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와 <코코>의 "리멤버 미"(Remember Me)로 연달아 주제가상을 받았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월 25일 아침(한국 기준)에 열린다. 올해는 음악상, 주제가상 부문에 각각 5개 작품이 후보로 올랐다. 예년에 비해 강력한 후보작이 없어 좀처럼 예상이 어려운 리스트다.


음악상

Best Original Score

루드비히 고란슨

<블랙 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데뷔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루드비히 고란슨은 영화음악 이전에 차일디쉬 갬비노(aka 도널드 글로버)의 오랜 프로듀서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얼마 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을 받은 차일디쉬 갬비노의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 역시 고란슨의 작품이다. 아프리칸 특유의 합창과 리듬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사운드는, 와칸다 족의 생활상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며 흑인 히어로 영화의 당위를 공고히 한 <블랙 팬서>의 스코어에서도 이어진다. 고란슨은 <블랙 팬서> 시나리오를 읽고 세네갈 출신의 뮤지션 바바 말과 함께 그의 모국을 방문해 몇 주 간 세네갈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스코어의 틀을 짰다. 아프리칸의 악기들을 적극 활용해 듣자마자 토속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테런스 블랜차드

<블랙클랜스맨>

테런스 블랜차드는 스파이크 리의 영화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협업자다. 1991년 <정글 피버>부터 최근작까지 간헐적이지만 오랫동안 협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놓다가 다시금 출중한 연출력을 증명한 스파이크 리의 최근작 <블랙클랜스맨>의 음악 역시 블랜차드가 맡았다. 재즈 트럼페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블랜차드는 재즈의 터치가 물씬한 트랙들로 스코어를 작업해왔지만, <블랙클랜스맨>에서는 자신의 밴드 'E 콜렉티브'와 함께 일렉트릭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방향을 선택했다. 일렉트릭 기타와 70인조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쾌감이 상당하다.


니콜라스 브리텔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문라이트>(2016)로 협업을 시작한 배리 젠킨스와 니콜라스 브리텔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로 재회해 다시 한번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천천히 스미는 현악기의 소리로 달빛 아래의 설렘과 불안을 수식했던 <문라이트>의 음악처럼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역시 현악의 활용이 돋보여 브리텔이 만드는 영화음악이 무엇인지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다. 느리고 낮게 늘린 힙합을 여기저기 배치했던 <문라이트>와 달리,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업은 구성 자체는 단출하되 드문드문 색소폰과 트럼펫을 사용해 전작과의 차별점을 둔다. 보다 따뜻하게 들린다. 청록색과 갈색이 공존하는 사운드트랙 커버가 현악과 관악의 조합을 닮았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개들의 섬>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웨스 앤더슨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으로 2015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작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이어 세 번째 오스카 수상에 도전한다. 엉뚱하고 익살맞은 영화의 톤을 닮은 가벼운 분위기의 악곡들이 주를 이룬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주정뱅이 천사>(1948)과 <7인의 사무라이>(1954)의 영화음악, 일본계 퍼커션/플루트 연주자 와타나베 카오루의 작업, 아카츠키 테루코의 노래 '도쿄 슈샤인 보이' 등을 곁들여 주요 배경인 일본의 색채를 더하고자 했다.


마크 샤이먼

<메리 포핀스 리턴즈>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에서 알 수 있듯, 동화적인 이야기를 뮤지컬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영화는 디즈니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고전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1964)를 54년 만에 계승한 <메리 포핀스 리턴즈> 역시 그걸 고스란히 증명했다. 영화, TV 쇼,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부지런히 활동한 마크 샤이먼이 담당한 스코어는, 원작의 음악감독 셔먼 형제가 만든 곡들을 인용했고, 리처드 M. 셔먼이 직접 감수를 맡기도 했다. 오랫동안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감독을 맡았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5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샤이먼의 수상 여부도 주목되는 바다.


주제가상

Best Original Song

윌리 왓슨 & 팀 블레이크 넬슨

"When A Cowboy Trades

His Spurs For Wings"

<카우보이의 노래>

"웬 어 카우보이 트레이즈 히즈 스퍼즈 포어 윙즈"(When a Cowboy Trades His Spurs for Wings)는 죽음에 관한 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가 모인 <카우보이의 노래>의 첫 머리에 놓인 단편의 대미를 장식한다. 코엔 형제의 2000년작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에서도 훌륭한 컨트리 곡을 선사한 바 있는 질리안 웰치와 데이빗 로울링 듀오가 작곡하고, 배우 윌리 왓슨과 팀 블레이크 넬슨이 부른 노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카우보이의 죽음에 대한 가사가 (아무래도 코엔 형제 작품인지라) 어딘가 조롱조로 들리는 듯한 선율과 만나 기묘한 인상을 안긴다.


켄드릭 라마 & SZA

"All The Stars"

<블랙 팬서>

사실 <블랙 팬서>의 OST는 루드비히 고란슨의 스코어보다는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래퍼 켄드릭 라마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컴필레이션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힙합 트랙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 역시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켄드릭 라마와 그의 레이블 TDE의 디바 SZA가 함께 한 트랙인 만큼 근래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힙합 뮤지션이 주먹구구식으로 참여했던 것과 차별점을 두긴 하지만, 라마와 SZA가 평소 내놓던 곡들보다는 확실히 긴장이 부족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제니퍼 허드슨

"I'll Fight"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미국 최초의 여성 유대인계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장편 다큐멘터리,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드림걸스>(2006)에서 비욘세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낸 제니퍼 허드슨이 노래한 "아윌 파이트"(I'll Fight)다. 제목부터 긴즈버그의 당당한 행보를 드러낸 노래는 리앤 라임즈의 "하우 두 아이 리브"(How Do I Live), 토니 브랙스턴의 "언 브레이크 마이 허트"(Un-Break My Heart), 에어로스미스 "아이 돈 원 투 미스 어 씽"(I Don't Want to Miss a Thing) 등 히트 넘버를 작곡한 다이앤 워렌이 작곡했다. 1988년부터 9번이나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으나 무관에 그쳤던 다이앤 워렌이 이번엔 오스카를 거머쥐게 될지.


에밀리 블런트

"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

<메리 포핀스 리턴즈>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메리 포핀스가 아이들에게 자장가로 불러주는 "더 플레이스 웨어 로스트 씽즈 고"(The Place Where Lost Things Go)다. 디즈니가 제작한 롭 마샬 감독의 전작 <숲속으로>(2014)에서도 훌륭한 노래 솜씨를 뽐낸 바 있는 에밀리 블런트의 솔로곡이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모습에서, 남편 존 크래신스키가 연출한 공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 속 세상 누구보다 강인한 엄마를 연기했던 블런트가 겹쳐 보이는 것 같다.


레이디 가가 & 브래들리 쿠퍼

"Shallow"

<스타 이즈 본>

작년 한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음악영화 <스타 이즈 본>의 주제가. 영화 속에서는 세 번 등장하는데, 앨리(레이디 가가)와 잭슨(브래들리 쿠퍼)이 무대(LA의 그릭 씨어터에서 촬영됐다)에 함께 올라 "섈로우"(Shallow)를 부르는 순간은 <스타 이즈 본>의 백미라 할 만하다. 레이디 가가, 마크 론슨 등 쟁쟁한 뮤지션이 공동 작곡한 멜로디를 브래들리 쿠퍼의 레이디 가가의 묵직한 보컬을 타고 전달될 때의 울림이 크다. 쿠퍼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 중에 깜짝 무대를 선보여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