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영화시장 규모는 세계 6위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그 정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작품이 상영관을 벗어나 IPTV와 VOD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 약속한 것처럼 불법 파일들이 돌아다닙니다.

그동안 발만 동동 구르던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이제는 강력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개봉한 <기억의 밤>도 얼마 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범죄도시> 불법 유출 때도 50여 명의 유포자를 고발했던 키위 컴퍼니는 이번 <기억의 밤>과 관련해서도 불법 유포자는 선처 없이 끝까지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11월 초에 개봉한 방은진 감독의 신작 <메소드>는 일부 장면이 첫 무대인사를 하기도 전에 유출되어 곤욕을 치렀습니다. 박성웅과 오승훈의 연기가 담긴 부분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는데요. 퀴어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한 장면이 앞뒤 설명 없이 불법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 방은진 감독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발표 이후에도 해외 네티즌을 중심으로 불법 배포가 계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옥자>는 어떤 작품보다도 빠르게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의 노력과, 훌륭한 작품들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자 하는 분들을 존중하는 저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라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법적인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었지요.
 
이런 불법 유출 문제는 당연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올해는 유독 할리우드도 불법 유출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특히 팬들이 영화를 공짜로 보고 싶은 마음에 저지르는 정도의 불법 다운로드가 아니라 전문 해커 집단이 개입하여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작품을 해킹하는 심각하고 악의적인 범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4월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더다크오버로드(thedarkoverload)’라는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이 해킹 집단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 5의 10회 전 에피소드를 해킹했다고 발표하고 첫 에피소드를 공개해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보내지 않을 경우, 나머지 에피소드도 온라인에 뿌리겠다며 협박했지요. 한날 한시에 전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넷플릭스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지만 타협하지 않았고 결국 전편이 공개되고 말았습니다. 해킹 집단 '더다크오버로드(thedarkoverload)’는 FOX, IFC, 내셔널지오그래픽, ABC 등도 해킹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HBO의 <왕좌의 게임>은 영상이 유출된 것은 아니지만, 대본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미스터 스미스(Mr. Smith)'라는 이름의 해커들은 HBO의 내부 전산망을 해킹해서 1.5테라 바이트 분량의 데이터를 훔쳐 왔다고 했습니다. <왕좌의 게임>을 포함한 HBO의 드라마 대본이 유출된 것이지요. 역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시즌 7의 일부 에피소드 대본을 뿌렸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왕좌의 게임>의 전개 방식상 아주 치명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나라에도 본문과 해석본이 함께 돌아다녔지요. HBO는 같은 달 트위터 공식 계정의 비밀번호도 해킹당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동일 집단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HBO 해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메스리’라는 인물이 얼마 전 기소되었다는 NBC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불법 다운로드의 유혹에 넘어간 적 없는 네티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나 분명 불법 다운로드는 양심의 문제를 넘어선 범죄입니다. <기억의 밤>과 <범죄도시>의 강경 대응이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