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영화를 덕질하는 팬덤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 영화에 꽂힌 영화의 팬들이 흥행을 위해 영혼 보내기(영화 매출에 기여하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으나 관람은 하지 않는 것), 대관, 굿즈 제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영화를 응원하는 방식이 생겨나면서 영화계에는 팬덤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예로 최근 개봉한 <걸캅스>는 영혼 보내기 외에 영화 속에서 등장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단체 관람을 하는 등 팬들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여기에 일반 관객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15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실제로 팬덤의 움직임은 장기 흥행의 주요한 원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고. 조상급부터 신생아급까지 팬덤이 생겨난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걸캅스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개봉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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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아갤러

팬덤을 만들어 낸 영화들의 조상급(?)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조진웅) 아래서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에게 어느 날 백작(하정우)이 새로운 하녀 숙희(김태리)를 데려온다. 히데코와 숙희가 서로에게 서서히 의지를 하기 시작하며 미묘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아가씨>는 기존 박찬욱 감독 팬들과 <아가씨> 영화 자체의 팬들까지 가세하면서 일명 아갤러 탄생했다.

아갤러 디시인사이드 내 아가씨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칭하는 말로, 아갤러들이 일궈낸 성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N, NN차를 넘어선 111차 관람부터, 제작사에게 온갖 선물을 보내 인증을 받아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가 하면, 계획에 없던 O.S.T. 앨범과 시나리오 단행본 발간까지 성사시켰다. 특히 O.S.T. 음반의 경우, 기존 영화들의 O.S.T. 앨범 수량이 500매 정도였으나 CJ E&M 영화 최초로 3000매를 발매하게 되었다고. 여기에 <아가씨> 감독판은 블루레이로만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아갤러들이 요청해 극장에 개봉하기까지 했다. 아갤러들은 굿즈 제작 및 3주년 대관 상영을 진행시키며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가씨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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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져스. 출처 / 아가씨 갤러리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불한당원

설경구에게 지천명아이돌’,꾸꾸등의 애칭을 붙여 준 영화이자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해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마약을 유통하는 거대 조직의 2인자 한재호(설경구)와 조직을 잡기 위해 한재호가 있는 교도소로 들어간 경찰 조현수(임시완). 두 남자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영화 <불한당>은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더불어 두 남자의 미묘한 관계를 담아내면서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등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감독의 소셜 미디어 관련 논란으로 인해 흥행에는 참패하면서 안타깝게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불한당>을 전설로 남게 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불한당원이다. <불한당>감긴팬들로, 영화를 N 차(1N, 2N 차도 많다) 관람하는 것은 기본이요, 대관비를 모금해 약 70회에 달하는 단체 상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감독과 배우, 제작사들은 응원 상영, 땡큐 상영, 릴레이 상영회를 열고 직접 참가하는 등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도 했다. 이후 개봉 1주년에도, 최근 임시완이 제대한 후 열린 2주년까지도 대관 행사가 열려 배우들이 참가, 식지 않는 팬덤의 화력을 자랑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임시완

개봉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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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땡큐 상영회,
<불한당> 릴레이 시사회
<불한당>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불한당> 개봉 2주년 기념 상영회. 사진 씨네21

<아수라> 아수리언

불한당원 못지않은, 아니 더 격한(?) 팬덤을 자랑하는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주지훈,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충무로의 핫한 남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아수라> 역시 팬덤을 가진 영화 가운데 하나다. 아수리언으로 불리는 팬들은 스스로를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상 도시 안남시의 시민으로 칭하며 신분증 및 각종 굿즈 제작, 심지어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서 안남시민연대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N 관람은 당연지사다. 관람 횟수에 따라 성골, 진골, 6두품으로 나뉘며 불법 다운로드를 한 자는 사람이 아닌 개, 돼지다.
 
이들의 슬로건은 김성수(감독)은 영화의 신이다! 정우성은 연기의 신이다!’인데, 단관 현장에서 다소 무섭게(?) 구호와 대사를 외치는 팬들을 본 정우성이 여러분, 다들 미쳤어요?” 물은 일화도 유명하다. <아수라>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주 돔 상영 섹션에 초청되어 3000석에 가까운 상영관을 아수리언들이 가득 채우기도 했다. 이후 1주년을 기념하는 대관상영회를 열어 황정민, 정우성, 정만식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해 뜻깊은 자리를 팬들과 함께 기념했다.

아수라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개봉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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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리언 계급표
아수리언의 굿즈들
촛불집회 시위 현장. 사진 트위터 kuma

<허스토리> 허스토리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맞선 위안부들의 실화를 그린 영화 <허스토리> 개봉 당시부터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지만 입소문으로 관객들을 모은 케이스였다. 그럼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33만 명이라는 관객 수에서 멈춰야 했다. 그러나 <허스토리> 영화를 응원하는 허스토리언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허스토리언들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연대처럼 영혼 보내기, 그리고 단체관람을 통해 영화의 흥행에 직접적인 보탬이 되었다. 2, 3차 단체 관람 땐 배우들이 직접 참가해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심지어 개봉 2주 차 상영관이 줄어들자 허스토리언들이 직접 극장에 항의를 하기도 하고, 제작사로는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단관을 추진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고도 한다.

허스토리

감독 민규동

출연 김희애, 김해숙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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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2차 단관 현장. 사진 씨네21
<허스토리> 3차 단관 현장. 사진 씨네21

<미쓰백> 쓰백러

아동학대를 고발함과 동시에 연대를 통한 위로를 그린 영화 <미쓰백>. 기존에 보여주었던 이미지의 정반대에 서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미쓰백 백상아 역의 한지민은 이 영화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쓰백> 한지민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터. 이처럼 영화적 의미, 배우의 수상뿐만 아니라 <미쓰백> 갖는 또 다른 의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크린 너머에 앉아있는 관객들의 연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미쓰백> 팬덤 쓰백러들은 영혼 보내기 문화를 영화 시장에 공고히 하였으며, N 관람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예매를 독려하고 후원금을 모집해 한 번에 수십 석의 관람석을 구매하는 총공까지 진행했다. 여기에 단체관람, 릴레이 상영회 등으로 <미쓰백> 흥행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바, 개봉 후 3주 동안 스크린수가 점차 늘며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까지 했다. 이에 이지원 감독과 한지민이 릴레이GV 참석해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쓰백러들의 응원에 힘입어 <미쓰백> 손익분기점인 7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미쓰백

감독 이지원

출연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개봉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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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한지민 감사인사

<독전> 독종

아시아 최대 마약조직을 쫓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엮어낸 이해영 감독의 <독전>은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풍부한 층위의 이야기 등으로 관객들의 호기심 및 재관람을 부추겨 N 열풍이 불었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팬덤 독종이 생겨나면서 인기는 사그라들줄 모르고 더해져만 갔다. 해석의 재미, 배우들의 케미에 꽂힌 독종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보냈고 또 공유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독전> 제작사와 감독은 확장판인 <독전: 익스텐디드 컷>을 공개했다. <독전: 익스텐디드 컷>은 극장 개봉 버전에서 삭제된 장면에 또 다른 결말을 더해 팬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열풍들 덕분에 <독전>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독전

감독 이해영

출연 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김성령, 박해준

개봉 2018.05.22. / 2018.07.1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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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익스텐디드 컷> 스페셜 GV 현장

<보헤미안 랩소디> 퀸치광이

~’! 지난해 겨울, 990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며 대한민국에 (Queen)을 부활시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1주 차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주 차부터 입소문을 탐과 동시에 싱어롱 특별 상영을 시작하면서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개봉 4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서며 장기 흥행과 역주행의 아이콘이 되었다.

<보헤미안 랩소디>퀸 세대였던 중장년층부터 현 젊은 세대들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일명 퀸치광이(+미치광이)’ 팬덤을 형성했다. 이들은 싱어롱 상영관에 프레디 머큐리 코스튬을 입고 오거나 20여 분간 펼쳐지는 라이브 에이드 장면을 흥겹게 즐기기 위해 플래카드, 야광봉, 미러볼, 탬버린 등을 챙겨와 상영관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그중에서도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웸등포(웸블리+영등포 CGV)’ 코블리(코엑스 메가박스+웸블리)’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새로운 상영 문화로 알려지게 되면서 웸등포와 코블리는 연일 매진에 가까운 티켓 판매율을 기록했다. 팬들의 열정에 CGV를 비롯한 여러 극장들은 싱어롱 상영을 연장하거나 특별 상영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흥행 덕분일까. 퀸은 2020년 1월 내한 콘서트를 확정 지으며 국내 팬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다시 퀸치광이들이 모일 때다.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조셉 마젤로, 루시 보인턴, 벤 하디, 귈림 리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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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현장. 사진 제공 / 메가박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현장 속 퀸치광이. 사진 제공 / 메가박스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