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인생에 기회가 온다고 해도, 그걸 붙잡는 건 쉽지 않다. 앞으로 소개할 10명의 배우들은 기회임을 직감하고 거기에 달려들어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한 작품으로 터닝포인트를 돌고 인정받은 배우들, 그리고 그 작품들을 만나보자.

※ 해당 포스트는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의 'The 10 Best Turning Points in Famous Actors’ Careers' 기사를 기반으로 합니다.


앤 해서웨이

<브로크백 마운틴>

앤 해서웨이는 디즈니의 수혜자였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니까. 알고 보니 왕족 가문 혈통인 고등학생 미아 서모폴리스를 연기한 앤 해서웨이는 원한다면 시리즈를 이어갈 수도, 비슷한 캐릭터만 연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앤 해서웨이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2>를 촬영한 뒤 완전히 다른 영화를 선택했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당시만 해도 앤 해서웨이는 디즈니의 스타였다. 대중의 기대는 제이크 질렌할이나 히스 레저, 아니면 이안 감독에게 집중됐다.

앤 해서웨이는 에니스(히스 레저)의 아내 알마 역 오디션을 요청받았지만,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할)의 아내 루린 트위스트 역을 하겠다고 역제안했다. 그 선택은 탁월했다. 부유층 여성다운 세련된 매력과 남편의 비밀을 알게 돼 착잡해하는 아내의 모습까지 소화했다. 이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까지 성공하며 연기력과 인기를 모두 입증했다.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출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개봉 2005 미국, 캐나다

상세보기

크리스찬 베일

<아메리칸 싸이코>

크리스찬 베일은 작품 선택이 좋은 배우 중 하나다. 2005년 <배트맨 비긴즈>로 톱스타로 등극한 후에도 <아임 낫 데어>, <파이터>, <빅쇼트> 등 해마다 좋은 작품을 하나씩 남겨왔다. 1987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의 아역 배우로 스크린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2000년에 <아메리칸 싸이코>를 선택했다.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상류층이라니, 아역 배우로 시작한 크리스찬 베일의 성실한 이미지를 파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류층 인간이 갖는 고풍스러운 아우라와 살인마의 흉악스러운 분위기를 모두 표현하며 연기만큼은 베테랑이란 걸 보여줬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 영화를 위해 근육질 몸매를 만들었는데, 이후 <머시니스트>, <다크 나이트> 삼부작, <레스큐 돈>, <파이터>, <아메리칸 허슬> 등에서 체중 감량과 증량을 반복해 '고무줄 체중 연대기'를 만들었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 자체도 이 영화가 터닝포인트인 셈이다.

아메리칸 싸이코

감독 메리 해론

출연 크리스찬 베일, 윌렘 대포, 자레드 레토, 조쉬 루카스, 사만다 마티스, 맷 로스, 빌 세이지, 클로에 세비니, 카라 세이무어, 저스틴 서룩스, 기네비어 터너, 리즈 위더스푼

개봉 2000 미국, 캐나다

상세보기

제임스 스튜어트

<로프>

(위) 촬영 현장의 제임스 스튜어트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는 따듯한 감성을 표현하는 배우였다. <스미스씨 워싱톤에 가다>, <멋진 인생>의 프랭크 카프라 감독과 죽이 잘 맞았다. 신사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로프>의 주인공으로 그를 선택했다.

<로프>는 알려진 대로 현실 시간과 영화 시간이 동시에 흘러간다. 10분짜리 롱테이크를 이어붙인 80분을 하나의 영화로 완성한다. 당연히 배우들은 10분마다 감정을 스스로 봉합하며 연기해야 했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그 속에서 예민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루퍼트 콜뎀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로프>가 그의 터닝포인트인 이유는 히치콕과의 첫 만남이기 때문이다. <로프> 다음으로 6년 후 이들은 <이창>으로 만났다. 그 다음 작품은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기증>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탄생시킨 감독과 스크린에서 스릴을 한껏 끌어올린 연기자의 첫 작품이니 터닝포인트란 수식어를 불이기에 손색 없다.

로프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개봉 1948 미국

상세보기

캐서린 헵번

<필라델피아 스토리>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이 목록에서 소개할 세 배우가 출연했다. 제임스 스튜어트, 지금 소개할 캐서린 헵번, 그리고 이후 소개할 캐리 그랜트. 그 중 이 작품으로 수혜를 입은 건 캐서린 헵번이다. 

캐서린 헵번은 당시 <아침의 영광>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수상하고, <아이 양육> 같은 코미디 영화도 소화하는 인기 배우였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스토리>에서 캐서린 헵번은 함께 출연한 두 배우를 직접 선정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리드하면서 상상 이상의 배우임을 증명했다.

그는 트레이시 로드 역으로 사교계의 명사인 C.K. 덱스터 헤이븐(캐리 그랜트)과 매컬리 코너(제임스 스튜어트)와의 재치 넘치는 로맨스, 아버지와의 화해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 영화로 캐서린 헵번은 뉴욕 비평가 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당시 자신을 둘러싼 '도도하고 오만한 여배우'라는 이미지를 씻어냈다. 

필라델피아 스토리

감독 조지 큐커

출연 캐리 그랜트, 캐서린 헵번, 제임스 스튜어트

개봉 1940 미국

상세보기

나탈리 포트만

<클로저>

크리스찬 베일처럼 아역으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탄탄대로를 걸어온 나탈리 포트만. 1994년 <레옹>을 시작으로 <히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 등에 출연했는데 터닝포인트라니, 의아한 선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04년 주드 로,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라는 쟁쟁한 배우들과 출연한 <클로저>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다시 한 번 만끽할 순간을 선사했다. 그의 앨리스는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자신을 꽁꽁 숨긴 채 순수한 사랑을 찾는 앨리스는 다른 세 인물과 관객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되묻게 했다.

<클로저>로 나탈리 포트만은 생애 첫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성공했다. 골든 글로브에선 클라이브 오웬과 함께 조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블록버스터나 <다즐링 주식회사>, <천일의 스캔들>, <브라더스> 같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블랙스완>으로 연기파 배우의 정점에 올라섰다.

클로저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개봉 2004 미국

상세보기

스티브 카렐

<폭스캐처>

사실 최신작을 '터닝포인트'라고 말하는 건 애매하다. 터닝포인트라면 그 이전과 달라진 필모그래피까지 입증해야 하니까. 하지만 2014년의 이 영화는 이 리스트에 딱 알맞다. 스티브 카렐이 출연한 <폭스캐처>다.

스티브 카렐은 첫 주연작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더 오피스> 미국 버전의 대성공으로 가장 웃긴 배우로 인식됐다. <미스 리틀 선샤인>,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댄 인 러브> 등 꾸준히 드라마 장르에 도전했다. 그래도 <폭스캐처>에서 존 듀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할 줄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폭스캐처>의 존 듀폰은 우스운 구석 하나 없다. 오로지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류의 인간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운 스티브 카렐은 전혀 다른 얼굴로 심드렁하게 스크린을 장악했다. 이어 <빅쇼트>, <카페 소사이어티>에도 출연한 그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에서 바비 릭스를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폭스캐처

감독 베넷 밀러

출연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 마크 러팔로

개봉 2014 미국

상세보기

라이언 고슬링

<하프 넬슨>

아역 배우 출신으로 대성공한 배우가 한 명 더 있다. 라이언 고슬링은 대개 로맨틱한 남자나 나쁜 남자를 주로 맡았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리멤버 타이탄>처럼 좋은 조연이거나 <노트북>처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주연이었다.

<하프 넬슨>은 그에게 잠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라이언 고슬링은 학생들에게 경험적인 교육으로 사고력을 발달시키려 노력하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코카인 중독자인 댄 역을 맡았다. 그의 연기는 댄을 선이나 악, 하나의 성격에 치우치기보다는 삶에 매달리는 인간으로 그려내 관객들에게 연민마저 끌어냈다.

이 작품으로 라이언 고슬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범주에 들어섰다. <블루 발렌타인>, <드라이브>, <킹메이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로 이어진 라이언 고슬링의 필모그래피는 <빅쇼트>와 <라라랜드>로 정점을 찍었다.

하프 넬슨

감독 라이언 플렉

출연 라이언 고슬링, 안소니 마키, 샤리카 엡스

개봉 2006 미국

상세보기

캐리 그랜트

<서스픽션>

(왼쪽 아래) 촬영장의 캐리 그랜트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캐리 그랜트는 <아이 양육>이나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필라델피아 스토리> 등 스크루볼 코미디는 물론이고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 같은 드라마도 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배우였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그런 배우에게서 어떻게 <오명>이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스릴러에 적합한 얼굴을 발견했던 걸까?

캐리 그랜트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함께 작업한 첫 작품, <서스픽션>은 상대 배우인 조안 폰테인을 빛내기 위해 캐리 그랜트의 매력을 사용했다. 그의 매력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스픽션>은 캐리 그랜트가 스릴러에 적합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한 셈이다.

캐리 그랜트는 <서스픽션> 이후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는 물론, 여전히 코미디와 드라마에서도 활약했으며 <샤레이드>처럼 멜로, 코미디, 스릴러가 뒤섞인 작품에서도 특유의 인장을 남기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서스픽션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캐리 그랜트, 조안 폰테인

개봉 1941 미국

상세보기

제시카 차스테인

<제로 다크 서티>

현재 할리우드 톱 여배우 중 한 명인 제시카 차스테인은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결코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트리 오브 라이프>, <헬프>, <테이크 셸터>가 연이어 공개된 2011년에서야 그는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의 최고 터닝포인트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다. CIA 요원 마야 역으로 분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특유의 신비로운 모습은 영화 전체를 장악하기에 충분했고, 절제된 스릴러에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야의 감정과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 어려운 역할을 소화한 결과, 많은 영화 시상식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엘레노어 릭비>, <인터스텔라>, <모스트 바이어런트>, <마션> 등에 출연했다. 그리고 <미스 줄리>, <미스 슬로운>, <주키퍼스 와이프> 등을 통해 단독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여성 배우로 등극했다.

제로 다크 서티

감독 캐스린 비글로우

출연 조엘 에저튼, 크리스 프랫, 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락

개봉 2012 미국

상세보기

매튜 맥커너히

<머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머드>(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아래)

이견의 여지가 있을까. 매튜 커너히는 최고의 배우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은 '명배우의 명연기'로 홍보되기도 한다. 이전부터 그의 영화를 챙겨본 관객이더라도 현재 그의 연기를 보면, 불과 10년 전 <웨딩 플래너>,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등에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가이'였다는 걸 쉽게 떠올릴 수 없다.

그의 터닝포인트는 2012~2013년 두 작품에 걸쳐 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킬러조>, <버니>를 촬영한 후 그는 제프 니콜스의 <머드>를 만났다. <머드>에서 매튜 커너히는 나무 위에 걸린 보트를 집으로 삼은 머드를 연기했다. 특유의 말투를 한껏 살린 언어로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매튜 맥커너히는 그해 최고의 '재발견'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 작품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에이즈에 걸려 약물을 밀수하는 론 우드론프로 변하기 위해 매튜 맥커너히는 2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고, 다가오는 죽음에의 절망부터 그것마저 조롱할 수 있는 낙관까지 표현했다. 함께 출연한 자레드 레토와 함께 호연을 펼쳤고,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수상에 성공했다.

이후 <인터스텔라>, TV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골드> 등 연기는 물론이고 <쿠보와 전설의 악기>, <씽>처럼 목소리 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매튜 맥커너히는 이제 다음 출연작이 공개될 때마다 주목해야 할 배우로 꼽힌다.

머드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리즈 위더스푼, 매튜 맥커너히, 타이 쉐리던

개봉 2012 미국

상세보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맥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개봉 2013 미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