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박수가 쏟아졌다. 11월의 어느 밤, LA의 자눅 씨어터에서 <포드 V 페라리> 상영이 끝난 직후였다. 1966년 르망 24시를 배경으로 드라이버 켄 마일스와 차량 디자이너 캐롤 셸비의 이야기를 그린 <포드 V 페라리>는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그들의 마음속에 열정의 불씨를 심었다.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켄 마일스 역 크리스찬 베일과 캐롤 셸비 역 맷 데이먼의 열연과 제임스 맨골드의 능수능란한 연출력. 씨네플레이는 LA에서 제임스 맨골드 감독과 주연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을 직접 만나 <포드 V 페라리>, 그리고 그들의 작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맷 데이먼 X 크리스찬 베일

<포드 V 페라리> 최초 공개 현장의 크리스찬 베일(왼쪽), 맷 데이먼

<포드 V 페라리>로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을 만나며 두 번 놀랐다. 하나는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한 두 사람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는 점. 다른 하나는 첫 만남이란 게 무색할 만큼 화끈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는 점. 영화 속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의 티키타카로 관객들을 영화에 빠져들게 한 두 사람은 인터뷰 중에서 서로 농담을 건네면서 의형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원래 레이싱 팬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끌렸나?

데이먼 차에 관심이 없더라도 매력적인 이야기다.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이자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함께한 훌륭한 언더독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페라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는 이들의 도도함이 돋보였다. 그리고 서로 싸우고 논쟁하는 형제 같은 셸비와 마일스의 우정엔 유머가 담겨 있고. 실제 이야기를 몰랐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베일 카 레이싱 팬에겐 이 영화가 좋은 선물이겠지만, 카 레이싱을 잘 몰라도 위대한 이야기다. 별나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도전, 창조적인 일에 열정을 가지고 뭉친 사람들의 유대감, 그런 부분에서 그들에게 친밀함을 느꼈다. 아, 물론 맷 데이먼처럼 ‘쩌는’ (bloody good) 배우와 <3:10 투 유마>부터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제임스 맨골드와 함께 하는 것도 좋았다.(웃음)

<포드 V 페라리>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연기에 감탄한 장면이 있는가?

데이먼 수 십 년 동안 그랬다.

베일 우린 이 일을 오래 해왔는데, 왜 우리가 배우를 하게 내버려 뒀는지 모르겠다.

데이먼 이 영화만큼은 제대로 해야 했다.

베일 (폭소)

데이먼 크리스찬의 작품을 늘 봤고, 그의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있다. 그가 차에 앉아 큰 결정을 내리는 장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장면이라 내게는 그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다.

베일 맷은 정말 굉장한 배우고, 그가 촬영장에서 펼치는 훌륭한 연기를 보느라 세트장에 가는 게 행복했다. 마치 음악가들이 말하듯이 악기를 연주할 때 정말 잘 하게 돼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되면 여운이 있는 소리를 내듯이 우리는 이 캐릭터들을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포드 V 페라리>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베일 애리조나 주의 본드론 레이싱 드라이빙 스쿨을 방문했다. 켄 마일스와 F-1 드라이버 필 힐을 배출한 곳이다. 영화에서 르망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걸 준비하면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다.

캐롤 셸비 역의 맷 데이먼

(맷 데이먼에게)한국에서 맷 데이먼은 고립된 남자, 혹은 유능한 엔지니어 역할 이미지가 강하다. 둘 중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는가?

데이먼 나 스스로는 고립된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아서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있고, 그들로부터 고립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조금 거만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우수한 엔지니어”라고 부르고 싶다.

베일 이제부터 그렇게 하자.

데이먼 “난 유능한 엔지니어다”

베일 (폭소)인류 역사상 이렇게 말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켄 마일스 역의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찬 베일에게)개인적으론 이번 연기에서 표정 연기가 굉장히 돋보였다. 켄 마일스를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베일 난 내가 영국인이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켄 마일스는 내가 전혀 몰랐던 영국인이었다. 경이로운 사람이자 자신의 영역에서 정점을 찍었지만 모터 레이싱 세계에서도 찬양받지 못하는 영웅 같은 사람이다. 켄 마일스를 연기하면서 이런 영웅적인 인물을 세상에 알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포드에게 페라리처럼, 인생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은 것이 있는가?

베일 모두가 자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추상적이다. 카 레이싱이라면, 처음 선을 넘는 사람이 승자다. 어떤 이야기를 말하는 건 카 레이싱보다 더 복잡한 일이고, 더 많은 의견의 문제다. 영화에서 담는 순간은 ‘짠’ 하고 나오지만, 전혀 다른게 될 수도 있다. 누군가 편집실에 가서 전체를 다 바꿀 수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순위를 매기거나 ‘난 1위를 하지 못했어’ 이럴 수 없다. 대신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단결하는 건 내가 인생에서 경험한 것 중 가장 즐거운 것이다.

데이먼 크리스찬이 한 말에 동의한다. 주관적인 영역이라 승자가 없다. 그가 말한 자신과의 경쟁이란 말이 마음에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을 알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신의 스코어를 지키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부수적이고 금새 사라질 점수를 지키는 쪽으로 대학 산업이 나아간다고 생각하곤 한다. 모두가 이런 것들에게 점수를 새기려고 하지만, 점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아름다운 것이 된다.

드라이버를 은퇴하고 차량을 만든 캐롤 셸비처럼, 만일 은퇴한다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데이먼 아마도 영화 쪽의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전하는 걸 좋아하니까. 감독으로서 난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제작하는 것도 좋아해서 아마 감독 일을 계속하지 하지 않을까 싶다.

베일 난 그냥 내 모터사이클에 뛰어들어서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해보겠다.


제임스 맨골드

제임스 맨골드 감독

2017년, 코믹북 무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로건>으로 제임스 맨골드의 명성은 더없이 높아졌다. 한편으론 그가 차기작에서 과연 그에 걸맞은 작품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그리고 그의 차기작 <포드 V 페라리>는 우려를 종식시켰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진중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답변에서 그의 작품이 스스로와 닮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연출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실화 자체가 좋았다. 켄 마일스와 캐롤 셸비의 이야기는 위대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와 승리를 위해 다소 괴짜 같은 인물들을 고용하는 등 대기업이 승리를 향해 변해가는 과정이 좋았다.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을 캐스팅한 이유는?

완벽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찬 베일이 켄 마일스와 공통점이 많다고 느꼈다. 베일과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다(두 사람은 2007년 <3:10 투 유마>를 함께 했다). 맷은 약간 아빠 같은 구석이 있다. 상황을 곧장 관리한다. 그런 부분이 셸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맷 데이먼이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서 연기한 모습을 좋아한다. 정말 훌륭했다.

<포드 V 페라리> 출연진. (왼쪽부터) 트레이시 레츠(헨리 포드 2세), 존 번탈(리 아이아코카), 맷 데이먼(캐롤 셸비), 노아 주프(피터 마일스), 크리스찬 베일(켄 마일스), 케이트리오나 발피(몰리 마일스), 조쉬 루카스(레오 비브)

캐릭터들의 어떤 점이 좋았나?

헨리 포드 2세는 황제 같은 사람이다. 이 일을 선택한 게 아니고, 승계 받은 거니까. 어쩌면 태어난 환경 때문에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고민했을 것이다. 반면 그의 라이벌 페라리는 태어나면서 힘을 얻은 게 아니라 회사를 스스로 만들었다. 페라리는 오직 완벽함에 초점을 맞춰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진 못하고 파산 직전에 달하다. 한 남자는 돈이 필요하고, 한 남자는 쿨한 무언가를 원했다. 이런 부분이 진짜 흥미로웠다. 켄 마일스는 스스로 최고의 드라이버가 되고 싶었지만 이미 40대였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셸비는 성공적인 드라이버였으나 심장 문제로 일을 내려놓은 사람이다. 그는 도로 위에 꿈을 투영하기 위해 켄 마일스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레이싱은 분명 영화로 만들기에도 위험한 스포츠이다. 촬영장을 어떤 식으로 통제했나.

우리는 두 배우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운전을 시켰다. 나머지는 ‘비스킷’이라고 특별히 설계한 차에서 촬영했다. 이 차는 차량 루프 위에 운전자가 있다. 카메라엔 그들이 절대 안 잡힌다.

이런 차량이 비스킷.

르망 서킷은 어떤 식으로 구현했나

그 당시의 르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르망은 있지만 거대한 스타디움과 트랙 등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수많은 장소의 시골길에서 르망 서킷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거대한 관중석을 세웠다.

스포츠 영화는 대체로 경쟁을 많이 그린다. <포드 V 페라리>는 우정에 중점을 뒀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스포츠는 경쟁과 우정, 어디에 가깝나?

우리가 함께 전력을 다하는 무언가는 끝내 우정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경쟁도 있지만, 나로서는 오직 경쟁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방법도 모르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연결되는 것이 삶의 아름다운 부분이고, 그게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야간 드라이브나 해 질 녘 마일스 부자의 대화 장면 등 극중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 페든 파파마이클 촬영감독과의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그와 나는 웨스턴 영화 <3:10 투 유마>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 태양광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우린 하루 동안 햇빛이 어떻게 내리쬐는지 생각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야외장면이었기 때문에 우린 그날 촬영 분량을 미리 계획해뒀다. 그렇게 각 장면에서 가장 좋은 조명을 가져가면서 자연광의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언급한 공항에서의 장면은 20분 만에 찍었다. “오케이! 이제 저쪽으로!” 그 장면의 컷은 모두 한 번, 두 번 만에 촬영했다.

극중 엔진 사운드가 정말 강렬했다. 실제 엔진 사운드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사운드를 만들었나.

실제 페라리와 포드 GT의 엔진 사운드를 사용했다. 영화에 나오는 애스턴 마틴, 포르쉐, 모두 실제 기종의 엔진을 사용했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캐롤 쉘비의 시각에서 본다면 엔진 사운드가 마치 어머니의 심장박동처럼 들릴 것이다.

<포드 V 페라리>

극중 레이싱 팀의 작업이 꼭 영화 제작팀의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영화의 그런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 셸비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성공을 거두는 건 나와 다르지 않다. 나도 내 아이디어에 많은 돈을 쓰게끔 대기업을 설득해야 한다. 내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실패한다면, 드라이버들과 달리 죽지는 않겠지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일 내 영화가 더 이상 흥행하지 못한다면 당신도 나를 인터뷰하지 못할 테고 나도 포토샵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웃음). 우리의 경력도 위험하고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

평소 촬영을 할 때 테이크를 많이 가는 편인지 궁금하다.

아니다. 많이 가도 7 테이크, 보통은 3 테이크에 끝내는 편이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걸 해야 했고, 제작비 9000만 달러 중 대부분은 레이싱과 차량에 사용했다. 그래서 촬영은 빠르게 진행했다.

영화에 나온 차량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을 뽑자면?

페라리. 왜냐하면 아름다우니까(웃음).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초이스는 페라리.

한국 관객들에게 <포드 V 페라리>를 봐야 할 이유를 소개한다면?

레이싱을 좋아하든 아니든 관객들이 사랑할 만한 캐릭터들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여러 번 선보였는데, 그때 관객들이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난 레이싱을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걸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좋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