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올 것 같던 12월이 오고야 말았다. 급격히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겨울을 실감한 이들이 많았을 터. 겨울엔 역시 집콕이다. 집안에서 따스히 무장하고 있어도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의 정석 영화 15편을 모았다. 좋은 영화는 보고 또 봐도 매력적인 법. 이 영화들과 함께 올해 겨울을 더욱 풍성히 보내보자. 혹시 이 리스트에 없는 ‘나만의 겨울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나 홀로 집에, 1991
정석 중의 정석부터 소개한다. 정신 없이 휴가를 떠나느라 집안의 말썽꾸러기 케빈을 챙기지 못한 가족들. 얼떨결에 혼자 집에 남겨진 케빈은 자유를 만끽하지만, 빈집털이 2인조 도둑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제작 당시 영화사로부터 별 기대를 받지 못했던 <나 홀로 집에>는 개봉 첫 주 수익으로만 제작비를 충당하며 대 흥행의 길을 걸었다. 개봉 3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레전드로 기억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작은 아씨들, 2019
동명의 원작 소설과 이를 리메이크한 <작은 아씨들>(1994) 모두 겨울과 잘 어울리는 영화들이지만, 그레타 거윅이 연출을 맡은 <작은 아씨들>은 지금 이 시대의 현대적 감성이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더 풍성한 감상을 전한다.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를 아우르는 최고의 캐스팅만으로도 이 작품을 감상할 이유는 충분하다. 

러브 액츄얼리, 2003
<러브 액츄얼리> 역시 개봉 이후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 겨울 영화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감정에 얽매이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앨런 릭먼, 엠마 톰슨, 휴 그랜트, 빌 나이, 콜린 퍼스 등 영국 대표 배우들을 비롯해 키이라 나이틀리, 치웨텔 에지오포, 토마스 생스터 등 당시 신인이었으나 지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이들까지 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샤이닝, 1980
연말을 맞이했다고 해서 모두가 낭만적인 감상에 빠지는 건 아니다. 어떤 겨울 휴가는 이렇게, 오싹하다. 긴 겨울 동안 호텔을 관리하며 소설을 쓸 기회를 잡은 잭이 가족들과 함께 폭설로 고립된 오버룩 호텔에 머물며 벌어지는 이야기. 음산한 기운들로 가득한 호텔에서 잭은 점점 미쳐가고, 엄마와 아들은 그런 잭으로부터 목숨을 지켜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느껴지는 냉랭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해보자. 자매 영화론 <미저리>가 있다.

사랑의 블랙홀, 1993
자기중심적이고 시니컬한 기상 통보관 필이 PD 리타와 함께 계속되는 성촉절을 맞이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타임루프 로맨스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해 보내는 필은 리타와 함께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얼음을 조각하는 등 다양한 것들을 함께하며 겨울을 보내고 상대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사랑의 블랙홀> 역시 로맨스 명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클래식이다. 필의 변화를 섬세히 짚어낸 원조 츤데레, 빌 머레이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1980
왠지 <스타워즈> 시리즈는 순서를 지켜서 봐야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에피소드 한 편 한 편 모두 각자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에 이전 스토리를 몰라도 보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의 전반부를 책임지는 건 한랭 행성, 호스에서 벌어지는 전투 신이다. AT-AT, AT-ST 등의 병기, 제국군과 연합군이 눈밭에서 뒤엉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겨울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를 지닌 작품. 특히 개봉 당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대사를 만날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명대사는 작품을 관람하며 확인해보자.

파고, 1996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앳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파고> 역시 많은 이들이 필수 관람작으로 꼽는 겨울 영화다. 돈 때문에 아내의 유괴를 청부한 제리. 이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사람이 얽히며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져나간다.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선보였던 코엔 형제는 <파고>를 통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로맨틱 홀리데이, 2006
<로맨틱 홀리데이>는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새해 전날까지 이어지는 연말 휴가에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은 12월의 영화다. 실연 당해 당장 이곳을 뜨고 싶다 생각한 두 여성이 휴가 동안 집을 바꿔 지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홀리데이>는 사랑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와 설렘을 불어넣는다. 카메론 디아즈와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와 잭 블랙까지 할리우드 최정상 배우 네 명을 한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이터널 선샤인, 2004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유독 고된 한 해를 보낸 이들에겐 <이터널 선샤인>을 추천한다. 이제 막 이별한 조엘과 클레멘타인 커플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선택한다. 하지만 곧 그들은 서로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했단 사실을 깨닫는다. <이터널 선샤인> 역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이터널 션샤인>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아름다운 기억은 모두 겨울 한가운데 있다. 아무리 매서워도 서로와 함께라면 안락하고 포근할 이들의 겨울은 지친 이들을 위로할 이 영화에 온기를 더해낸다.

헤이트풀8, 2015
현상금 1만 달러가 걸려있던 죄수를 잡은 교수형 집행인. 그는 설원에서 갈 곳을 잃은 현상금 사냥꾼과 보안관을 마주하고, 그들과 함께 눈보라를 피해 산장에 들어선다. 고립된 공간 속에서 살펴보니 이들은 서로 얽히고설킨 원한을 지닌 관계. 거액의 현상금을 호시탐탐 노리는 인물들 사이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산장을 집어삼킨다. 눈보라 치는 설원을 배경으로 잊을 만하면 벌겋고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설계한 쫀득한 스릴러를 더 실감나게 즐기고 싶다면, 바람이 창가를 거세게 흔드는 겨울 밤에 보면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캐롤, 2015
온몸을 따스히 데울 겨울의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캐롤>을 추천한다. 1950년대 뉴욕,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 캐롤와 테레즈의 사랑을 담은 작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문장을 그대로 연기로 담아낸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의 힘 있는 연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오랜 여운을 남겼다. 수많은 장애물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이들의 용기는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소리다. 변한 거 없이 나이만 먹는 게 끔찍한 건 브리짓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인생의 숙제를 척척 해나가며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을 보며 나 홀로 제자리에 남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사며 큰 사랑을 받았다. 로맨스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브리짓을 탄생시킨 르네 젤위거와 함께 휴 그랜트, 콜린 퍼스의 젊은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