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온 더 브링크>는 1월 7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아이 돈 노 후 유 아. (중략) 아이 윌 파인드 유, 앤드 아이 윌 킬 유!” <테이큰>의 이 명대사는 딸의 유괴범과 통화하는 아빠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의 말이다. 유괴범은 범죄 대상을 잘못 골랐다. 브라이언은 전직 특수요원이었다. <테이큰>은 납치된 딸을 구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물론 장르는 액션이다.

“엠 아 크레이지?” 블레어(켈리 티보)가 의사를 찾아가 묻는다. 그녀는 왜 자신이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아침에 등교를 시켜준 딸 로리(리나 레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학교에는 로리의 기록이 없고, 경찰은 로리의 사망신고서를 보여준다. 관객들도 헷갈린다. 두 달 전 교통사고에서 로리가 정말 죽었을까. 블레어는 딸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우먼 온 더 브링크>는 납치됐다고 믿는 딸을 구하는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다.

실종 혹은 죽음

<우먼 온 더 브링크>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딸의 실종 이전의 이야기다. 엄마 블레어는 프로그래머다. 자신의 코딩을 무단으로 도용한 거대 게임 회사를 고소해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에 일확천금을 꿈꾸던 블레어의 남편 사이먼(매트 해밀턴)은 투자 사기를 당하고 비상금까지 날린다. 남편과 티격태격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블레어는 결국 남편과 별거하기로 결정하고 딸 로리를 데리고 독립한다. 로리가 3학년이 되는 첫날, 블레어는 로리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새 학교에서 맞는 3학년 첫날을 재미있게 보내라고 응원한다. 방과 후, 로리를 데리러 간 블레어는 딸을 만날 수 없었다.

딸 로리의 실종 혹은 사망 이전, 중요해 보이는 사건은 세 가지다. 재판과 남편의 투자 사기 그리고 교통사고. 블레어가 의사를 찾아가 자신이 미쳤냐고 물어본 이후 <우먼 온 더 브링크>는 잠시 관객들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운다. 재판, 투자 사기, 교통사고와 딸의 실종 혹은 죽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딸 로리는 정말 죽었을까. 딸의 방에 혼자 앉아 있는 블레어와 교차 편집되는 딸의 해맑은 모습. 속지 말자.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엄마의 추적

초반부 살짝 심리 스릴러처럼 행세를 한 <우먼 온 더 브링크>는 블레어가 딸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블레어는 딸이 납치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재판의 상대방인 게임 회사의 CEO 킨케이드(킴벌리 쇼니커)의 저택에 몰래 침입한다. 전직 특수요원 못지않은 행동이다. 비록 들키지만 말이다. 새 집에 이사 온 날 자신에게 명함을 건넸던 보모를 쫓기도 한다. 이 보모가 딸의 실종에 관련됐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블레어에게 그가 건넨 명함이 추적의 실마리다. 인쇄소에 찾아가 기지를 발휘해 보모의 주소를 알아내기도 한다.

심리 스릴러가 추적 스릴러가 되면서 <우먼 온 더 브링크>의 이야기는 급속히 속도를 높여간다. 평범해 보이고 미쳤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던 블레어의 각성(?)은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그녀의 추적에 동참하고 응원하게 된다. 관객이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혼자이기 때문이다. 킨케이드의 집에 갔던 행동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변호사 신시아(알리슨 완주라) 역시 그녀에게 등을 돌리려고 한다. 로리의 실종 혹은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오로지 관객만이 그녀의 편이다. <우먼 온 더 브링크>의 중반까지 블레어는 외로운 싸움을 한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딸의 죽음을 부정하고 재판장을 빠져나온 블레어는 남편 사이먼을 만난다. 딸의 행방을 묻는 블레어에게 투자 사기를 당한 남편은 킨케이드와 사랑에 빠졌다는 망언을 건넨다. 블레어는 그의 급소를 발로 차버린다. 매우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우먼 온 더 브링크>는 블레어가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를 보여준다.

사실 남편 사이먼은 주인공 블레어에 반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도 되지 못하는 캐릭터다. 무능한 그는 킨케이드의 음모에 속한 또 다른 희생자일 뿐이다. 킨케이드가 고용한 픽서(필립 미첼)라고 불리는 남성 해결사가 그나마 안타고니스트에 가깝다. 블레어는 딸을 구하기 위해 이 남성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이런 과정에서 여성들은 똘똘 뭉치기 시작한다. 변호사 신시아가 사건의 실체를 깨닫고 블레어를 돕는다. 또 블레어를 돕는 여성이 있다. 짐작하겠지만 그건 바로 어린 딸 로리다. 영화 초반 교통사고가 나던 날, 차 안에서 싸우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어린 꼬마가 후반부에 어떻게 등장하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자. 로리의 이 변화된 모습은 <우먼 온 더 브링크>를 보는 재미 가운데 백미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엄마의 승리

<우먼 온 더 브링크>와 <테이큰>의 비교로 이 글을 시작했다. 딸을 찾기 위한 전직 특수요원 아빠의 추적과 평범한 엄마의 추적은 어떻게 달랐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액션의 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본질은 같다. 딸을 찾기 위한 이들의 행보는 영화적 재미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우먼 온 더 브링크>의 강점을 꼽자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남성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 <테이큰>과는 다른 색다른 지점임에 틀림없다. 엄마는 강했다. 원더 우먼과 같은 슈퍼 파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강하다는 사실을. <우먼 온 더 브링크>는 이 위대한 진실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언희 감독 연출,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미씽: 사라진 여자>와 함께 <우먼 온 더 브링크>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