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념이 무엇이든 늘 신념을 가지고 살아라. 나에게 그것은 괴물이었다.”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후 남긴 말입니다.
 
호러와 판타지를 기괴하고 미학적인 연출로 그려내는 데 도가 튼 길예르모 감독은 이번에도 괴물과 함께 관객들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이번 작품 또한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를 그려내고 있었는데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화제작이었던 <셰이프 오브 워터>가 10 18일 오후 8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 관객들을 찾았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2006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하며 할리우드에서 거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헬보이> 시리즈와 <퍼시픽 림> 등 이후 내놓은 작품들이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함과 동시에 한동안 흥행에 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는데요. 2년 만에 내놓은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로 극찬을 받으며 그는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 진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냉전 시기, 1962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정부가 극비리에 운영하는 연구소에 어느 날 신식 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 용도로 물고기 인간이 들어오게 됩니다. 누군가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엘리자(샐리 호킨스)와 물고기 인간(더그 존스)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외로움을 느끼던 엘리자는 물고기 인간을 유일하게 사람답게 대해줍니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의 인생 또한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두 인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둘은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서로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메꿔주는 존재가 되어가죠. 

마이클 섀넌, 옥타비아 스펜서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는 샐리 호킨스였습니다. 전작 <내 사랑>에서 소아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려 몸이 불편한 모드 루이스를 연기한 그녀가 이번엔 언어장애로 목소리를 잃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영화 속에서 대사 한 마디 하지 않지만 그녀의 감정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녀는 벌써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죠. 

또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몬스터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작품에서 괴물로 여러 번 출연한 더그 존스가 물고기 인간을 연기했는데요. (그의 이름은 낯설지언정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속 판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이번에도 역시나 물고기 인간 그 자체가 된 듯한 어마무시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더그 존스 또한 영화 내내 기이한 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피가 튀고 잔혹한 몇몇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높은 수위는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감독의 전작들만큼 어둡진 않았고요. 오히려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꽤 많아 극장 안 관객들이 빵빵 터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2시간 내내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이 설사 인간과 다른 존재일지언정 배척하지 말고 포용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말한 대로 이 영화는 사랑과 희망,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러브 스토리였습니다. 영화를 보며 진정한 사랑과 희생, 구원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영화는 2018 2월 국내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입니다. 지금 부산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의 관람 기회가 더 남았습니다. 놓치지 마시길!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상영 시간표>

10/20 13:30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더그 존스, 샐리 호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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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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