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보다 낯선>

이렇게 한국적인 ‘예수’가 있었던가. 배우 조복래가 <예수보다 낯선> 예수 역으로 돌아왔다. 베스트셀러 ‘예수를 만나다’를 영화화하자는 감독(여균동) 앞에 나타난 예수는 아주 능숙한 한국말로 능청스럽게 스스로는 ‘예수’라고 소개한다. 이 기막힌 이야기에 조복래는 특유의 연기로 녹아들어 영화의 질감을 드러낸다. 어디서 나오든 항상 눈에 띄는 이 배우, 조복래. 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성우가 꿈이었다

<극적인 하룻밤>

연기를 보면 천생 배우처럼 능수능란한 조복래. 원래 꿈은 성우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 성우가 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성우들을 따라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성우가 될 수 있나 찾던 중 부산 백병원 지하에서 성우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의 유일한 10대였지만 MBC 아나운서 공채 출신 강사에게 배우며 사투리부터 발성까지 배워나갔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후, 진로 상담을 하면서 “성우들은 연극영화과 출신이 많다”는 선생님의 말에 연기학원을 등록했다. 연기를 배우면서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져 성우에서 연기자로 꿈의 방향을 바꾸었다.


장진 사단 출신

<서툰 사람들>(가운데가 조복래)

조복래는 무대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2010년 ‘내사랑DMZ’가 데뷔작이다. 이후 장진 감독이 연출한 <리턴 투 햄릿>에 출연했고, 장진 감독의 극작 데뷔작으로 유명한 <서툰 사람들>에선 장덕배 역으로 정웅인, 류덕환과 트리플 캐스팅됐다. <서툰 사람들>은 공연장을 옮기며 약 1년간 계속됐는데, 조복래는 캐스팅 라인업이 바뀌는 와중에도 꾸준히 장덕배 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서울예대 연극과 선후배이자 같은 동아리 선후배로 30주년 공연 때 처음 만났다. 이런 인연으로 조복래는 장진이 대표로 있는 필름있수다를 첫 소속사로 선택했다.


이미 천만 배우? 그의 진짜 데뷔작 <명량>

<명량>

조복래의 영화 첫 데뷔작은 <소원>. 하지만 ‘코코몽 알바 2’라는 배역 이름처럼 비중 있는 역할은 아녔다. 같은 해 <소수의견>에서 조구환 검사 역을 맡았지만, 개봉이 미뤄지면서 2015년에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그가 경험한 첫 영화 촬영장은 다름아닌 <명량>. 첫 촬영장부터 “연기 끝판왕 최민식 선배님”을 만났다고 말하며 “진짜 데뷔작”이라고 설명한다. 촬영 경험이 전무했기에 풀샷을 찍는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울며 감정 연기를 했고, 최민식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며 당황해했다고.

“다음은 틀림없이 제 차례인…”(폭풍 몰입) “풀샷 찍는데 왜 그렇게까지;;;”


밴드부 출신 배우에게 온 천운 <쎄시봉>

<쎄씨봉> 캐릭터 포스터(왼쪽)와 제작발표회.

조복래는 중학교 시절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광야에서’를 처음 듣고, 포크 음악에 푹 빠졌다. 밴드부에 들어서 기타를 배우고,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성악도 배웠다. 그런 그에게 <쎄시봉> 송창식 역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다. 실존인물에 전설적인 가수를 연기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조복래는 “이거 나 아니면 누가 해”라는 자신감도 있었단다. 정작 오디션을 보면서는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했다. 그는 <쎄시봉>의 송창식이 됐다.

흥행 여부와 별개로, <쎄시봉>은 그에게 도약의 발판이 됐다. 그만한 비중을 받은 것도 처음인데, 기타와 노래까지 소화하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할 수 있었으니까. 스스로 “<쎄시봉> 이후 캐스팅을 해주시는 분들은 저를 다양한 역할로 써주셨다고 할만큼 배역의 폭이 넓어졌다. 기타와 노래라는 그의 특기는 드라마 <딴따라>와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으로 이어졌다. <딴따라>에선 극중 천재 음악가로 기억되는 성현 역으로 출연, OST 수록곡 ‘울어도 돼’를 불렀다. 고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노래를 극화한 <그 여름, 동물원>에선 김광석으로 모티브로 한 그친구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조복래는 김광석이 몸담았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포크 음악에 발을 들였으니, <그 여름, 동물원>이 뜻깊은 작품일 것이다.

참고로 현재 그가 소화할 수 있는 특기(?)는 태권도(<하이힐>에서 발차기 시전), 사물놀이, 아크로바틱, 복싱, 승마 등이 있다. 복싱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는데, 프로 라이센스까지 땄다고 한다(다만 경기를 뛴 적은 없다). 나중에야 자신의 아버지도 복싱 전국체전 출신임을 알았다. 승마는 영화 <궁합>에서 처음 배웠는데, 흥미가 있어 틈틈이 연습 중이다. 차기작인 드라마 <이몽>에서도 승마를 한다 하니, 그의 실력을 기대해보자.


<궁합>-<명당> 개근 이유는? 유재명 때문

<궁합>

조복래는 2015년 <궁합>에서 이개시 역을 맡았다. 영화는 한참 시간이 흐른 2018년 2월에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창고 영화’다운 완성도였지만, 조복래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아냈다. 8개월 후, <관상>과 <궁합>에 이어지는 ‘역학 삼부작’ <명당>에서 조복래는 뻐꾸기 역으로 우정출연했다. 그 우정의 대상은 다름아닌 유재명. 박재상(조승우)의 조력자 구용식으로 출연한 그는 조복래의 은사의 친구라고. 조복래가 연기를 배울 때 가끔 만나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몬스터> 촬영장에서 재회했고(정작 유재명은 <몬스터>에서 통편집됐다), 그 인연이 <명당> 우정출연까지 이어졌다.

<몬스터>

<명당>. 조복래는 조승우, 유재명의 ‘집값 올리기’를 도와주는 바람잡이 뻐꾸기로 우정 출연했다.


조복래가 말하는 조복래는?

<쎄시봉> 출연진(왼쪽 사진), 드라마 <이몽> 출연진과의 인증샷

그동안 조복래가 진행한 인터뷰를 읽어보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는 걸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솔직함’을 지향한다고 밝힌 만큼, 인터뷰에서도 그가 어떤 사람, 어떤 배우인지 알 수 있다 . “빨리 성공하고 싶어 목매는 성격은 아니”라 한 작품 할 때마다 만족하는 편이라고. 한 인터뷰에서는 “조복래는?”하고 묻자 “못생겼다? 평범하다?”라고 말했다가 “조복래는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