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에 'OO 선정 필독도서'라는 띠지가 둘러져 있으면 판매 부수가 더욱 높아진다고 합니다.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도 어린이 책이죠. 그 바탕에는 아이의 교육에 있어선 무엇도 아끼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남다른 교육열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필독 도서'가 요즘엔 '필람 영화'로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흥행에도 직결되죠. 이처럼 배우, 감독, 스토리, 장르보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을 자극해 흥행 성공한 영화들을 모았습니다.


"꼭 알아야 할" 영화들?

# 미처 알지 못했던 # 꼭 알아야 할
올여름 극장가 기대작들의 공통점은 잘 안 알려진 역사를 다뤘다는 점입니다. <군함도>는 조선인 강제 징용의 사실을 지운 채,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관광지로 홍보되고 있는 '군함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냈습니다. <택시 운전사>도 1980년 5월 광주를 잘 안 알려진 실존 인물(광주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를 태운 택시 운전사 김사복)을 통해 재조명했습니다. <박열>은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투쟁했던 잘 안 알려진 인물 박열과 그의 동지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다뤘죠.

이 영화들은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어른들을 반성하게끔 자극합니다.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어떤 느낌이 들게 하죠. 결국 나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내 자식들에겐 '꼭 알게 해주고 싶은' 심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함께 극장을 찾게 만듭니다.

# 근현대사 # 일제강점기

2016 <밀정>, <덕혜옹주>, <귀향>, <동주>
2015 <암살>
2014 <국제시장>
2013 <변호인>
2012 <부러진 화살>

특히 최근엔 우리의 근현대사와 일제강점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최근 영화들로 근현대사 교과서를 만들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주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알고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영화를 찾는 관객이 많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때로는 엄격해지기도, 느슨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소재로 지나치게 영화적 재미를 부각하거나 감정적 분노에 기댈 때 질타를 받기도 하죠.  

# 역사 강의
영화 마케팅도 변화했습니다. 영화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들을 유명 인기 강사가 설명해주는 영상을 영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학창시절까지만 볼 줄 알았던 인강 선생님을 이렇게 자주 보게 될 줄은...)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되도록 많은 걸 알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저격한 것!

군함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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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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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교육열이 불러온 흥행

# 영화도 보고 # 공부도 하면 # 일석이조
우리나라에서 SF 영화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가 해냈습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국내 역대 흥행 순위 15위를 차지했는데요. '내용이 난해해 이해가 필요한 영화'라는 이유로 북미에서는 생각보다 흥행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선 오히려 이 이유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일단 상대성이론, 웜홀 등의 영화 속 과학 이론은 성인들의 지적 욕구에 불을 지폈습니다. 실제로 당시 재관람을 통해 저마다 영화 속 과학 법칙을 해석하는 글을 SNS를 통해 공유했고요. 영화 속 이론들을 다룬 책들이 많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성인들의 지적 욕구만으로 천만을 돌파했다고 보긴 어렵죠. 에디터도 이 영화가 한참 유행을 탔을 무렵 관람했었는데요.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는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우리나라는 과학 영재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였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과학과 친해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더 많이 불러들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에디터는 뼛속까지 문과생이라는 것만 깨달아 버렸지만요.) 덕분에 우주, 과학과 관련된 장난감 시장도 호황을 누렸습니다. 게다가 '부성애'를 강조한 영화 플롯은 가족 영화로 선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스텔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4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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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르타 교육의 효과?
<위플래쉬>의 뜬금포 흥행 열기를 기억하시나요? 외국 신인 감독이 만든 작은 영화가 15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비인기 장르 음악 재즈 소재에 할리우드 톱스타가 출연하지도 않은 영화였는데 말이죠. 수입사는 단돈 5천만 원에 상영 판권을 확보해 126억 원의 매출액을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이슈가 된 이유는 '플렛처 교수의 교육법'에 대해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극중 플렛처 교수는 학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몰아붙입니다. 주인공은 오로지 연습, 또 연습하며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드럼을 칩니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자세와 흡사합니다. 이런 교육법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은 이 영화의 애매한 결말 때문에 더욱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위플래쉬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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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 대신 '영화'

1700만명으로 역대 관객 수 1위를 차지한 <명량> 흥행도 한국의 교육열이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위인전 스테디셀러 이순신의 리더십을 스크린으로 펼쳐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덕분에 촬영장 투어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담긴 관광지가 인기를 얻었는데요. 영화 한 편이지만 아이와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죠.

명량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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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보다 쉽게 정보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영화, 스토리가 가진 큰 무기입니다. 에디터도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영화보단 의미라도 있는 영화가 그나마 나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영화 창작자나 관람객이 누릴 수 있는 영화적 재미가 교육적 목적 때문에 반감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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