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은 외로우니까…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를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과 주연배우 이케마쓰 소스케가 영화의 국내 개봉(2월14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언제나 동시대 특정 세대의 문제를 영화에 담아내는 이시이 유야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한 전작 <이별까지 7일>(2014), <행복한 사전>(2013)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의 시인 사이하테 다히의 시집을 원작으로 삼았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현재 일본의 동년배 배우 중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해도 무방할 이케마쓰 소스케는 이시이 유야 감독과 <밴쿠버의 아침>(2014), <이별까지 7일>에 이어 함께 작업했으며,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대부분 현실에 발 붙이고 선 평범한 청년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지금의 도쿄는 어떤 곳인지,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서로 기대고 위로하며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번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지난 2월16일 내한해 여러 차례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인상적인 반응이나 질문이 있었나.
이시이 유야 이 영화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한국에서만큼 많이 받은 적 없었다. 많은 관객이 영화 속 죽음에 주목하는 듯했다.
이케마쓰 소스케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심도 있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답변하기는 했지만 관객이 정말 이런 부분까지 궁금해하는 것인가, 내가 더 궁금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극중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신지의 눈 연기에 대해 어떨 때는 안 보이는 것 같다가 어떨 때는 두눈이 다 보이는 것 같던데 그건 연기적으로 어떤 차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그런 질문을 받은 적 없었다.
사이하테 다히 시인이 쓴 동명의 시집이 원작이다. 소설과 달리 시집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시이 유야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을 시집이 담아내고 있었다. 소설이나 만화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느낌이 궁금하다.
이케마쓰 소스케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감독님이 도쿄를 무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스토리로 풀어낼까 궁금했다. 처음부터 서사를 만들어가기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내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자연스레 모여서 이야기가 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내게 있어 주인공 신지는 현대의 히어로 같았다.
어떤 면에서 신지가 히어로 같았는지.
이케마쓰 소스케 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지닌 진실성, 절실함 같은 면이 그렇다. 신지는 세계의 모든 면을 바라보려고 하고 또 세상과 호흡하려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쟁이나 실업 등 살아가면서 외면하고 싶은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신지는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에게 제대로 다가가려고 하는 정말 착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신지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불안감, 그녀가 안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신지가 많이 메워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집은 언제 읽었나.
이케마쓰 소스케 어느 날 이시이 유야 감독과 술을 마시는데 내게 슬쩍 시집 한권을 건네더라. 그때만 해도 ‘빌려줄 테니 너도 읽어봐라’라는 의도로 읽혔지, 영화 출연 제의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뒤 일주일 만에 시나리오를 다 썼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번 놀랐다.
시집을 건넬 때 이미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이시이 유야 그냥 우연히 가지고 있었던 책이 재미있기에 준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술집에서 시집을 건네는 게 멋지지 않나? 지성이 느껴진다. (웃음)
두 주인공의 직업을 설정한 계기도 궁금하다. 이시바시 시즈카가 연기하는 간호사 미카는 죽음을 가까이 대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건설노동자 신지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건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시이 유야 시집을 읽고 떠올렸던 이미지를 기반으로 만든 설정인데, 남자는 무거운 짐을 계속해서 운반하고 있고 여자는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을 정했다.
신지를 비롯해 건설노동자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건물을 짓고 있는데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 혹은 지금의 도쿄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시이 유야 다들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왜 불안한지 그 원인도 모른다. 아마 그 정체를 제대로 알게 되면 그것은 공포로 바뀌게 될 거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그리고 이런 현실에서 살아가면서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멈출 수 없다는 것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사와코, 결심하다>(2010)에서 여러 면에서 사와코를 힘들게 하는 이혼남 겐이치 과장의 입을 빌려 “도쿄는 끝났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때의 도쿄와 지금의 도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
이시이 유야 그때 “도쿄가 끝났다”고 대사를 쓴 이유는 아무래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힘든 상황을 그리고자 했으니까.
그렇다면 도쿄라는 도시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뭘까.
이시이 유야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한참 고민한 후에) 무엇이 도쿄를 싫어하게 만드는지를 먼저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이 넘쳐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멋대로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도쿄에서 꿈꿀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같아서 싫어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이유가 같을 수 있다. 서울을 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고 느끼지만,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그 도시의 에너지와 같은 질량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20대에 이렇게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작을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과 이 영화가 관련이 있을까.
이케마쓰 소스케 정말 원동력이란 뭘까. 기합? (웃음) 나는 어려서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특히 20대 들어 25살 무렵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가 좀 쉬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 내 20대의 전환점이 되어준 영화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차기작은 제20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수상 작가인 안도 유키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하는 <마치다군의 세계>다. 만화 원작 영화의 각색 작업은 또 어떻게 다를까.
이시이 유야 이미 완성했다. 올해 안에 소개될 텐데 내가 연출한 영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즐겁고 명랑한 영화다. (웃음) 그 영화도 즐겨주길 바란다.
씨네21 www.cine21.com
글 김현수· 사진 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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