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드!' 170년 전 작가, 90년 전 명작을 해체해서 들려주는 혁명의 메시지

〈브라이드!〉
〈브라이드!〉

〈브라이드!〉는 용감하다. 〈프랑켄슈타인〉 프랜차이즈 중 걸작으로 평가받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차용했다. 리메이크, 리부트가 일상인 요즘 영화계에서도 90여 년 전 걸작 영화를 가져오는 건 용감한 선택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용기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신부’를 뜻하는 〈브라이드!〉를 제목으로 삼았듯, 영화는 용맹할 정도로 강렬한 메시지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걸작을 해체하고 스스로 재설계한다. 3월 4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브라이드!〉를 시사회에서 미리 만난 소감을 옮긴다.


고전 명작을 재해석한 폭력과 소외의 이야기

〈브라이드!〉가 원작으로 하는 1935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캐릭터의 강렬함이나 유명한 제목과 달리 신부가 주인공이 아니다. 약 60분가량 되는 영화 말미에나 등장하며 그조차도 주체적인 행동은 하나 없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었는데, 〈브라이드!〉 역시 이 신부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1930년대의 미국 속 폭력을 낱낱이 목격하게 한다.

〈브라이드!〉 프랑켄슈타인(왼, 크리스찬 베일), 브라이드(제시 버클리)
〈브라이드!〉 프랑켄슈타인(왼, 크리스찬 베일), 브라이드(제시 버클리)

아이다(제시 버클리)는 갑작스러운 환각 증세에 시달리다 미필적 고의로 사망한다. 평생을 외롭게 산 프랑켄슈타인(크리스찬 베일)은 과학자 유프로니우스(아네트 베닝)를 찾아가 고통을 덜어줄 반려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운이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아이다는 두 사람의 손에 부활하며 브라이드로서 새로운 인생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기존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에서 엿보지 않은 새로운 시각으로 1930년대 미국을 재조명한다. 마치 탐정과 마피아의 시대처럼, 일견 낭만적으로 묘사되곤 하는 당시 사회는 특히 여성에게 각박한 세상이었다. ‘신이 되려는 인간과 그의 피조물’을 담은 작품 하나로 역사에 남았지만, 출판 초기엔 여성이 작가일 수 없다는 당시 사회상 때문에 익명 출판해야 했던 메리 셸리를 영화의 인물로 불러와 불공평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지목한다.

이런 점에서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랑켄슈타인〉(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비교하면 더욱 재밌다. 원작의 창조주-피조물, 인간-괴물을 최대한 재현하듯 담아낸 〈프랑켄슈타인〉과 달리 〈브라이드!〉는 유명한 원작 영화를 전복시키고 두 인물을 폭력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일종의 록스타이자 론 울프(lone wolf)처럼 묘사해 독자적인 이야기와 메시지를 구축한다.

〈브라이드!〉
〈브라이드!〉

〈브라이드!〉의 강렬한 메시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찰할 만하나, 영화의 도전적인 형식과 맞닿아 더욱 독창적인 아우라를 내뿜는다. 영화는 브라이드를 분열적인 존재로 그리는데, 그리하여 브라이드는 한 인물을 넘어 (메리 셸리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한 여성의 상징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유도한다. 프랑켄슈타인-브라이드와 함께 전개의 다른 한 축을 받치고 있는 와일스 수사관(피터 사스가드)-말로이(페넬로페 크루즈) 또한 사건을 추적하며 사회상을 포착해 메시지를 짙게 한다. 그렇게 인물들의 여정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동시에 담아내며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는다. 〈로스트 도터〉부터 이어진 매기 질렌할의 고심과 날카로운 시선이 진일보한 느낌이다.

〈브라이드!〉 와일스(왼, 피터 사스가드)와 말로이(페넬로페 크루즈)
〈브라이드!〉 와일스(왼, 피터 사스가드)와 말로이(페넬로페 크루즈)

파격과 메시지, 재미를 모두 챙기다

〈브라이드!〉유프로니우스(왼, 아네트 베닝)
〈브라이드!〉유프로니우스(왼, 아네트 베닝)

물론 영화가 프로파간다여선 안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메시지만 돋보인다면, 그것만큼 거부감이 드는 건 없다. 〈브라이드!〉는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의 기본적인 정서가 외로움이란 것을 놓치지 않는다. 브라이드와 프랑켄슈타인이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이 선행하기에 메시지 이전에 이들에게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또 이 영화가 선택한 소재 중 하나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다. 프랑켄슈타인은 스타 로니(제이크 질렌할)의 영화로 고독한 삶의 시간을 견뎌왔다. 이 설정을 토대로 여러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형식을 극에서 차용함으로써 기존 미국의 이미지를 전복하는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관객이자 목격자, 당사자가 되는 기이한 경험까지 뒤따른다.

〈브라이드!〉
〈브라이드!〉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극한의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다.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은 믿고 보는 배우답게 분장에 가려진 모습에서조차 눈빛만으로도 이 존재의 외로움을 공감하게 한다. 두 주인공을 추적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피터 사스가드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호흡도 기막히다. 물론 여기에 화룡점정은 제시 버클리다. 최근 〈햄넷〉에서의 호연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감히 말하자면 이 영화 속 그의 폭발적인 연기 또한 놓치면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죽기 전 아이다, 죽은 후의 브라이드,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지는 분열적인 모습까지 제시 버클리라는 배우에겐 여전히 광활한 미지의 영역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사실 〈브라이드!〉를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조커: 폴리 아 되〉다. 파격적인 메시지, 소외된 두 인물의 정신적 감응, 그리고 뮤지컬 장르를 빌린 풍자까지. 그러나 〈조커: 폴리 아 되〉는 대중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브라이드!〉는 그보다 깔끔하게, 더 넓은 범위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작품에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과연 이번 〈브라이드!〉가 선보일 광기와 뮤지컬의 혼합은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3월 4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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