가죽에 집착하던 광기 어린 빌런, 크루엘라의 젊은 시절을 담는다. 패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어린 소녀가 이 악물고 살아남아 빌런이 된 사연, 크루엘라의 지독한 성장담(?)은 관객을 매혹시키기 충분하다. 북미, 그리고 국내 언론 시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된 뒤 호평을 쓸어 담고 있는 <크루엘라>, 놓쳐선 안 될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크루엘라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엠마 스톤

개봉 2021.05.26.

상세보기

특별한 괴짜, 크루엘라

특별한 이들은 탄생 비화부터 남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흑발 반, 백발 반의 머리카락으로 완강한 자기주장을 뽐냈던 아이. <크루엘라>는 독특한 머리카락을 지니고 태어난 에스텔라(티퍼 세이퍼드 클리브랜드/엠마 스톤)의 유년 시절부터 조명한다. 평범함은 딱 질색인 데다 지고는 절대 못 사는 성격의 에스텔라. 각자의 개성보다 어울림을 우선시하는 학교는 그녀를 품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를 박차고 나온 에스텔라는 꿈의 도시 런던의 땅을 밟는다.

거리를 떠돌다 재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윌터 하우저)를 만나 완벽한 소매치기 군단을 차린 그녀. 자신의 의상 디자인 실력을 눈가림을 위한 변장에만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에스텔라는 꿈에 그리던 백화점 리버티에 취직할 기회를 얻는다.

사회생활은 영 적성에 맞지 않는 터라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던 그녀에게 진짜 기회가 찾아왔으니, 런던 패션계를 꽉 잡고 있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이 그녀를 디자이너로 스카우트한 것. 남작부인의 모든 것을 흡수하던 에스텔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과거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최악의 기억을 남긴 사람이었다는 것. 에스텔라는 꾹꾹 눌러뒀던 자신의 본성, 크루엘라를 꺼내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하며 약간 미친 것 같은 강렬한 모습 뒤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파헤치고 싶었다. 어릴 땐 어땠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코믹북의 캐릭터들처럼 오리진 스토리로 접근했다.

- <크루엘라> 제작자 앤드류 건

제작자 앤드류 건의 말처럼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빌런 캐릭터 크루엘라를 현실로 끌어내 재해석한 작품이다. 반항적이지만 대담하고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크루엘라 드 빌. 이 캐릭터 안엔 다름을 특별함이라 이야기하는 디즈니의 시선이 녹아있다. 괴짜 크루엘라가 큰 산을 넘어 런던 패션계를 주름잡는 파격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 화려한 성장 과정은 <크루엘라>가 디즈니 혈통의 작품임을 증명한다.  


엠마 스톤의 새로운 인생캐

크루엘라 역에 엠마 스톤이 캐스팅되었을 때 대부분의 팬은 환호를 질렀다. 속내를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눈을 지닌 엠마 스톤과 살짝 돌은(!) 크루엘라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기 때문. 혹시나 엠마 스톤의 이미지가 크루엘라 드 빌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원작에 누를 끼쳤을까 염려되는 이들이라면 그 걱정을 접어두어도 좋다. 엠마 스톤은 크루엘라 드 빌의 첫 번째 실사 캐릭터를 연기한 글렌 클로즈만큼 선명한 개성을 지닌 21세기 크루엘라 드 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지닌 젊은 디자이너는 생기와 패기가 넘친다. 엠마 스톤의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그가 만들어낸 다양한 표정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크루엘라 극이 전개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그에 맞게 변화해간다. 오스카 위너 엠마 스톤은 캐릭터가 마주하는 감정 곡선을 세밀하게 표현해 빌런 크루엘라의 삶에 설득력을 더한다. 제게 닥친 시련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크루엘라 드 빌, 한계를 넘어서는 그녀의 도전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엠마와 엠마의 대결

강력 범죄의 경계선 위를 오가는 크루엘라를 응원하게 만드는 인물이 있으니, 그의 상사로 등장하는 남작 부인이다. 니콜 키드먼, 샤를리즈 테론, 줄리안 무어, 데미 무어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여성 배우들이 후보로 올랐던 역할. 최종적으론 <메리다와 마법의 숲>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 스튜디오의 작품에 다수 출연한 엠마 톰슨이 남작 부인을 연기했다. 

엠마 톰슨은 그간 드넓은 품을 지닌 조력자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엄마 품처럼 따스한 엠마 톰슨의 얼굴이 익숙한 관객이라면 남작 부인 캐릭터가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 남작 부인은 인간미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표독스러움의 끝을 달리는 캐릭터다. 크루엘라는 남작 부인의 명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폭주한다. 할리우드 오스카 위너인 두 엠마의 팽팽한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크루엘라>를 관람할 가치는 충분하다. 


디즈니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오스카 의상상 강력 후보

내년 오스카 시상식의 의상상 후보에서 이 영화가 빠진다면 공정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 <크루엘라>는 일찍부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디즈니 버전으로 불렸다. 보스와 직원으로 만난 엠마 톰슨과 엠마 스톤의 관계가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와 닮아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의상 영화로서 제 몫을 다 하기 때문이다. 

극 중 패션계 미래의 아이콘임을 증명하며 얼굴에 더 퓨처(The Future)를 새기고 나온 크루엘라의 가죽 점프슈트부터, 남작 부인의 차를 덮어버린 레드 드레스, 40피트에 다다르는 쓰레기차 드레스까지. <크루엘라>는 이전에 본 적 없던 새롭고 독특한 의상을 만나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그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엠마 스톤의 스타일리시함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

<크루엘라>의 의상은 이미 오스카에서 의상상 트로피를 거머쥔 바 있는 제니 비번이 맡았다. <크루엘라>의 배경은 펑크 록 열풍이 한창인 1970년대 런던. 그에 따라 제니 비번은 펑크 록 뉴웨이브 가수 니나 하겐, 데비 해리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에스텔라의 룩을 제작했고, 크루엘라를 위해선 블랙, 화이트, 레드 컬러가 가미된 시크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룩을 선사했다. 남작 부인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룩은 세계적인 브랜드 디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영화를 위해선 총 277벌의 의상이 제작됐다. 제니 비번은 “이번 작품은 내가 지금껏 참여한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라는 작업기를 전했다. 


착한 디즈니는 가라!

빌런 앞에선 늘 마음이 약해졌던 디즈니. 모성 앞에 한없이 여린 마음을 품었던 말레피센트는 어른 관객의 성에 차지 않았고, <알라딘> 속 자파의 존재감은 원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디즈니 최고의 악녀 크루엘라는 그와 다른 길을 걷는다. 자신의 한계를 깨며 새롭고 독창적인 의상을 창조해왔던 크루엘라와 같은 길을 걷는 영화랄까. 관객이 흔히 디즈니에게 상상하는 착한 전개는 없으니 안심하고 봐도 좋다. 지금까지 봐온 적 없던 디즈니 표 파격 전개를 기대해보자.


쿠키 영상 유무는?

의상부터 세트 디자인, 귀를 사로잡는 올드 팝까지 어느 것 하나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것이 없는 <크루엘라>는 크레딧 신마저 평범을 거부한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원작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만날 수 있을 것. 글렌 클로즈의 크루엘라를 연이어 만나볼 수 있었듯, 엠마 스톤 표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쭉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크루엘라>는 5월 26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