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 요시키의 내레이션과 함께 'Es Druのピアノ線'이 흐른다. 비장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Jealousy>의 첫 곡이다. 1998년 공식적으로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지기 전까지 알음알음으로('불법'으로) 들어야 했던 일본 음악이다. 1990년대 초중반에 엑스 재팬의 음악은 대표적인 불법 음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메이저 앨범인 <Blue Blood>와 <Jealousy>의 인기는 점점 더 지하로 넓게 퍼져갔다. 'Endless Rain'과 'Say Anything'은 음지의 인기곡이었고, 'Endless Rain'를 차용한 듯한 한국 가요도 등장했다.
엑스 재팬만큼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팀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팀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요시키를 '세계 3대 드러머'라 이야기하던 루머가 과대평가의 영역에 속할 것이고, 그저 반짝인기라 폄하하는 이야기들이 과소평가에 속할 것이다. 한국에선 전성기가 지난 뒤 공식적으로 소개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나 역시 영화에서 자료화면으로 자주 보이는 도쿄 돔 라이브를 처음 본 것도 불법 복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으니, 엑스 재팬을 양지에 놓고 이야기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영화 <위 아 엑스>는 바로 그 '가깝고도 먼' 밴드 엑스 재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공연을 갖기 4일 전부터 이들의 모습을 쫓는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리더 요시키이다. 그의 입을 통해 엑스 재팬의 역사가, 밴드의 속사정이, 개인의 삶이 펼쳐진다. '90년대의 인기를 뒤로 하고 한국에서 엑스 재팬은 잊힌 밴드 가운데 하나였다. 히데와 타이지가 연달아 사망하고 보컬리스트였던 토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들린 뒤론 열성 팬이 아니고서는 엑스 재팬은 이미 지나간 밴드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요시키는 <위 아 엑스>를 통해 그렇지 않다고, 엑스 재팬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엑스 재팬에 대해 궁금해하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일본을 들썩이게 한 밴드였던 만큼,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다. 토시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 이야기와 그로 인한 밴드의 해체 과정, 또 타이지의 해고와 히데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 요시키는 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에서 요시키는 자주 울먹인다. 상업적인 전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요시키였고,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요시키와 토시가 하는 만큼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의 말과 눈물이 거짓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져요. 하지만 상처는 절대 사라지지 않죠"라며 울먹이는 그도 영화에서만은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천명의 중년일 뿐이다.
영화에는 많은 동료 음악가들이 자연스런 모습으로 등장한다. 페인팅의 조상과도 같은 키스의 진 시몬즈나 마를린 맨슨, 웨스 볼랜드(림프 비즈킷) 등이 분장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엑스 재팬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후반부, 요시키도 눈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처음 보인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요시키의 모습을 보며 그의 맨 얼굴을 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 민낯에 영화를 보면서 요시키에게 가졌던 의구심도 조금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위 아 엑스> 사운드트랙에는 기존 엑스 재팬의 대표곡들이 대거 수록돼있다. 신곡 'La Venus'가 수록돼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일 테지만, 베스트 앨범이야 이미 지겹게 많고 또 전성기 시절 노래만을 모은 <Singles> 같은 베스트 앨범의 선곡에 미치지 못한다. 음악은 그때 그 시절 엑스 재팬을 추억하는 용도로 적합하다. 유럽 파워 메탈 스타일에 일본 특유의 멜로디를 더한 이들의 음악은 분명 독창적이었다. 여기에 멋이 흘러넘치고 음악적 재능도 훌륭했던 타이지와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인물로 묘사되는 히데의 모습을 보고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엑스 재팬을 좋아했던 팬들에겐 좋은 기념선물이 될 것이다. 'I'll Kill You', '紅(Kurenai)', 'Standing Sex', 'Miscast', 'X'까지, 영화에 나온 가장 좋았던 시절의 음악을 오랜만에 찾아 듣는다.
- 위 아 엑스
-
감독 스테판 키작
출연 요시키, 토시, 파타, 히스, 히데, 스기조, 타이지
개봉 2016 영국, 미국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