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병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빠른 전염력과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불안이 가중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즐기는 영화는 현 시국에 가장 기피하는 여가활동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은 3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작년 3월 첫 주말 관객수 130만 명에 비해 참담할 정도의 수치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좋은 만듦새에도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에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이보다 앞서 개봉한 <정직한 후보>도 코로나 여파에 흥행의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극장에 사람도 없고 영화도 없다는 소리가 들린다. <사냥의 시간> <결백>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콜> <주디> <뮬란> 등 주요 작품들의 개봉 연기가 줄지어 발표됐다. 이미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에 들어섰던 영화들은 이번 연기 발표로 향후에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미뤘던 영화들과 하반기 개봉 예정작이 함께 뒤섞이며 이후 배급 상황도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의 국면이 언제쯤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태가 당분간 영화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불안과 염려가 뒤섞인 거리를 걸으며 문득 생각난 것은 어릴 적 읽었던 소설 페스트였다.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는 중세시대 유럽 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한 도시를 덮친 전염병의 비극 속에서 인간들은 저마다의 신념으로 재앙에 맞선다. 생각이 설익었던 그때에도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는 전염병 자체가 주는 공포의 질량보다 인간이 스스로 덧대어 만든 허상의 공포가 더 커 보였던 거다. 그리고 하나 더 떠오르는 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암울하지만 그 세계에도 반드시 낙관의 신념으로 현실을 대하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계가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찾길 응원한다. 씨네플레이도 힘껏 돕겠다.


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