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존재하는 식당은 아니다.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만 영업하는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식당이 있다. 가게 이름은 '메시야'(밥집).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다. 혹은 밤에만 일하는 사람들이 잠시 이곳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돌아가는 곳이다. (얼굴에 칼 자국이 난) '마스터'라 불리는 의문의 주인장이 메뉴판 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을 주제로 한 이 드라마가 무려 4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증거일 테다.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심야식당> 시리즈는 20~30분 분량의 짧은 개별 에피소드에 식당을 찾는 사람들 개개인의 일상과 고민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음식 자체의 역사나 기원을 훑기보다는 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역사에 주목하는 것이 이 드라마와 만화의 장점이다. 다른 여타의 음식 만화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심야식당>의 정서는 '맛'이 아니라 '위로'를 지향한다. 마치 병원처럼 이곳에 들러 한끼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치유받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밤에 이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무지하게 배가 고파진다. 야식을 부르는 작품인 것.

이번엔 '한국'이 등장
고아성 출연
고아성이 출연하는 '오무라이스'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4번째 시즌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가 이전 시즌과 다른 점은 한국 로케이션 촬영과 한국 여인이 주인공인 에피소드가 등장한다는 점. 한국에서 만화가 불티나게 팔리고 뮤지컬과 리메이크 드라마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의식한 팬서비스일까. 아무튼 식당 밖을 보여줄 때는 신주쿠 밤거리 정도에만 머물던 드라마 규모가 서울 한복판까지 배경을 확장한 것이 너무 반갑다.

배고픔과
슬픔 주의
(왼쪽부터) 탄멘, 아메리칸 핫도그, 돈스테이크
(왼쪽부터) 오므라이스, 달걀두부, 우메보시
(왼쪽부터) 배추 삼겹살 나베, 참마 소테, 햄 커플릿

<심야식당> 시리즈에 등장하는 음식은 대부분 뭐랄까, 서민적이다. 화려한 레시피를 자랑하는 희귀 메뉴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한국으로 비유하면 '김밥천국' 류의 메뉴들이 많이 등장한다. 에피소드마다 한 가지 메뉴가 등장하고 그 메뉴를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낮과 밤의 일상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골목 서민들의 말 못할 마음 속 고민이 등장하는 것. 위의 9가지 메뉴가 이번 4번째 시즌에 등장하는 음식들이다. 핫도그와 오므라이스, 나베 정도의 간단한 레시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야쿠자, AV 배우, 인기 없는 스타, 도박꾼 등등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모는 어찌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낮에는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지만 드라마는 이들의 사연을 억지 감동을 일으키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엄청난 삶의 해답을 찾아주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저 잠깐의 허기를 채우는 시간에 위로나 되라고 이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상처가 치유되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이 조금은 쓸쓸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미친듯이 배고파질 때가 있다. 오므라이스와 나베, 혹은 그보다 더 평범하게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달걀 두부를 주인공들이 맛있게 먹고 있을 때는 정말 보고 있기가 힘들어진다. 삶은 고통이다.

짧아서 좋아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출연하는 코바야시 카오루의 존재감은 여전히 든든하다. 시즌 전체를 총괄하며 고른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는 마쓰오카 조지 감독 역시 든든한 시리즈의 '마스터'다. 무엇보다 메인 캐릭터가 아닌데도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손님들, 이 배우들의 존재감은 장수 시리즈의 비결. 이렇게 많은 <심야식당>만의 매력 중에서 가장 으뜸은 솔직하게 에피소드마다 20~30분 분량으로 짧아서 좋다는 거다. 다들 낮과 밤이 바뀌는지도 모른 채로 바쁘게 사는 와중에 시즌제 드라마 길이가 짧다는 것은 축복이다. 대신에 시즌 전체는 짧으면 안 된다. 오래 오래 갈수록 좋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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