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나카메구로에는 '왈츠'라는 카세트테이프 전문점이 있다. 잘못 쓴 것이 아니다. 카세트테이프 맞다. 아마존 재팬에서 근무하던 대표가 한 번 끝난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서 카세트테이프 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왈츠에는 5천 개의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 등의 기기가 있다. 우리가 엘피(LP)라 부르던 바이닐(vinyl)이 유행처럼 다시 떠올랐을 때 젊은 세대에게 그게 새로운 매체로 인식됐던 것처럼 카세트테이프 역시 젊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매체가 된다.
 

한국에도 여전히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네이버에는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이란 카페가 있고, 201610월에 생긴 이 신생 카페의 회원들은 활발하게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이 정품 카세트테이프나 워크맨 같은 기기만큼이나 자주 얘기하는 건 바로 공테이프다. 공테이프에 녹음을 하는 것이 카세트테이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이제는 생산이 멈춘 크롬이나 메탈 공테이프를 찾아다닌다.

과거에는 음반점에 원하는 노래 목록을 적어가면 그걸 공테이프에 녹음해주고 돈을 받았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땐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원하는 노래가 나올 때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해서 자기만의 믹스테이프를 갖는 게 흔한 일이었다. 자신의 취향을 담은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다. 다들 그렇게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여기 또 한 명의 카세트 성애자가 있다. 자칭 전설의 무법자, 하지만 현실은 우주 좀도둑인 피터 퀼이다. 마블이 우주로 쏘아올린 이야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피터 퀼은 가모라, 아서 더글라스, 로켓, 그루트와 함께 우주의 적 로난과 싸운다. 영화에 대한 긴 설명은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각 캐릭터는 매력이 넘치고 로난과 싸우는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화려한 볼 거리가 있고 빠지지 않는 유머가 있다. "고향, 가족, 평범한 삶 등 무언가를 잃은 루저"들이 로난과의 힘든 싸움 끝에 해피엔딩을 맞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 이야기 속에서 볼 거리만큼이나 들을 거리도 중요한 비중을 갖는다. 우주를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첨단기기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피터 퀼이 음악을 듣는 수단은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다. 피터 퀼이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듣던 노래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음악 역시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에 맞게 복고적이다. 블루 스위드(Blue Swede)'Hooked On A Feeling'을 시작으로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I Want You Back', 라스베리즈(Raspberries)'Go All the Way' 등 추억의 팝송들이 한가득 흘러나온다.

단순히 배경음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피터 퀼과 가모라가 교감할 때 엘빈 비숍(Elvin Bishop)'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가 등장하고, 로난을 물리칠 땐 파이브 스테어스텝스의 'O-O-H Child'가 큰 역할을 한다. 엄마의 임종을 앞에 둔 소년 피터 퀼의 마음을 위로하는 텐씨씨(10cc)'I'm Not In Love'는 또 어떤가.

이 끝내주는 노래들이 모여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Awesome Mix Vol.1)' 사운드트랙으로 완성됐다.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은 실제 카세트테이프로 만들어져 시중에 판매됐다. 피터 퀼의 엄마가 죽기 전 건네준 마지막 선물은 'Awesome Mix Vol.2'였다. 당연히 속편을 예고하고 있었고, 5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와 함께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서두에서 언급한 '왈츠'의 대표는 "고음질 음원과 귀에 편한 소리는 다른 것"이라며 소리의 매력을 말하지만, 무엇보다 카세트테이프는 제작자가 의도한 곡 순서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매체다. A면 첫 번째 곡인 블루 스위드의 'Hooked On A Feeling'부터 B면 마지막 곡인 마빈 게이와 타미 테렐(Marvin Gaye & Tammi Terrell)'Ain't No Mountain High Enough'까지 순서대로 주욱 듣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첨단 우주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매체,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이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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