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깨나 듣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의 음악 장르 '시티팝'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티팝에 입문하며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명인' 야마시타 타츠로는 40년 넘게 현역으로서 정력적인 음악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야마시타가 새로운 노래 두 곡을 선사한 호소다 마모루의 새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개봉을 기념하며, 그가 주제가를 만든 영화들을 차례대로 정리했다.
쥬브나일
(ジュブナイル, 2000)
"JUVENILEのテーマ
〜瞳の中のRAINBOW~"
(쥬브나일의 테마
~눈동자 속의 레인보우~)
'Juvenile'이라는 이름처럼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 SF. 바디슈트나 미니어쳐를 주로 활용하던 기존의 일본 SF와 달리, 컴퓨터 그래픽과 아담한 로봇을 적극 활용한 볼거리를 내세웠다. CG와 SF 같은 키워드가 아날로그적인 질감이 물씬한 야마시타 타츠로의 음악과 동떨어질 것 같다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쥬브나일>에서 결국 가장 진하게 남는 건 주인공 아이들과 테트라가 한여름을 지나며 나눈 우정이기 때문이다. 야마시타는 치바 현의 이와이나 토미우라 같은 도시에서 바다로 향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연애사진
(恋愛寫眞, 2003)
"2000トンの雨"
(2000톤의 비)
이번 기획에서 소개하는 곡들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곡들인 반면, "2000톤의 비"는 야마시타의 1978년 앨범 <GO AHEAD!>에 수록됐던 곡이다. 보컬을 재녹음하고 피아노를 오버더빙한 2003년 버전이 <연애사진>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엔딩에 붙는다. 야마시타가 존경하는 프로듀서 필 스펙터 특유의 '월 오브 사운드'를 구현해, 엔딩 크레딧을 채운 뉴욕의 이미지를 수식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듯한 드럼의 리듬과 간간이 그 위를 떠도는 색소폰 소리가 이국/도회적인 느낌을 살린다.
썸머 워즈
(サマーウォーズ, 2009)
"僕らの夏の夢"
(우리들 여름의 꿈)
우리는 일찌감치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에서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를 들어본 바 있다.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썸머 워즈>에서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위한 음악은 처음이었고, 당시 6년 만에 콘서트 투어를 재개했던 시점이라 육체적으로도 힘에 부쳤다. 호소다는 자신이 원하는 보편적인 사랑 노래를 불러줄 야마시타 타츠로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해 그를 고집했고, 야마시타는 <썸머 워즈> 속 아바타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서야 결국 제안을 수락했다. 사이버 가상 세계와 여름방학의 시골 마을을 오가는 떠들썩한 판타지가 "마음과 마음을 포개고, 빛의 물방울로 채워, 손과 손을 굳게 잡는다면 작은 기적이 일어나" 하고 노래하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와 함께 맺는다.
눈부신 태양 :
바다와 산호와 작은 기적
(てぃだかんかん
~海とサンゴと小さな奇跡~, 2010)
"希望という名の光"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
세계 최초로 인공적인 산호 산란에 성공해 오키나와의 산호를 살린 카네시로 코우지의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주제가 "희망이라는 이름의 빛"은 온갖 어려움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인물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담긴 곡이다. 애초에 야마시타가 구상한 곡은 이것이 아니었다. 해변에서 수중으로 이어지는 엔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나긋나긋 희망을 노래하는 이 노래는 영화 개봉 1년 후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한 일본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로 더 크게 사랑받았다.
양지의 그녀
(陽だまりの彼女, 2013)
"光と君へのレクイエム"
(빛과 당신에게로의 레퀴엠)
마오(우에노 주리)를 떠나 보낸 코스케(마츠모토 준)이 홀로 바에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이 좋아하던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를 들으면 까만 화면에 음악과 가사만 덩그라니 뜬 채로 몇 분이 지난다. 그리고 코스케와 마오가 다시 만나는 (듯한) 에필로그 후에 야마시타 타츠로의 "빛과 당신에게로의 레퀴엠"이 엔딩 크레딧과 흐른다. 야마시타의 음악에 배어 있는 비치 보이스의 영향을 떠올린다면 꽤나 재미있는 활용이다. 그는 <양지의 그녀>를 우에노 주리, 마츠모토 준 두 배우의 클로즈업이 인상적인 영화라 칭하며, 그들의 젊음을 노래하고 싶어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볍지만 따뜻하게 내려오는 햇빛이 떠오르는 노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ナミヤ雑貨店の奇蹟, 2017)
"REBORN"
야마시타 타츠로의 50번째 싱글 "REBORN"은 히가시노 게이노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주제가로 만들어진 노래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래서 당연히 들을 수 없는) 노래 "재생"(再生)을 구체화 해달라는 의뢰로 비롯됐다. 한달 반이나 소요된 작업은 지금까지의 영화음악 가운데 선두를 다툴 만큼 까다로웠다고 한다. "REBORN" 싱글 CD에는 원곡을 비롯해 세리 역의 배우 카도와키 무기가 부른 어쿠스틱, 하모니카 연주 등 5개 버전이 수록돼, 이 곡에 대한 야마시타의 애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미래의 미라이
(未来のミライ, 2018)
"ミライのテーマ"
(미라이의 테마)
"うたのきしゃ"
(노래의 기차)
<미래의 미라이> 음악 작업에는 두 가지 '최초' 수식이 붙는다. 한 감독의 작품을 두 번째 맡았고, 한 작품 안에 노래 2개를 선사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미라이>는 "미라이의 테마"로 열고, "노래의 기차"로 닫는다. 요코하마의 조용한 마을을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경과 함께 펼쳐지는 "미라이의 테마"는 4살 소년 쿤의 얼굴처럼 탱글탱글한 소리와 리듬이 넘실댄다. "미라이의 테마"를 그림 콘티만 보고서 만들었다면, "노래의 기차"는 예고편까지 만들어진 시점에서 착수한 노래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쿵짝쿵짝 훵키한 그루브가 스피커를 울리면 스크린 왼쪽에 작은 칸으로 영화 속 장면들이 찬찬히 지나간다. 쿠키 영상 없어도 엔딩 크레딧을 지켜볼 이유가 충분하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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