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그 자체
★★★★☆
해당 단어들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대 풍경의 한 가운데에서, 영화는 오로지 여성의 시선과 존재로만 평등과 예술 그리고 평생 기억될 사랑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엔 대상화되는 존재가 없으며, 인물들은 개인의 역사와 의지를 또렷하게 지닌다. 이 당연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영화는 의외로 넘쳐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선연하게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 자연의 질감이 내는 고유의 소리들을 포착한 사운드, 회화 같은 색감과 완벽에 가까운 구도까지 이 영화는 미학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빼어나게 아름답다.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신화를 이야기하고, 인물들을 예술가와 뮤즈가 아닌 서로를 고양하게 만드는 협력자로서 그려낸 시각 역시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랑 자체다. 그 어떤 사회적 제약이나 스스로의 시간조차도 함부로 앗아갈 수 없는, 몸과 마음에 새겨진 강렬한 기억으로서의 사랑.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가히 압도적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오랫동안 타오를 사랑의 초상
★★★★☆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품위 있고 아름답다. 일방적인 관찰의 대상이 사랑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포착한 이야기, 마법 같은 순간으로 이끄는 음악, 18세기 프랑스를 보여주는 복식과 공간까지 완벽하다. 특히 두 배우 아델 에넬과 노에미 멜랑의 성취가 놀랍다. 이들은 초상화에 켜켜이 쌓인 물감처럼 부딪치고 쌓인 시선으로 오랫동안 지워지질 않을 연인을 그려냈다. 매 장면 멈춰두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운 멜로 영화는 그렇게 영생을 얻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의 증거, 사랑의 역사
★★★★
<캐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옆에 나란히 놓여 여성 퀴어 멜로의 영역을 한 층 확장시키는 수작. 오르페우스 신화를 끌어들여 ‘돌아본다’라는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초상화를 매개로 시선을 엮어 감정의 레이어를 묵직하게 쌓는다. 남성 중심의 관습이 작동하지만, 남성이 부재해 있는 공간에서, ‘결혼 초상화’를 그려나가며 자기 안의 욕망에 눈 뜨는 두 여성의 아이러니한 시간을 물샐틈없는 치밀한 숏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그려낸다. 28페이지. 영화가 새겨 넣은 기억에 대한 강력한 증거, 혹은 사랑의 역사. 그 자체로 화폭이 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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