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칸국제영화제 수상 결과가 나왔다. 봉준호, 홍상수 감독을 수상자 리스트에서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리스트에서 눈에 띈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소개하려 한다. 그녀는 <매혹당한 사람들>로 70년 칸영화제 역사상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한 여성이다. 첫 수상자는 구 소련의 율리야 솔른트세바 감독이다. 1961년의 일이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 니콜라스 케이지의 사촌
어쩔 수 없다. 소피아 코폴라를 얘기하려면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71년 뉴욕에서 태어난 소피아 코폴라는 아버지 덕분에 할리우드의 거물 감독, 배우, 제작자들과 어린 시절부터 만날 수 있었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집에 방문한 적도 있을 정도다.
코폴라 가문은 영화인 집안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본명은 니콜라스 코폴라)와 소피아 코폴라는 사촌지간이다.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과도 (고종)사촌지간이다. 영화음악가였던 소피아 코폴라의 할아버지 카민 코폴라부터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소피아 코폴라까지 3대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총 23번 이름을 올렸다.
1살 때 배우 데뷔
소피아 코폴라는 1살 때 영화에 데뷔했다. 아버지의 걸작 <대부>에 세례 받는 아기, 메리 콜리오네로 출연했다. 사실 연기를 했다고 하긴 어렵다. <대부 3>라면 얘기가 다르긴 하다. 그녀는 위노라 라이더를 대신해 메리 콜레오네를 연기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최악의 연기자에게 주는 골든 라즈베리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에도 그녀는 여러 영화에 얼굴을 비췄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연기는 소피아 코폴라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다.
첫 장편영화 <처녀 자살 소동>
소피아 코폴라는 1999년 첫 장편영화 <처녀 자살 소동>을 연출했다. 197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한 마을에 사는 리스본 가족의 다섯 자매에 대한 영화다. 10대 소녀의 감성을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상과 음악(프랑스 밴드 Air)으로 표현했다. 한국에 소개된 제목은 묘하게 코미디영화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절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는 그녀를 아버지의 그늘에서 조금 벗어나게 만들어줬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만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줬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CF 촬영을 위해 일본에 온 할리우드 유명 배우 밥(빌 머레이)과 사진작가 남편의 출장에 따라온 샬롯(스칼렛 요한슨)이 호텔에서 만나 생경한 도시 도쿄에서 서로 가까워지는 내용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아카데미 역사상 첫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미국인 여성이 됐다. 아카데미 전체 역사에서는 세 번째 여성이다. 뉴질랜드인 제인 캠피온(1994, <피아노>), 이탈리아인 리나 베르트뮐러(1975, <세븐 뷰티스>)가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다. 그녀는 감독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각본상을 수상했다.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논란?
사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호불호가 갈리는 논란의 감독이다. 첫 장편 <처녀 자살 소동>의 분위기와 정서를 이후 발표한 영화에서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커스틴 던스트)를 다룬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부터 그녀의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에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역사적 인물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마치 현재의 할리우드 10대 스타처럼 묘사했다. 다만 시간과 공간이 달라졌을 뿐이다. 18세기 프랑스가 배경인 영화에 슬쩍 등장하는 컨버스 스니커즈가 이런 감독의 시선을 가늠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런 시도에 열광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인물의 내면 묘사보다는 그녀의 화려한 의상이 더 돋보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썸웨어>가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썸웨어>는 국내에 정식 수입 개봉하지 않았다. 화려한 삶을 사는 배우 조니(스티븐 도프)는 사실 공허한 일상에 지쳐 있다. 이혼한 아내와 낳은 딸(엘르 패닝)이 자신이 머물던 호텔에 방문하면서 그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내용이다.
칸이 선택한 감독
<썸웨어> 이후 소피아 코폴라는 할리우드 가십에 눈을 돌렸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의 집에 몰래 들어갔던 10대들의 기사를 접하고 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엠마 왓슨 주연의 영화 <블링 링>이다.
이후 그녀는 돈 시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매혹당한 사람들>(1971)의 리메이크 영화로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11년 만에 칸을 찾았다.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 콜린 파렐 등이 출연한다. 남북전쟁 시기 부상당한 북군 장교가 어느 여자 기숙학교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니스에 이어 칸도 소피아 코폴라를 선택했다.
소피아 코폴라의 트레이드 마크 여섯 가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질색할 그녀의 트레이트 마크를 모아봤다. IMDb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다.
1.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
2 .차창 밖을 바라보는 인물
3. 긴 복도를 걷는 인물
4. 알 수 없는 시간대의 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외로움을 표현하는 것
5. 커스틴 던스트, 스칼렛 요한슨, 스티븐 도프, 엠마 왓슨 등 아역 출신 배우들을 선호하는 캐스팅
6. 그녀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봉춤 장면
소피아 코폴라의 남자들
명품 가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소피아 코폴라 하면 가방부터 떠올릴 지 모른다. 루이비통에서 나온 ‘소피아 백’은 그녀의 친구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그녀가 함께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인 마크 제이콥스와 그녀는 영혼의 파트너다.
소피아 코폴라는 <그녀>, <괴물들이 사는 나라>, <존 말코비치 되기> 등을 연출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과 1990년대 초반부터 사귀다가 1999년 결혼했다. 2003년 이혼했다.
이혼 이후 프랑스 밴드 피닉스의 토마스 마스와 2011년 결혼했다. 토마스 마스와 2006년, 2010년에 딸을 낳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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