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식 우주소동극 〈미키 17〉, ‘호’일까, ‘불호’일까? 호불호 포인트를 꼽아봤다

〈미키 17〉
〈미키 17〉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의 문제들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미키 17>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지난 1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 첫 공개됐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직접 관람해 보니, 모든 영화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미키 17>은 모두가 ‘최고’라고 칭송할 영화라기보다는 관객에 따라 다소 엇갈린 감상을 내놓을 만한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본인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을 바탕으로 <미키 17>의 호불호 포인트들을 꼽아봤다. 물론, 호불호는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 

〈미키 17〉
〈미키 17〉

(호)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영화 vs (불호) 냉소 깃든 디스토피아물인줄 알았으나…

‘재미있는’ 영화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미키 17>의 장르는 명명백백하게 ‘코미디’다. 원작 소설 「미키 7」은 건조하고 냉소적인 유머가 깃든 디스토피아물이었다면, <미키 17>은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으로 지구의 사회문제들을 풍자하는 우화다. 봉준호의 이전 작품들에서는 부조리 속 유머가 불쑥불쑥 끼어들어 아이러니의 웃음을 안겼다면, <미키 17>은 이른바 ‘봉준호식 유머’를 전면에 배치한 작품이다. 그 때문에, 원작보다 10번이나 더 죽은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한 묘사보다는 ‘웃픈’ 소동극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더불어, 인간이 얼음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는 과정이라던가, 니플하임의 환경이라던가, 우주선에 탑승한 요원들의 임무 등은 영화의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그 때문에 정통 SF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미키 17〉
〈미키 17〉

(호) 원작을 알아도, 몰라도 신선한 영화 vs (불호) 풍자를 위해 우스꽝스러워진 인물들

원작 소설과는 딴 판인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소설 「미키 7」의 주요 설정만 차용하고, 원작과는 캐릭터와 주요 서사, 결말을 모두 달리했다. 따라서 원작을 읽었건, 읽지 않았건 간에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다만, 그 지점에서 호불호가 발생할 것이다.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인물들에 대한 묘사인데, <미키 17>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캐릭터들을 내세운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정치인 케네스 마셜,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 마셜은 <미키 17>의 주요 축인 ‘소동극’을 이끄는데, 연극적인 톤의 인물들은 다소 직관적으로 풍자를 위해 기능한다. 예를 들자면 ‘Make America Great Again’ 대신 ‘One And Only’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관종 정치인의 등장은 노골적이라서 통쾌할 수도, 혹은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 방식 탓에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

〈미키 17〉
〈미키 17〉

(호) 봉준호의 영화인생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 vs (불호)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 보니…

“봉 감독이 하고 싶은 것 다 한” 영화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구의 문제를 그대로 우주로 옮겼다. <미키 17> 속 문제의식의 갈래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봉 감독이 늘 영화를 통해 해왔던 이야기인 덕분에 낯설지는 않다. <미키 17>은 생태주의, 식민주의, 자본주의와 계급, 우생학 등 여러 사회문제를 총망라하는데, 그중에서도 <옥자>의 생태주의적 관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편이다. 다만 <옥자>가 생태주의에,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계급 문제에 집중한 것과는 달리, 다양한 사회문제를 모두 아우르다 보니 <미키 17>의 메시지는 첨예하다기보다는 다소 뭉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키 17〉
〈미키 17〉

(호) 찝찝한 뒷맛 없이 매끈한 영화 vs (불호) 너무 착한 영화

영화가 불편하지 않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봉준호의 영화들은 어딘가 쿰쿰한 맛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미키 17>이 ‘생각보다 깔끔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닌 탓일까.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의 페르소나 격인 송강호의 자리를 꿰찼는데, 로버트 패틴슨의 호연은 두말할 것 없으나 그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인물들처럼 ‘짠내’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키 17>이 제기한 문제의식들은 이전 작품들에서보다 직접적이고 친절한 방식으로 영화에 드러나, ‘도발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착하다’라는 느낌이 든다. <미키17>이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과정은 봉 감독의 이전 작품에 비하면 ‘불편함’은 적어지고 오히려 매끈해졌는데, 베를린에서 프리미어 상영된 직후 한 외신이 “영화가 설교조다”라고 평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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