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에도 어김 없이 개최된다. 총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과 그에 참여한 영화인들이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한국시간 기준) 3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시상식에 앞서, 에디터의 주관과 객관을 동원해 주요 부문 수상 결과를 예측했다.

* 후보 리스트 중 아카데미의 (예상)선택은 빨강, 에디터의 선택은 파랑, 둘 다 일치할 경우 금색으로 기울여 표기했다.


  작품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다키스트 아워
덩케르크
겟 아웃
레이디 버드
팬텀 스레드
더 포스트
셰이프 오브 워터
쓰리 빌보드

쓰리 빌보드

작년 작품상 부문에서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두드러지는 후보였다면, 올해는 <셰이프 오브 워터>와 <쓰리 빌보드>의 구도로 나뉘는 분위기다. 당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다루거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물이거나, 독특한 소재의 아름다운 로맨스거나.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서는 두 작품 모두 오스카 작품상 수상 영화들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쓰리 빌보드>는 성범죄로 인한 비극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셰이프 오브 워터>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농아와 수중생물체라는 소수자의 사랑을 그렸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기록인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셰이프 오브 워터>가 작품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근래 작품상 수상작들이 무거운 톤으로 현실을 그린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즈음이면 무작정 예쁜 로맨스를 한편 뽑을 때도 된 것 같다. 에디터는 <쓰리 빌보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유머와 감동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용서, 화해, 구원 등 삶에 관한 진중한 테마를 설파하는 드라마와 그걸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이미지의 조화는 눈과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셰이프 오브 워터
쓰리 빌보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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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마이클 스털버그, 더그 존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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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주연상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프랜시스 맥도먼드 <쓰리 빌보드>
마고 로비 <아이, 토냐>
시얼샤 로넌 <레이디 버드>
메릴 스트립 <더 포스트>

프랜시스 맥도먼드 <쓰리 빌보드>

샐리 호킨스는 화가 모드 루이스를 연기한 <내 사랑>에 이어, 사랑의 환희를 만방에 펼쳐보이는 <셰이프 워터>를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유력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졌다. <브루클린> 이후 2년 만에 주연상에 도전하는 시얼샤 로넌, 올해로 주연상에만 17번째 노미네이트 된 메릴 스트립의 명연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다. 딸을 잃은 아픔, 무능하고 무심한 공권력에 대한 분노, 주변의 냉대까지 견뎌야 하는 이의  거대한 심경이 맥도먼드 특유의 심드렁한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변이 없는 한, 코엔 형제의 <파고> 이후 21년 만에 두 번째 오스카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그래도 에디터의 마음 속 여우주연상은 누가 뭐래도 (후보에도 모르지 못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 브루클린 프린스다.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남우주연상 

티모시 샬라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대니얼 데이 루이스 <팬텀 스레드>
대니얼 칼루야 <겟 아웃>
게리 올드만 <다키스트 아워>
덴젤 워싱턴 <이너 시티>

게리 올드만 <다키스트 아워>

6년 전 <철의 여인>의 '대처' 메릴 스트립과 그 이듬해 <링컨>의 '링컨'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돌이켜보자.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만은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을 만한 조건에 완벽히 부합해 보인다. 절대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실존인물 처칠을 연기했음은 물론, 닮은 구석 하나 없는 그의 외모를 구현하기 위해 까다로운 분장까지 소화했다. 빼어난 연기력은 말해 뭐할까. 수많은 명연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딱 두 번 오스카 후보에 오른 올드만의 오명을 씻어낼 것이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다시 한번 오스카를 차지하는 광경을 보고 싶은 건 에디터의 바람이다. 그는 <나의 왼발>, <데어 윌 비 블러드>, <링컨>으로 세 차례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일한 남자배우다. 캐서린 헵번이 기록한 4개 오스카 기록을, 63년 만에 데이 루이스가 은퇴작 <팬텀 스레드>로 잇는다면 영화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샬라메가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진풍경이 될 터.

대니얼 데이 루이스 <팬텀 스레드>
다키스트 아워

감독 조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게리 올드만, 벤 멘델슨,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스티븐 딜레인

개봉 2017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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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스레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엡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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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상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
조던 필 <겟 아웃>
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
폴 토마스 앤더슨 <팬텀 스레드>
기예르모 델 토로 <셰이프 오브 워터>

<셰이프 오브 워터>로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 <아티스트>의 미셸 하자나비셔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최근 10년간 감독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눈에 띄는' 콘셉트와 이미지를 내세워 작가의 터치를 드러낸 감독들이었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는 올해 이 조건에 가장 크게 부합하는 감독이다. 오랫동안 천착해온 '크리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가운데 데뷔 이래 처음 로맨스에 도전해 극찬 세례를 받고 있다.

<덩케르크>로 처음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수상을 기대해봄 직하다. 기교로 가득한 스토리텔링과 CG를 방불케 하는 현란한 촬영 테크닉 등 기존의 방식을 내려놓고 전쟁터의 현장감에 몰두한 정공법으로써 작가의 뚝심을 한껏 드러냈다. 한편, 연출 데뷔작으로 바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가 된 조던 필과 그레타 거윅 역시 오로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로 제 인장을 제대로 새겨놓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해리 스타일스, 핀 화이트헤드, 아뉴린 바나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배리 케오간

개봉 2017 영국, 프랑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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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조연상 

메리 J. 블라이지 <머드바운드>
앨리슨 재니 <아이, 토냐>
레슬리 맨빌 <팬텀 스레드>
로리 멧칼프 <레이디 버드>
옥타비아 스펜서 <셰이프 오브 워터>

앨리슨 재니 <아이, 토냐>

올해 연기상 부문들은 저마다 강력한 후보자가 한명씩 버티고 있다.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의 앨리슨 재니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토냐(마고 로비)를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만들기 위해 악랄한 방식으로 딸을 키우는 엄마 역을 맡았다. 어릴 적부터 경쟁심을 쑤셔넣는 건 물론 구박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소시오패스적 훈육을 선보이며 보는 이의 인내심의 한계를 실험했다. 크레딧을 모르고 본 관객들 가운데 이 배우가 앨리슨 재니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기괴한 외모도 강력한 인상에 한몫 한다. 후보 중 또 다른 '문제적' 엄마 캐릭터인 <레이디 버드>의 로리 멧칼프가 재니와 대적할 만하다는 쪽으로 입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리 멧칼프 <레이디 버드>
아이, 토냐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제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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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루카스 헤지스, 트레이시 레츠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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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우조연상 

윌렘 대포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디 해럴슨 <쓰리 빌보드>
리차드 젠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크리스토퍼 플러머 <올 더 머니>
샘 록웰 <쓰리 빌보드>

샘 록웰 <쓰리 빌보드>

남우조연상 후보는 1992년 <벅시> 이후 오랜만에 같은 영화의 두 배우가 리스트에 올랐다.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과 우디 해럴슨이 그 주인공이다. 두 배우 모두 출중한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멕시코 출신으로서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흑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에게 고문을 일삼지만, 매사에 엄마에게 의지하는 전형적인 루저 캐릭터 딕슨을 샘 록웰이 연기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경찰서장 월러비(우디 해럴슨)도 매력적이지만, 비호감의 극치인 딕슨 역에 무게가 실린다.

한 영화에서 두 배우나 후보에 올랐으니 <쓰리 빌보드>의 배우들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 그런데 속단하긴 이르다. <대부>, <대부 2>, <플래툰>, <벅시> 등 지난 50년 사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두 배우 이상이 포함된 영화들은 죄다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셰이프 오브 워터>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따뜻한 이웃 아저씨를 연기한 리차드 젠킨스와 윌렘 대포의 수상 가능성을 놓을 수 없다. 에디터는 32년 전 <플래툰>으로 오스카를 놓쳤던 윌렘 대포를 지지한다. 늘 인상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묵묵히 주변을 살피며 매직 캐슬의 사람들을 살피는 바비가 있어 무니와 젠시가 덜 위태로워 보였다.

윌렘 대포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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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상 

로저 디킨스 <블레이드 러너 2049>
브루노 델보넬 <다키스트 아워>
호이테 반 호이테마 <덩케르크>
레이첼 모리슨 <머드바운드>
댄 라우스트센 <셰이프 오브 워터>

로저 디킨스 <블레이드 러너 2049>

현존하는 최고의 촬영감독 중 하나로 추앙받는 로저 디킨스. 그는 1994년 <쇼생크 탈출>부터 2015년 <시카리오>까지 총 13번이나 촬영상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때가 된 것 같다. <프리즈너스>와 <시카리오>에서 함께했던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스트에 같이 오른 영화들 가운데 '이미지' 측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SF영화의 금자탑과도 같은 <블레이드 러너>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은 <블레이드 러너 2049> 최대의 공은 2049년 지구를 숨막히도록 아름답고 황량하게 담아낸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에 돌아가야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무지막지한 야심을 위해 육해공을 누볐던 <덩케르크>의 호이테 반 호이테마 정도가 디킨스의 발목을 붙들 수 있을 것이다.

호이테 반 호이테마 <덩케르크>
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 영국, 캐나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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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상 

에밀리 V. 고든 & 쿠마일 난지아니 <더 빅 식>
조던 필 <겟 아웃>
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
델 토로&바네사 테일러 <셰이프 오브 워터>
마틴 맥도나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쓰리 빌보드>

직업정신이 투철한 에디터는 <쓰리 빌보드>를 보다가 "각본상은 따놓은 당상이군" 하고 중얼거렸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감정이 여기 다 담긴 듯한 드라마, 손 내밀면 그대로 만져질 것 같은 캐릭터, 팍팍한 현실에 대한 지독한 유머가 뒤엉킨 쫀득쫀득한 대사들. (다소 성기다 싶은 국면 전환을 제외하곤)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시나리오다. 왠지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이 주요 부문 하나 정도는 수상할 것 같은데, 그게 각본상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레타 거윅 <레이디 버드>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